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2. 10:16ㆍ政治
각본·연출 : 正祖, 주연 배우 : 심환지
정조 어찰 66통 추가 공개
'경은 한밤중에 벽을 돌 때가 없는가? 나는 성격이 편협하여 태양증(太陽症)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 집 아이들은 모두 개돼지만도 못한 물건들이다.'
조선후기 정조(正祖·1752~1800)의 용의주도한 정치 운영과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친필 편지 66통이 새로 공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정조가 외삼촌인 홍낙임(洪樂任·1741~1801)에게 보낸 편지 36통과 노론 벽파(僻派)의 거두인 심환지(沈煥之·1730~1802)에게 보낸 편지 30통을 해설과 함께 실은 《정조 임금 편지》를 발간했다. 정조가 초서로 쓴 편지를 하영휘 가회고문서연구소장이 탈초(脫草·정자체로 풀어쓰기)와 번역을 한 뒤 주석을 달았다.
▲ 정조가 1798년 11월 11일 심환지에게 보낸 어찰. 외할아버지 홍봉한의 일생 사업과 관련된 '외예지믈'을 홍봉한의 정령을 따라서 처리해야 한다는 한문 편지에서 '외예지믈'만 한글로 썼다.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정조는 외삼촌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안부를 알려주거나 외가 집안의 경사에 기뻐하고, 학문과 문장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어머니 종기에 고약을 붙인 것이 분명 낌새가 있는 것 같으나, 의술에 익숙하지 않고 내 눈으로 본 것도 믿기 어려워 조급하고 걱정스러울 뿐입니다."(1799년 8월 22일 저녁)
한편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는 지난 2월 성균관대가 공개한 정조 비밀어찰 299통과 짝을 이루는 것으로 '개혁군주' 정조의 막후 통치를 이해하는 주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정치 현안들을 용의주도하게 조정하며 정국을 이끌어가려고 했던 국왕 정조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정조는 심환지와 서찰을 통해 미리 입을 맞춰 상소를 올리게 하거나 인사(人事) 문제, 세간의 풍문, 주요 인물과 집안에 관한 정보, 민심의 동태 등 국정 전반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내가 사류(士流)의 두목이니, 지금 사류의 전형을 구한다면 경을 먼저 꼽을 것이다"라는 편지(날짜 미상)는 정조 자신이 정국을 주도하는 감독이 되고, 심환지를 주연 배우로 삼아 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뜻을 보여준다.
1798년 9월 12일자 편지는 정조의 정국 연출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정조는 1798년 8월 28일 심환지를 우의정에 제수한 뒤 곧바로 사직서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것도 "한 번만이 아니라 둘째·셋째 사직서까지 준비하라"고 하면서 사직서에 들어갈 구체적 내용과 시기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조 자신이 정치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심환지로 하여금 사직 상소를 통해 대신하게 조종했던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21/2009122101804.html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입력 : 2009.12.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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