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9. 12:55ㆍ常識
[NIE] 대지진 앞서 동물들 이상 행동…, 지진 예지력 주목, 곰과 뱀은 겨울잠서 깨고 메기는 물속에서 요동쳐
“지진파 미리 알아채거나 지구 자장의 변화에 민감”
동물들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지진을 미리 알 수 있는 걸까. 12일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하기 며칠 전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도로를 뒤덮고 이동하는 돌발 행동을 보였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두꺼비가 지진을 미리 알았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사건이다.
지진학자들은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날씨와 달리 지진은 현재 과학 수준으로는 발생 시기·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지진은 최고 600~700㎞의 깊은 땅속에서 발생하는 데다 수십 년에서 수천 년의 장기간에 걸쳐 준비된 현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지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게 지진 예측에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지진이나 자연재해를 미리 알 수 있을까.
◇ 동물은 ‘지진 예보관’
1970년 중반 독일의 과학자 헬무트 트리부치는 미국·유럽·중국·일본 등에서 178마리의 가축과 야생동물이 지진 전에 보였던 행동을 관찰한 뒤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진이 나기 전 가축들은 우리를 뛰쳐나가려 한다. 새들은 원을 그리며 날고, 겨울잠을 자던 뱀과 곰이 깬다. 깊은 바다 속 동물들도 물 밖으로 나온다.
방울뱀은 지진을 예측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체내에 0.001도의 온도 변화까지 느낄 수 있는 적외선 감지기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메기가 물속에서 심하게 요동치거나 깊은 바다 속에 사는 ‘심해어’가 잡히면 지진이 일어난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동물들의 지진 예지력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기원전 373년 그리스 지진 때 뱀·족제비 등이 지진 지역을 미리 빠져나갔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75년 2월 4일 중국 만주 하이청(海城) 지역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동물들이 수만 명의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 평소 날지 못하던 거위가 날아다녔고, 한겨울인데도 나비가 나와 얼어 죽었다. 당국자는 동물들의 이상 행동을 보고 강진이 곧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닥쳐 23만 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사고 지점 부근에 있던 야생 동물원의 피해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동물의 예지력은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가설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동물들의 예감을 믿기보다 과학적인 연구로 지진을 세밀히 예측하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 어떻게 미리 알까
동물들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초음파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학자들의 추정이다. 러시아의 동물학자 리츠네스키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한계는 16헤르츠(Hz)”라며 “하지만 대다수 동물은 8Hz의 낮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지진파를 미리 알아챌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도 지진이 일어나기 전 쥐가 날뛰며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지진 전자파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진이 발생할 때 생기는 기체가 동물들의 심리를 자극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교원대 생물교육학과 박시룡 교수는 “지진이 일어날 때 생긴 전기가 지하수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기체가 발생한다.”며 “이 기체가 지표면과 만나 만들어진 구름이 동물의 신경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자극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기 전 동물들이 생리·심리적으로 심한 불안을 느껴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장애를 ‘세로토닌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동물들이 지진으로 나타나는 지구 자장(磁場)의 변화를 잘 느끼는 것도 한몫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생각해 볼 문제
지진은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동물들의 예지력을 지진 연구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동물 행동 연구를 지진 예측에 적극 반영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87년부터 전국 각지의 지진관측연구소를 통해 수집한 가축과 야생동물 자료를 지진 예측에 참고한다. 또한 하이청 지진 예측 성공 사례는 7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지진 예측을 위해 동물 행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지진이 잦은 일본도 동물 행동 연구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일본 오사카대 지진 연구팀의 경우 메기 관측망을 전국 20㎞ 지점마다 설치해 지진을 관측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동물 예지력에 기반을 둔 지진 예측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http://news.joins.com/article/3160170.html?ctg=1201 중앙일보 장욱 기자 2008.05.27 01:05 입력 / 2008.05.27 02: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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