여성, 왜 시험에 강할까

2009. 11. 26. 16:32敎育

 

● 생물학적 우성論… “언어·감성 다루는 유전자가 우월”

● 女性호르몬 영향… “남성보다 안정성·집중력 뛰어나”

● 사회환경 요인說… “차별적 환경이 오히려 생존력 키워”

초등학교 기말고사부터 3대 고시까지 대부분의 수석 자리를 꿰차는 여성들. 대체 여자들은 왜, 어떻게 시험에 강할까? 생물학적 우성론부터 성(性)호르몬 관련론, 사회·문화적 이론 등 분석이 다양하다.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최재천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유전자가 남성보다 진화에 더 기여한다.’는 여성 우성론을 내세워 일찌감치 논란을 일으켰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 그 가치가 높아진 ‘언어감각·창의력·감성적 소통능력’에 관해 여성이 월등한 유전자를 갖고 있고, 그게 여풍(女風)의 진앙이란 얘기다.

고도의 집중력과 안정성은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데, 이것 때문에 여성들이 시험에 유리하다는 성 호르몬 관련 주장도 설득력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종우씨는 “충동성·공격성을 야기하는 남성 호르몬은 그만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환자들이 대개 남자아이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말한다.

심리학자들은 남성은 좌뇌(논리영역)가 발달했고, 여성은 우뇌(감성영역)가 발달했다는 식의 브레인 젠더(성별 두뇌) 이론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다. 최윤식 연세대 인간행동발달연구소 연구원은 “수학·과학 성적에서 남녀 격차가 사라졌듯 단순한 성별 두뇌 이론은 고득점자 그룹에선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사회환경적 요인을 강조한다. “술, 당구, 게임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남학생들이 분산되는 에너지의 소모가 훨씬 크다”는 것.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 정차영(23)씨는 “여학생들은 시험이 다가오면 주위와 연락을 일절 끊고 도서관에 파묻히는 데 반해 남학생들은 전날 긴장을 푼다고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셔 시험을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한다.

유형화된 시험에 여성이 더 뛰어나다는 의견도 흥미롭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미경 PISA(학업성취도국제비교) 팀장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말시험이나 고시처럼 목적이 분명하고 범위와 유형이 구체적인 시험에 여학생들이 강한 성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반면 PISA처럼 교과서가 아닌 생활 속 이야기를 응용해 소양과 잠재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대부분인 국제성취도 평가에서는 여전히 남학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30대 초반의 여성 판사는 사법연수원에서 상위권을 차지해 판사로 임관하는 여성들이 많은 이유를 ‘절박함’이란 말로 설명한다. “여성차별 덜한 법원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실한 의지가 여성연수생들의 집중력을 극대화한다.”는 얘기.

교육계 일각에서는 수행평가 위주의 현행 7차 교육 과정이 남학생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성실하고 꼼꼼한 여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기선을 잡아 남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초반에 꺾어버린다는 것. 이 밖에 군가산점제 폐지, 논문시험에서의 보기 좋은 답안 구성, 면접·토론에서의 뛰어난 언어능력이 여성들이 높은 시험 성적을 거두는 원인들로 꼽혔다.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입력 : 2007.07.07 00:39 / 수정 : 2007.07.07 07:52

여풍 강풍…, 10년 내 공무원 ‘여초시대’ 온다, 올 外試합격 67%·판사임용 64%가 여성…, 일·육아 병행 유리한 공직 선호도 높아

10년차 남성 공무원 고시현씨는 2년 전 여성가족부로 옮겨온 이후 거의 매일 충격의 연속이다. “회의시간엔 나이 어린 사무관이 국장급보다 말을 더 많이 해요. 회식보단 영화를 더 많이 봤지요. 가족 업무를 가져온 뒤로는 밤에 야근하면 사유서를 써야 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30개 민사합의부는 현재 통합재판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통합재판부란 출산을 위해 휴직하는 여 판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배석판사를 2명에서 3명으로 늘린 재판부. 여성 판사 비율이 20%대, 올 초 판사로 임용된 여성 비율이 64.4%에 육박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다. 내무부 여성공무원 1호였던 김경희 행정자치부 주민제도팀장은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 여성비율이 67.7%라는 뉴스를 듣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20년 전만 해도 여자 공무원은 처음부터 민원 업무만 담당하도록 뽑았다는 게 믿겨지세요?”

◆ 10년 뒤 공무원 절반 이상이 여성?

공직사회에 부는 여풍의 기미가 심상치 않다. 국가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21.5%, 최근 5년간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여성 평균 합격률은 50%에 가깝다. 2001년 4.8%였던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은 2006년에는 9.8%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3월 ‘여성 리더 계층의 부상과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5년 후인 2012년엔 각 분야 여성 리더 비율이 20%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발표한 삼성경제연구소의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미국 여성 관리자 비율이 4%에서 16%로 증가하는 데 70년이 걸렸지만 일단 16%에 오른 뒤에는 승진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여성 관리직(정부·민간기업) 비율은 2005년 기준 46%다. 우리나라에서도 10년 뒤엔 공직을 비롯한 전문직 분야에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리라는 예측이다. 양적 변화는 여성 공무원들의 사고방식 자체도 바꿔놓고 있다. 김경희 팀장은 “전문성을 키우는 일이라면 밤샘도 불사한다. 90일간의 법정 출산휴가를 갔다가 38일 만에 나와 부서를 발칵 뒤집어 놓은 후배 여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 공직사회 알파걸, 아버지가 만든다

공직사회의 여성화를 전문가들은 ‘여성 인재들의 쏠림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성적순으로 자격을 부여 받는다는 점, 커리어의 지속성, 일과 육아의 균형이 수월하다는 점이 공직을 선호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중앙부처 일반직 여성공무원 퇴직률은 1.4%로 전체 퇴직률 2.6%보다도 낮다. 한·미 FTA 기술무역장벽분과장으로 활약한 류경임 산업자원부 기술규제대응팀장은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많은 여성 공무원들이 정부과천청사 근처로 이사 온다. 저녁에 가족들 밥 차려주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야근을 할 정도로 악착같다.”고 전했다. 이른바 ‘알파 걸’로 불리는 20대 여성들의 도전적 성향도 공직사회 여성화를 가속화시킨다. 댄 킨들러 하버드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알파 걸의 특징을 ‘직업을 가진 어머니로부터 체득한 여성적 능력에 대한 확신, 아버지와의 친밀도를 통한 진취적인 남성성의 조화’라고 말한다. 올해 외무고시 수석합격자인 안혜신(24)씨가 그런 경우. 고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를 보고 자라온 안씨는 특히 아버지 대한 신뢰와 소통이 돈독했다. “진로는 물론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 아버지와 상의했어요. 남동생보다 저를 더 씩씩하게 키우셨죠.”

◆ 여성공무원 많아지면 좋을까?

그런데 공직사회의 여성화는 긍정적이기만 한 현상일까? “유연하고 부드러운 감수성? 좋지요. 하지만 배 째라 하고 달려들어야 문제가 해결되는 협상무대도 많지 않습니까?” “남자는 온몸으로 일에 헌신하지만 여자는 딱 자기가 맡은 일만 잘하죠. 거시적 안목이 부족하달까? 그게 국가 이익과 관련된 경우라면 손해가 엄청나죠.” 수원지검 이봉창 검사는 “여 검사 증가로 인한 수사력 약화는 근거 없다”면서 “더 넓게 보는 시야, 깊이 있는 친화력이 보완된다면 보수적 남성들 사이에 남아 있는 불신을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코칭협회 이사이며 조직개발 컨설턴트인 이영숙씨는 “곧 도래할 공직의 여초 현상은 초등 교사의 여초 현상이 초래하는 문제점과 같은 맥락”이라면서 “양성의 균형과 장점을 적소에 활용하려는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입력 : 2007.07.07 00:38 / 수정 : 2007.07.07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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