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결혼풍속도

2009. 12. 2. 13:37人間

대한민국 2030 결혼풍속도

◆ "외모ㆍ학벌이 행복 주나요? 사랑도 경제력 있어야…"

중소기업체에 다니는 ○○○ 씨(33)는 결혼정보회사들이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고객이다. 집안이 좋은 것도, 외모가 괜찮은 것도 아닌데 나이만 많기 때문. 몇 차례 괜찮은 남성을 소개받았지만 매번 인연을 맺지 못하자 다급해진 그녀가 꾀를 냈다.

맞선 자리에서일어나면서 통장 몇 개를 슬쩍 흘린 것. 남자가 통장을 주워주면서 화제가 자연스럽게 재테크 얘기로 흘렀고 남자 눈빛이 달라졌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한씨는 "저축액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통장을 몇 개씩 만들어 차곡차곡 꿈을 키워온 제 성실성에 그 사람이 반했대요."라며 웃는다.

배우자 외모나 성격 학벌 등을 가장 중요하게 꼽던 시절은 지났다. 요즘 남성들은 경제력이 있는 여성 아니면 직업이 확실하고 재테크 잘하는 여성을 선호한다. 직업 없이 대학원 졸업하고 이른바 신부 수업하는 여성은 배우자감으로 기피 대상이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경제력이 있거나 직업이 확실한 남성을 최고로 꼽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 여성 58%가 '경제력 좋으면 성격은 별로 신경 안 쓴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발전 덕에 태어날 때부터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누려온 1980년대 이후 세대들은 결핍을 겪은 경험이 별로 없다. 따라서 갖춰진 환경에서 조건이 맞는 사람에게서 사랑도 자연스럽게 싹튼다.

○○○ 씨(28)는 "경제력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사랑도 하게 되는 것이지, 사랑만 가지고 결혼해서 어떻게 힘들게 살아요."라며 되묻는다.

◆ '士'자 신랑감 프리미엄 옛말

"서울대 나와서 사시 합격해 변호사 개업해도 결혼하기 쉽지 않아요." 듀오에 이어 결혼정보업체 2위로 떠오른 닥스클럽 홍경희 팀장은 "변호사나 회계사 개업하면 여자 쪽에서 으레 지원해 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사무실 월세도 못 내는 사례도 많아 요즘은 공인회계사나 사시 합격자보다 변리사나 행시 합격자를 선호한다."고 전한다. 변호사, 의사 등 이른바 '사'자 프리미엄도 옛말이라는 것.

과거 부모 세대에는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가 중요한 결혼 조건이었지만 요즘에는 직장보다 직종이 중요하다.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졌기 때문에 언제 회사를 그만둬도 이직하기 쉬운 전문 직종 배우자가 뜨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전문직이면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전문직 중에서도 바쁘고 힘든 직업을 가진 사람은 기피 대상이다. 같은 의사라도 정형외과나 내과는 기피하는 반면 응급성이 없어서 주말에 쉴 수 있는 예방의학이나 한의학, 치과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쁜 직업보다는 웬만큼 경제력이 있어서 적당히 일하며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최고로 꼽는다.

◆ 강남에 사는 임대업자 1등 신랑감

지난해 불어 닥친 부동산 광풍 때문에 배우자 거주지에 대한 조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과거에는 영남지역과 호남지역 출신에 대한 호ㆍ불호가 배우자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요즘엔 출신지보다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다.

서울 인근에 사는 결혼 적령기 직장인들이 강남 오피스텔 거주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출퇴근도 편하지만 강남권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를 사귀기에 유리하다는 거주지 프리미엄에 대한 노림수가 숨어 있다. 그래서 요즘에 결혼정보업체에서 가장 잘나가는 1등 신랑감은 강남에 거주하는 임대사업자다. 이 밖에 가늘고 길게 갈 수 있는 공무원이나 안정성 있고 급여수준이 높은 금융업 종사자도 좋은 배우자감으로 선호된다.

직업에서 실리를 챙기는 성향은 학력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 세대들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나오면 전공을 불문하고 무조건 OK이었지만 지금은 간판(?)이 약해도 확실한 직업이 보장되는, 전문성 있는 학과를 선호한다.

홍 팀장은 "외환위기 이후로 남성들은 본인 미래가 불안해지면서 오히려 상대방 경제력에 기대려는 경향이 높아졌다. 반면 여성들은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 등 여건이 과거에 비해 향상돼 경제력만 비슷하다면 남성 외모 쪽을 더 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 후 신접살림에 대한 인식도 사뭇 달라졌다. 신혼집을 '주(住)테크'의 시작으로 생각하는 신혼부부들이 늘고 있는 것. 평수는 작지만 새 아파트에서 혼수로 장만한 최신 제품들을 갖춰 놓고 살기보다는 10년 후를 보고 허름한 재건축 아파트에서 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예 혼수를 장만하지 않고 대신 그 돈을 보태서 더 넓은 아파트를 마련하는 실속파도 늘고 있다. 매일경제 김주영 기자 2007년 5월 11일(금) 오후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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