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자식을 둔 부모는 전생에 어떤 복을 지었을까?

2023. 12. 5. 11:15職業

 

목에는 청진기, 손에는 복싱 글러브…"의사 세계 챔피언이 목표"

ㅣ순천향대 소아청소년과 서려경 교수, 9일 세계 챔피언 전초전
"너무 힘든 복싱… 시작한 건 끝까지 해야 하는 성격이라 포기 못 해"

(천안=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대한민국 여성 가운데 누가 가장 복싱을 잘하는지는 답하기 어렵지만, 대한민국 여성 의사 가운데 '가장 주먹이 센'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자복싱 세계챔피언 전초전 앞두고 훈련하는 서려경 교수 (천안=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여자복싱 세계챔피언 전초전을 앞둔 서려경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4일 천안 비트 복싱클럽에서 훈련을 마치고 쉬고 있다. 2023.12.4 4bun@yna.co.kr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서려경 교수(31·천안비트복싱)가 그 주인공이다.

서려경은 지난 7월 열린 여자 라이트 플라이급(48㎏) KBM 타이틀 매치에서 임찬미를 8라운드 38초 만에 TKO로 꺾고 한국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한국을 제패한 서려경은 이제 세계로 눈을 돌린다.

9일 경기도 수원시 인재개발원 체육관에서 쿨라티다 쿠에사놀(태국)과 세계 타이틀 매치 전초전을 치른 뒤, 여기에서 승리하면 내년 2월 일본 선수를 상대로 여성국제복싱협회(WIBA) 세계 타이틀에 도전한다.

진료 보는 서려경 교수 (천안=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서려경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4일 진료를 보고 있다. 2023.12.4 4bun@yna.co.kr

4일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만난 교수 서려경은 어느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의사의 모습이었다.

어린이 환자를 세심하게 진료하고, 간호사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복싱 챔피언'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병원 근처 복싱 체육관에 들어가는 순간 전사의 눈빛으로 변했다. 계체량 통과를 위해 몸무게를 줄이는 상황에도 손정수 관장의 미트를 치는 소리는 온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강렬했다.

2019년 프로에 데뷔한 서려경의 통산 성적은 7전 6승(4KO) 1무다. 그의 상대인 쿨라티다 쿠에사놀은 7전 6승(2KO) 1패다.

서려경은 "이번 태국 선수는 자료나 경기 영상이 없어서 파악된 게 없다"며 "경기에서는 훈련한 대로 상대 스타일을 파악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한다. 집중하고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여자 경량급 경기는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저는 그래도 경량급에서 재미있게 경기한다고 생각한다. 꼭 오셔서 큰 소리로 응원해주시면 힘이 날 것"이라고 당부했다.

'현역 의사 복서' 서려경 [KB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ㅣ선배와 술 한잔하다가 시작한 복싱…"경기 끝나면 '소맥' 먹고 싶어요."

서려경의 가장 큰 강점은 강력한 펀치와 리치(팔 길이)다. 지난 7월 한국 챔피언에 오를 때에도 가벼운 왼손 훅으로 임찬미로부터 KO를 빼앗을 정도로 주먹에 파괴력이 넘친다.

매일 서려경의 펀치를 받아야 하는 손정수 관장은 "처음 복싱을 시작했을 때부터 주먹 힘이 대단했다. 보통 여자 선수한테는 (스파링하다가) 맞아도 안 아픈데, (서려경) 선생님 주먹은 위협적"이라고 했다.

자신의 장점을 '펀치'로 꼽은 서려경은 "원래 팔씨름 같은 걸 잘해서 힘이 센 것은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관장님이 잘한다고 하셔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운동을 즐겼던 서려경이 본격적으로 복싱을 시작한 건 2018년이다. 순천향대에서 함께 일하는 선배가 술자리에서 '넌 재능이 있다. 내가 다니는 복싱 도장에 같이 가보자'고 말한 게 시작이었다.

스파링 훈련하는 서려경 교수 (천안=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여자복싱 세계챔피언 전초전을 앞둔 서려경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4일 천안 비트 복싱클럽에서 스파링 훈련을 하고 있다. 2023.12.4 4bun@yna.co.kr

본격적으로 의사와 프로 복싱 선수를 병행하다 보니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생각나는 건 시원한 '소맥' 한 잔이다. 서려경은 "이번 경기가 끝나고 가장 먹고 싶은 건 '소맥'"이라며 웃었다.

병원에서 서려경은 이미 유명 인사가 됐다. 만나는 사람마다 '응원하겠다.', '꼭 세계 챔피언이 돼라.'고 인사한다.

원래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그는 복싱 챔피언이 된 덕분에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까지 출연했다. 서려경은 "유퀴즈는 워낙 주변에서 '너 정도면 꼭 나가봐야 한다.'고 많이 말했던 프로그램이라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 그대로 세뇌될 정도였는데, 마침 섭외 전화가 와서 잘 나갔다 왔다."고 했다.

서려경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인자강'이다. 보통 격투기 선수를 호칭하는 '인자강'은 '인간 자체가 강함'이라는 뜻이다. 서려경은 "인간 자체가 강하게 태어난 사람이라는 말 같아서 가장 와 닿는다."고 했다.

옆에서 손정수 관장이 환자와 한국 복싱을 모두 고쳐주는 '국민 힐러'가 어울린다고 해도 서려경은 "'국민'은 부담스럽다. 센 느낌이 드는 별명이 좋다"고 고집했다.

여자복싱 세계챔피언 전초전 앞두고 훈련하는 서려경 교수 (천안=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여자복싱 세계챔피언 전초전을 앞둔 서려경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4일 천안 비트 복싱클럽에서 샌드백 훈련을 하고 있다. 2023.12.4 4bun@yna.co.kr

ㅣ 복싱 때문에 세상이 미웠던 서려경이 복싱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복싱은 상대 선수의 주먹이 아니라 '나 자신'과 싸움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인해가는 고독한 종목이다. 승리의 환희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만, 준비과정은 보통 인간의 인내심이라면 견디기 힘들다.

서려경은 "주변에서는 의사에 복싱 챔피언이라는 화려한 것만 보고 내가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정말 너무나도 힘들어서 불행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펠로(전임의)와 복싱을 병행했던 지난해다. 야간 근무가 늘어나 몸은 천근만근인데, 복싱까지 해야 해서 '세상이 미웠다.'고 할 정도였다.

응급실에서 가장 흔히 쓰는 통증 척도로 NRS(Numeral Rating Scale)가 있다.

0이 전혀 안 아픈 것, 10이면 '죽을 만큼' 아픈 것이다. 서려경은 "솔직히 말해서 작년에는 NRS로 따지면 9.5 정도였다. 다행히 펠로를 끝내서 올해는 7 정도로 낮아졌다. 올해는 다행히 작년만큼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서려경은 힘과 지성을 겸비한 보기 드문 재능의 소유자다.

그런 삶이 행복하지 않냐고 묻자 "공부도, 운동도 다른 사람보다 몇 배 많이 했다. (재능을) 다 쓰느라 힘들게 산다."고 했다.

그런데도 복싱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끝을 보고 마는 근성 때문이다.

서려경은 "일단 복싱을 좋아하고, 하다 보니까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며 "어쨌든 시작한 것을 끝까지 해야 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까지 해왔던 것보다 해야 할 것이 적게 남았기에 버틴다."고 덧붙였다.

목표로 잡았던 '세계 챔피언'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서려경이 이번 태국 선수와 전초전에서 승리하면 내년 2월 일본 선수와 세계 챔피언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벌일 계획이다.

여기서도 승리한다면, 내년 4월 복싱 4대 기구(WBA, WBO, IBF, WBC) 통합 챔피언에까지 도전한다.

서려경은 "여기까지 힘들게 왔고, 세계 타이틀까지 도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의사 세계 챔피언이 꼭 되는 게 목표"라며 "의사 중에 세계 챔피언이 된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대호 4bun@yna.co.kr 입력 2023. 12. 5. 07:00수정 2023. 12. 5. 07:38

 

목에는 청진기, 손에는 복싱 글러브…"의사 세계 챔피언이 목표"(종합) | 연합뉴스

(천안=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대한민국 여성 가운데 누가 가장 복싱을 잘하는지는 답하기 어렵지만, 대한민국 여성 의사 가운데 '가장 주먹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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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1등은 처음이에요" … 불수능서 전국 유일 '만점' 유리아 양
ㅣ "확신 못 했는데 소식 듣고 얼떨떨…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요."
ㅣ "쉴 때는 영화와 잠" … 유 양 어머니 "자율적으로 키웠을 뿐"

(서울=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다 맞게 푼 것 같은데 답안지에 제대로 적었는지 긴가민가한 문제가 하나 있었기 때문에 제가 만점이라는 확신을 못 하고 있었는데 지금 굉장히 얼떨떨하고 정신이 없네요."

8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인별 성적이 교부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리아(19) 양은 수줍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유 양은 '킬러문항'을 배제한다는 교육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았다.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 고등학교(용인외대부고) 졸업생인 그는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난 뒤 몇 문제에서 실수한 탓에 자신이 원하는 의과대학에 가기 어렵다고 보고 재수를 결심, 다시 치른 이번 수능에서 최고의 결과를 냈다.

그런 유 양에게도 이번 수능은 쉽지 않았다.

유양은 "시험을 보고 난 뒤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점이 없을 것 같다는 기사를 봐서 가채점 결과 만점이 나왔지만, 아닌가 보다 하고 있었다"며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국어에서 현대소설 '골목 안'이 지문이었던 문제들로, 맥락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수능 만점자 유리아 씨 [유리아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킬러문항에 대해서는 "시험 도중에는 이게 킬러문항인지 신경 쓸 틈이 없어서 잘 못 느끼고 시간 관리에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만점을 받은 비결로는 꼼꼼한 문제 읽기를 꼽았다. 유양은 "올해 공부하면서 느낀 게, 너무 간단한 거지만 문제의 문장 하나하나를 제대로 읽어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라며 "그 외에는 기출 문제를 많이 풀어본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서울=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3.11.16 [사진공동취재단]

재수 기간에 평소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학원과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쉬는 생활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유양은 "수능에 최대한 생활 패턴을 맞추려고 했고 잠이 많아서 주말을 비롯해 쉴 때는 주로 잠을 자거나 아빠와 영화를 많이 봤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수능에서 전국 1등을 했지만, 그동안 전교 1등도 해본 적 없다며 쑥스러워했다. 유양은 "내신으로는 학교에서 최상위권이 아니었고, 모의고사는 상위권이었지만 1등을 해본 적은 없다."며 수줍게 말했다.

유양은 지난해와 달리 원하는 의과대학에 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서울대 의대에는 원서를 낼 수 없다. 올해 서울대 의대는 과학탐구 영역에서 화학, 물리를 선택한 수험생으로 응시 자격을 제한했는데 유 양은 생물과 지구과학을 선택했다. 그는 원래 생물과 지구과학을 좋아했기에 자신의 선택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대를 목표로 한 이유로는 뇌에 관한 관심을 들었다. 유 양은 "고등학교 때부터 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외할아버지랑 친할머니가 알츠하이머병을 앓으셔서 더 관심이 생겼고, 뇌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유양의 어머니는 수능 만점 자녀를 키운 비법이 있는지 묻자 "리아를 비롯해 자녀가 3명 있는데 각각의 성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키우려고 한 게 전부"라고 전했다. 최종호 https://www.yna.co.kr/view/AKR20231207138100061?section=society/allzorba@yna.co.kr송고시간2023-12-0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