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3. 09:34ㆍ健康
[김철중 기자의 이런 증상 고발합니다] 김과장 목의 '찐감자'는 사장님 탓이다
50대 중반의 회사원 김모씨는 언제부터인가 침을 삼킬 때마다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찐 감자 덩어리가 목 안에 붙어 있는 느낌이다. 물을 마셔보고 심호흡을 해봐도 그 느낌은 나아지지 않았다. 의사가 내시경을 코로 밀어 넣어 목 안을 들여다봤으나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도 그의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위산이 식도로 올라오는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목 뒤가 깔깔하고 간지러울 수 있으니 위 내시경을 해보라는 의사의 권유에 이번에는 소화기 내과를 방문했다. 하지만 '고대하던' 질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CT도 찍어 봤지만 문제의 '찐 감자'는 없었다.
그는 병원을 돌고 돌아 결국 정신과에 왔다. 의사는 그간의 과정을 죽 들어보고 그의 최근 상황을 속속들이 캐물었다. 그제야 문제가 풀리기 시작했다. 일단 진단명은 '구형(球形) 히스테리'로 나왔다. 영어로는 'Globus Hytericus'이다. 실제 존재 하지 않는 공 모양의 물체가 목에 걸려 있는 느낌을 히스테리처럼 계속 느끼는 현상이다. 일종의 정신-신체화(化) 장애다. 정신적인 기능 변화가 신체 특정 부위 증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김씨는 최근 퇴직 위기에 놓였다.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소문이 그의 귀에도 들어왔다. 가장으로서 퇴직 후 가족을 어떻게 먹여 살릴지, 미래에 대한 걱정이 그를 짓눌러 왔다. 내성적인 성격에 이런 고민을 털어 놓지도 못하고 계속 끌어안았다. 그것이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그의 증상은 짓눌린 마음을 털어놓는 정신치료를 받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서 사라졌다. 감자는 인생 중년을 덮친 우울의 탄수화물이었던 것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와 갈등을 빚으면 병원에 가는 횟수가 늘어난다. 원래 지니고 있던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이 다시 도진다. 통증은 갈수록 심해진다. 이것도 일종의 정신-신체화 장애다. 의학적으로 어머니가 못 걸을 정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관절은 너무나 시리다. 꾀병은 안 아프면서 아픈 척하는 것이지만 이건 실제로 아프다. 정신의 아픔을 몸이 대신 과도하게 앓는 것이다.
예전의 권위주의 가부장제에서는 정신-신체화 장애를 주로 주부나 며느리가 겪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장과 시부모가 더 많이 걸리는 것 같다고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02/2009120201241.html 도움말=우종민 인제대 서울 백병원 정신과 교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doctor@chosun.com 입력 : 2009.12.03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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