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 14:31ㆍ受持
가정의 달인 5월 ‘둘(2)이 하나(1)가 되는’ 부부를 상징하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갈등에 대처하는 부부들의 자세,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의 벽' 허문다.
비난 경멸 자기방어 벽 쌓기 갈등 유발하는 '4가지 악습'에는 이불 개기·설거지 해주기 등이 자발적 행동변화 유발에 효과 만점
서로 사랑하는 소와 사자가 있었다. 이 둘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베풀었다. 소는 매일 여물을 사자에게 주었고 사자는 매일 고기를 소에게 갖다 준 것이다. 날이 갈수록 서로에게 섭섭함, 좌절감, 배신감을 맛 본 소와 사자는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도대체 왜 상대방은 만족하지 않을까'라고 항변을 했다. 부부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이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 때문에 몇 십 년을 같이 산 부부는 서로에게 불만과 불평이 많다.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이해 깨어진 부부 간의 애정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결혼 10년차인 맞벌이 부부 ○○○(가명·38) 씨와 남편 ○○○(가명·43) 씨는 두 달째 각방을 쓰고 있다. 지난주에는 아이들 교육 문제로 크게 싸운 뒤 남편 김 씨는 아예 집을 나가버렸다. 남편 김 씨는 "아내의 끝없는 불평불만을 들어주기 지쳤다"고 토로했다. 아내 이 씨는 "육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친구들과 술 먹기에 바쁘고 친정에는 전화 한 통 안하면서 시댁에는 효자 노릇하려는 남편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고 하소연 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대한민국 부부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것들이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가 나름대로 충실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남편을 가장으로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이고 아내는 "남편이 별로 도와주는 것도 없으면서 대접만 받으려고 한다."고 불만이다. 아무리 대화를 해도 싸움으로만 번질 뿐,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문제는 서로를 비난하는 데 있다. 서로에게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는 점만을 부각시켜 이야기하기 때문에 부부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부 갈등을 부르는 4가지 악습을 제거해야 한다. 4가지 악습은 '비난, 경멸, 자기방어, 담쌓기'이다. '음식 맛이 짜다, 싱겁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등 인격과 능력에 대한 비난은 자기 존중감을 손상시킨다. '네가 그렇지 뭐' 식의 경멸은 상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네 잘못이다'의 자기방어는 싸움의 불씨를 확산시킨다. 마지막 '담쌓기'는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해운대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김용수 센터장은 "가장 큰 문제점은 대화를 할 때 배우자의 단점을 들추어내는 것이다"면서 "'부부 간의 대화란 것이 대놓고 화를 내는 것'으로 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상대방이 잘한 점을 크게 칭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내가 먼저 발 벗고 나서서 해주기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상대가 먼저 변화하기를 바란다는 점. 그러나 그러는 동안 부부 관계는 개선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가 된다. 반대로 애정과 신뢰가 회복되는 부부의 특징은 어느 한편이 먼저 상대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이다.
배우자가 상대에게 바라는 행동은 큰 게 아니라 아주 작은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면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침에 이불 개어주기' '얘기할 때 바라보고 들어주기' '따뜻하게 말을 해주기' '친정 또는 시댁 식구들에게 친근하게 대하기' '늦을 때 연락해주기' '집안 일, 특히 설거지 해주기' '꽃을 선물해주기' '칭찬과 격려의 말 해주기' 등등이 바로 그것. 배우자의 이런 자발적인 변화 행동은 비록 조그마한 것이라도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김용수 센터장은 "결국 변화는 어느 한 배우자로부터 시작이 되며, 그것을 나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부부 화합과 가정 행복을 유지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 편지를 써보자
5월은 가정의 달, 감사의 달이다. 이때까지 상대방을 비난과 비판으로 대해 왔다면 이제는 사랑을 나눌 때이다. 카드나 메일로 배우자에게 사랑을 표현해 보자. 5월이 절호의 기회다. '당신으로 인한 나의 행복'이라는 제목에다 상대로 인해 행복했던 경험과 배우자가 자신에게 소중한 이유를 몇 가지 적어 보내면 어떨까.
애정과 신뢰 회복에서 우선돼야 할 것은 '부부 관계에서 갈등의 파도는 늘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다음 상대방을 칭찬하고 존중하면 웬만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 부부 십계명
○ 아내가 남편에게
1. 남편의 좋은 점을 늘 칭찬해준다.
2.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건강관리에 힘쓴다.
3. 남편의 잘못이 있을 때 지혜롭게 충고한다.
4. 모든 일을 남편과 의논해서 처리한다.
5. 시댁 가족들과 잘 지내고 남편 친구들을 정성껏 대접한다.
6. 귀가한 남편의 편안한 쉼터가 되도록 집안 분위기를 가꾼다.
7. 남편과 손을 잡고 대화하는 시간을 만든다.
8. 남편의 사회 활동을 격려하고 직장 생활에 전념하도록 배려한다.
9. 늘 상냥하고 부드러운 얼굴로 대하고 아이들에게 남편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
10. 항상 깨끗하고 청결하게 하고 수입의 범위 내에서 근검절약한다.
○ 남편이 아내에게
1.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고 조그만 꽃송이라도 선물하는 성의를 보인다.
2. 모든 일은 아내와 상의해서 결정한다.
3. 아내의 좋은 점을 찾아서 자주 칭찬한다.
4. 처가 쪽 사람들을 친동기처럼 배려하고 따뜻하게 대한다.
5. 바깥 활동에 대해 아내에게 자주 말하고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
6. 아내의 자아실현을 위해서 배려한다.
7. 집안일을 한 가지라도 돕는다.
8. 아내와 여행을 하거나 같은 취미 생활을 해 정 나누기를 잘한다.
9. 아내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은 하지 말고 부부 싸움을 했을 때 먼저 화해한다.
10. 아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격려하며 따뜻한 말과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 멋쟁이 부부 십계명
1. 매일 한 끼는 함께 식사하라. 부부가 마주 앉아 정답게 식사를 하면 가족전체의 평화도 가꿔진다.
2. 매월 한번 이상 외출하라. 연애시절이나 신혼 때 자주 들른 곳에 가보는 것도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3. 계절마다 함께 여행을 하라. 철 따라 운치 있는 곳을 찾아 나서는 작은 사치는 서로의 애정을 깊게 하는 지름길이다.
4. 서로 유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자유분방하게 대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5. 기념일을 장식하라. 생일, 결혼기념일은 물론 처음 만난 날과 약혼 기념일까지 챙긴다면 금상첨화다.
6. 매주 한통 이상 편지를 쓰라. 상대방에 대한 칭찬과 고마움을 글로 나타낸다는 것은 또 다른 흥분과 기쁨을 선사한다.
7. 서로 격려하라. "당신 생각이 옳아요." "당신 차림이 어울려요."라는 등 상대방을 북돋우는 말을 자주하자.
8. 여가에 투자하라. 같이 할 수 있는 취미를 갖게 되면 대화도 늘고 서로간의 이해도 깊어진다.
9. 계획을 세워라. 로맨스는 우연히 오는 게 아니고 창조 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은 정기적으로 슈퍼에 같이 가거나 가사를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 생활을 즐겨라. 욕심을 줄이고 여유 있는 태도를 가지면 주어진 상황이 달라 보인다.
조선시대 부부갈등 없었던 까닭
‘부부의 날’이 올해 처음으로 법정기념일(5월 21일)로 제정됐다.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되자는 뜻이란다. 왜 기념일까지 만들었을까. 오늘날 부부 관계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전의 양면이랄까. 부부의 법적 관계가 거의 평등해지면서 부부 관계는 더 불안정해진 것 같다.
뜻밖의 일로 들리겠지만 조선시대의 부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 여자들이 쉽게 쫓겨났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칠거지악으로 부인이 쫓겨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칠거지악의 악조건들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가령 아들을 낳지 못했을 경우 조선사회가 마련한 양자 제도라는 대안을 이용했다. 사실상 이혼이 불가능했다. 조선의 부부들은 어차피 갈라설 수 없었으므로 상황에 적응하고자 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다. 우선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조선은 사회 운영의 상당 부분을 가족에게 일임했다. 가족의 안정은 당시 사회의 절대적 과제였다. 국가는 그 핵심인 부부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이유에서든 이혼을 원치 않았다.
혼인이 개인 의지가 아니라 집안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조선의 부부를 심한 갈등 관계에 빠지지 않게 했다. 부모는 충분히 숙고한 끝에 환경이 비슷한 사람과 혼인을 맺어 주었다. 그만큼 부부는 문화적 배경이 유사했다. 부부가 근대 이후에서처럼 개인적인 감정 대립으로 갈등하는 경우는 적었다.
부부라고 해도 동거 비율이 매우 낮았던 점 또한 부부 갈등의 첨예화를 막는 데 한몫했다. 조선은 중기까지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라는 혼인 형태를 지녔다. 장가를 든 남자가 오랫동안 처가와 본가를 오가며 살았다. 이 기간 동안 부부는 가끔 만났다. 바람피우지 않는 부부가 오랜만에 합방하면 그 관계가 어찌 애틋하지 않을까.
실제 『미암일기(眉巖日記)』의 저자로 유명한 유희춘(柳希春ㆍ1513~77)과 여성 문인 송덕봉(宋德峯) 부부는 40년간 함께 늙었으나 동거 기간은 20년 미만이었다. 남편의 유배 생활과 외직(外職)파견 때문이었다. 그는 첩까지 두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들 부부는 “만년에 태평함을 누리고 금실이 더욱 좋아진다.”고 자평했다.
한 지붕 아래에서 ‘따로 또 같이’ 사는 공간적 분리도 의미 있다. 오늘날처럼 부부가 한 방을 쓰는 문화는 그리 오래된 게 아니다. 조선시대 양반집은 으레 안방과 사랑방이 구분돼 있었다. 이같은 공간적 분리는 어찌 보면 부부 사이의 소원함을 초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로 ‘쿨’ 하게 존중감을 유지하면서 불편하지 않은 관계를 만드는 데에는 유용했다.
부부의 역할이 잘 분담되어 있었던 것도 원만한 부부 관계의 윤활유였다. “남자는 집안의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여자는 밖의 일을 말하지 아니한다.”는 『예기(禮記)』 내칙은 권한 분담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효과가 있었다. 부부는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을 다함으로써 둘 사이의 갈등 소지를 줄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조선의 부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한 갈등 속에서 살았다. 주어진 조건과 환경은 나빴으나 조선의 부부들이 ‘자신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잘 활용한 덕분이다. 그들은 국가가 부부 관계의 갈등과 파산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거기에 적극적으로 적응했던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부부는 조선과는 전혀 다른 여건 아래에 있다. 조선의 방식이 지금도 유효할 이치는 없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익하게 만들어간 조선 부부들의 노력만큼은 크게 참고할 만하다. 부부 사이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관계란 바느질과 달라서 쉽게 맺고 끊을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인스 이순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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