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 14:36ㆍ政治
최근 전 청와대 요리사인 이근배씨가 <청와대 요리사>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해 역대 대통령들이 즐기던 메뉴를 소개했다. 대통령의 밥상이 의외로 소박해 더욱 화제가 되는 중. 중요한 몇 가지 원칙을 따라 청와대 요리사의 방법대로 밥상을 준비한다면 우리 남편은 대통령, 나는 영부인이 될 수 있다.
○ 청와대에서 상차리기
이근배씨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식사를 전담하는 청와대 요리사로 8년을 근무했다. 근무하던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대통령이 먹는 메뉴가 무엇이냐는 거였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매일 특별한 메뉴의 식사를 하는 게 아닐뿐더러 특별한 보양식을 만들지도 않는다. 다만 제철 재료를 이용해 5대 영양소가 고루 들어가도록 메뉴를 정하는 정도. 식단은 일주일 단위로 정하는데 담당 주방장이 식단을 짜면 영부인의 검사를 거쳐 메뉴가 확정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메뉴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음식이 완성되면 검식관이 모든 음식을 먹어보는 등의 검식을 거친 후 대통령의 상에 오른다.
역대 대통령들의 공통점은 과식을 절대 안 한다는 것.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후 ‘반찬을 여러 가지 만들어도 다 먹지 못하니 가짓수를 줄이고 양도 적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제철 재료로 만든 소박한 밥상에서 적당량 섭취하는 것. 이것이 대통령의 건강 유지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 대통령 밥상 차리기의 기본 원칙
1. 제철 재료로 준비하기 대통령은 특별한 보양식 대신 제철 재료를 이용한 요리로 건강을 챙긴다. 봄이면 나물요리인 생채와 숙채를 식단에 꼭 넣어야 한다. 가을에는 버섯과 과일이 풍부하므로 이를 적극 이용한다.
2. 밑반찬과 일품요리로 메뉴 짜기 대통령 식단의 메뉴는 보통 김치, 젓갈, 장아찌 등의 밑반찬이 4~5가지, 전이나 육류 등의 일품요리 2~3가지이다. 대통령의 가족이나 귀빈들이 올 때는 일품요리의 가짓수를 늘려 4~5가지 정도 준비한다.
3. 양식과 중식 메뉴도 포함 일주일에 4~5회 정도는 양식이나 중식 메뉴를 준비한다. 중식 요리의 기본 메뉴인 탕수육을 반찬으로 이용하기도 하는 것. 스테이크 같은 양식 메뉴도 일주일에 1회 이상 준비해 입맛을 잃지 않도록 다양하게 메뉴를 구성한다.
▲ 노태우 前 대통령의 밥상
갱시기+두릅초회+해물파전+고등어무조림
갱시기는 6.25 이후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에 해 먹던 음식. 여러 가지 나물을 넣고 끓인 국에 찬밥을 넣어 한 번 더 후루룩 끓여내면 되는데 노태우 대통령은 김치에 밥을 넣고 끓이는 것을 좋아했다. 송송 썬 김치에 물을 붓고 밥을 넣어 밥알이 완전히 퍼지기 직전까지 끓이면 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입맛을 잃었을 때 먹고 싶다고 직접 지시해서 만들기 시작한 메뉴다.
대통령 밥상 따라잡기 갱시기 같은 한 그릇 음식을 메인으로 할 때는 생선조림이나 전 등 일품식을 함께 차린다. 봄이라면 제철 재료를 이용하여 두릅초회나 달래전 등을 곁들여 비타민과 단백질 등의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갱시기는 멸치를 끓인 국물에 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 만들었고,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나도록 총각김치의 무를 씻은 다음 송송 썰어 넣기도 했다. 콩나물이나 여러 가지 나물을 넣어 풍미를 더하기도 했다.
▲ 김영삼 前 대통령의 밥상
우리밀 칼국수+감자전+배추김치+부추김치+인절미+과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생선과 해물을 즐겼고,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칼국수를 매우 좋아했다. 그 외에도 우동이나 메밀국수 등 면류를 좋아해 재임기간 동안 매일 한 끼는 국수를 먹었는데 질린다는 말 한 마디가 없었을 정도. 청와대 칼국수는 재임기간 동안 유명한 오찬 메뉴였는데 우리밀을 이용해 직접 반죽해 만들었다. 우리밀만으로 반죽하면 점도가 떨어져 쫄깃한 맛이 안 나고, 색도 누런빛이며 반죽도 힘들고, 먹기도 불편했다. 여러 번의 실험 끝에 결국 소규모의 인원일 때는 우리밀로만, 대규모의 인원이 먹을 때는 수입 밀과 섞어서 반죽해 만들었다.
대통령 밥상 따라잡기 면은 우리밀로 반죽해 만든다. 국물은 사골과 양지머리를 넣고 푹 끓인 육수를 이용한다. 양념해 볶은 다진 고기와 달걀 황백지단채, 호박채볶음을 고명으로 얹는다. 배추김치와 부추김치는 칼국수와 꼭 함께 낸 반찬. 칼국수만으로 양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찰떡과 과일을 준비한다.
▲ 김대중 前 대통령의 밥상
잡곡밥+냉이된장찌개+홍어회+모듬전+수육+김치+장아찌+나물+오이선+숭늉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직후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식단을 짤 때는 식사 외에 간식을 준비했는데 주로 쑥버무리, 콩떡 같은 전통식이 대부분이었다. 또 견과류를 즐겨 책상 위에 잣, 콩, 호두 등을 상비하기도 했다. 식사 후에는 반드시 누룽지가 약간 있는 숭늉으로 마무리한 것이 특징. 고향이 전라도라 그런지 홍어회를 무척 즐겼는데 막걸리에 삭힌 홍탁은 먹지 않았다.
대통령 밥상 따라잡기 밥은 쌀밥보다 잡곡밥으로 준비해 건강을 챙긴다. 국이나 찌개는 제철 재료를 활용해 냉이된장찌개나 쑥국 정도로 준비. 홍어회, 모듬전, 수육 등 일품식을 3가지 정도 준비하고, 김치나 장아찌 등의 밑반찬을 함께 내면 대통령 밥상 부럽지 않은 영양 만점 상차림이 완성된다. 자료제공 우먼센스 진행 김지현 사진 문덕관 발췌 <청와대 요리사> 2007년 5월 23일(수)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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