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law firm)

2009. 12. 8. 18:20法曺

국내 로펌원조는 김흥한·이태영 변호사의 ‘이&김’

1958년 국제변호사 1호였던 김흥한 변호사(2004년 작고)가 미국 유학을 하고 돌아와 이태영 변호사(1998년 작고)와 함께 서울 광화문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며 ‘이&김’이란 이름으로 영어식 간판을 내걸었다. 이것이 국내 로펌의 ‘원조(元祖)’인 ‘김·장·리’의 출발이다. 여성변호사 1호이자, 야당 정치인 고 정일형 박사의 아내였던 이 변호사는 나중에 김 변호사의 장모가 된다.

이 로펌은 5·16 직후 판사출신 장대영 변호사가 합류해 고시 합격 순서대로 ‘김·장·리’라고 이름을 바꿨다. 군사정부가 경제개방 정책을 펴면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 ‘김·장·리’는 호황을 누렸다.

1960년대 후반에 ‘김·신&유’로 발전한 김진억 변호사의 국제변호사 사무실이 업무를 시작했고, 1972년엔 국내 최대 로펌으로 성장한 ‘김&장 법률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김&장에 이어 이태희 변호사가 1977년 한미(2001년 광장과 합병)를 세웠다.

이후 로펌 업계가 기반을 갖추고 전성시대를 열게 된다. 그러나 로펌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김·장·리’는 2005년 ‘바른’에, ‘김·신&유’는 지난해 화우에 합병됐다. 최원규 기자 wkchoi@chosun.com 입력 : 2007.03.29 23:13

국내 1조4000억 시장, 6대 로펌이 절반 차지

로펌별 변호사 1인당 매출액 ‘김&장’ 11억, ‘율촌’ 6억 수준, 월급 5080만 원 이상은 150명, 매출·소득 등 공식지표 공개해야

한국의 로펌(법률회사)은 최근 10여 년간 급성장을 거듭했다. 8년 전과 비교할 때 전체 변호사는 3831명에서 8136명으로 약 2.1배 늘었지만, 최소 5명의 변호사로 구성되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3.2배나 늘었다. 국내 로펌 대부분은 법무법인 형태다. 3년 전 서울변호사회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추정한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1조3000억 원. 지난해 규모가 1조4000억 원대로 늘어났다고 가정하면, 6대 로펌의 전체 매출액은 7200억 원 정도(본지 취재 결과)로 추정된다.

변호사 수로는 불과 11.4%인 6대 로펌 변호사들이 전체 법률시장 매출의 절반을 가져간 셈이다. 대형 로펌들의 생산성이 얼마나 높은지, 왜 유능한 법조인들이 줄줄이 로펌으로 몰려드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 확연히 드러난 변호사 1인당 매출액

본지는 각 로펌 대표들을 상대로 반복 질문하고 경쟁 로펌들에도 재확인, 지난해 연간 매출액 윤곽을 잡아냈다. 그 결과 김&장은 3500억~3700억 원, 태평양 1000억~1100억 원, 광장 800억, 화우 500억, 세종 600억, 율촌 600억 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이를 각 로펌별 국내·외 변호사 1인당 매출액으로 환산해보면 김&장은 약 11억 원, 태평양은 약 6억5000만원, 율촌은 6억1000만원, 광장은 4억9000만원, 세종은 4억1000만원, 화우는 3억6000만 원 정도다. 이는 로펌의 수요자인 국내 30대 기업에 대해 물어 본 ‘지난해 가장 많이 애용한 국내 로펌’의 순서와도 일치한다.

◆ 월급 5080만 원 이상 변호사 150명

로펌의 높은 매출이 개별 변호사들의 고액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이 2005년 6월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뽑아내 그 해 9월 분석·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소득 6억960만원(월 소득 5080만원) 이상인 변호사는 150명이었다. 이중 김&장 소속 변호사가 114명(76%)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광장과 화우 변호사가 각 9명씩이다. 변호사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김&장이 급여 수준도 최고임을 보여준다. 김&장의 분야별 책임자급 변호사들은 수십억 원대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장은 “비용이 포함됐고 세금이 제외된 액수여서 실제로는 훨씬 적다”고 했다. 다른 로펌의 대표급 또는 간판 변호사들도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봉은 많지만 로펌 변호사들은 ‘일 벌레’다. 출근 시간은 있지만 퇴근 시간은 따로 없다. 저녁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가 밤 12시를 전후해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 대형 로펌들 ‘종합병원’ 탈바꿈

대형 로펌들은 ‘종합병원’처럼 변하고 있다. 복잡·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분야별로 상담하고 해결해주는 ‘토털(total) 서비스’를 위해서는 대형화·전문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로펌들은 ‘고문(顧問)’이란 직함으로 경제부처나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관세청 등에서 고위직을 지낸 다수의 인사들을 최근 들어 많이 영입했다.

관료 출신의 로펌행이 급증한 것은 2003년 현 정부가 ‘민간 근무 휴직제도’를 시행한 이후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민간으로 파견한 15명 중 10명이 5개 로펌(김&장 5명, 바른 2명, 태평양 1명, 세종 1명, 율촌 1명)으로 옮겼다.

관료 이외에 경제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한다. 구본영 전 OECD대사는 조지워싱턴대, 이석채 전 경제수석은 보스턴대, 조학국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고문들은 대부분 수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검찰의 요직을 지낸 거물급 인사들의 로펌행도 많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작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01년7월~2006년 8월) 퇴직한 판·검사들 중 16대 로펌으로 간 사람은 모두 347명. 판사출신(239명)이 검사출신(108명)보다 많다. 판·검사 출신의 로펌행은 2002년 22명, 2003년 20명, 2004년 16명이었으나 2005년 44명, 2006년 8월까지 48명으로 최근 들어 급증 추세다. 1999년 이후 퇴임한 대법관 16명 중 14명이 모두 로펌으로 갈 정도다.

◆ 고액 연봉의 그림자들

그러나 로펌들의 정확한 연간 매출이나 변호사 1인당 소득 등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이런 자료들을 매년 공개하는 선진국 로펌들과 달리 한국 로펌들은 자체적으로 공표한 적이 없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국내 로펌들도 이제는 전체 매출액과 변호사 1인당 수익, 파트너 변호사 1인당 매출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국내 로펌에 대해 ‘외국 자본을 도와주는 집단’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외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싼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먹튀’를 돕고 고액의 수임료를 챙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그러나 로펌 대표들은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 인수 때 재미를 본 경우가 간혹 있지만 손해를 본 외국기업들도 많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법률적으로 돕는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항수 기자 hangsu@chosun.com 입력 : 2007.03.29 23:11 / 수정 : 2007.03.30 01:06

김&장 5개 분야 독주 조세·공정거래 율촌이 1위

법률시장의 빗장이 곧 풀린다. 이르면 올해 말을 기점으로 외국 변호사들이 ‘외국법자문사’ 자격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계에서 출발, 제한 허용→일부 개방→완전 개방의 3단계로 진행될 전망이다. 짧게는 4~5년, 길어도 10년 정도가 예상된다. 변호사 수천 명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미국과 영국의 초대형 로펌(Law Firm)들이 우리 안방에서 토종 로펌들과 나란히 법률 서비스를 세일즈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시장 개방을 앞둔 우리 로펌들의 경쟁력은 어떤 수준일까? 이를 가늠하기 위해 조선일보 사회부 법조팀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3월 9일 기준) 법무팀을 상대로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기업 법무팀은 치열한 글로벌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로펌들의 가장 큰 소비자이자 냉정한 평가자라 할 수 있다. 설문에는 30대 기업 법무팀 전원이 응했다.

① ‘수임료는 비싸고 서비스는 불만’

국내 로펌의 수임료 수준에 대해 “싸다”고 답한 30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20개(66.7%) 기업의 법무팀이 “비싸다”고 평가했고, 2개사(6.7%)는 “지나치게 비싸다”고 불평했다. 30대 기업 중 무려 22개 기업이 수임료에 불만을 가진 셈이다. 수임료 수준이 적절하다는 기업은 7개사(23.3%)뿐이었다.

법률 서비스의 질(質)을 묻는 설문에는 4개사(13.3%)가 ‘100점 만점에 60점’으로 평가했고, 10개사(33.3%)는 70점을 줬다. 14개사(46.7%)는 80점을, 2개사는 90점을 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30대 기업의 평가를 평균하면 국내 로펌들의 서비스 수준은 100점 만점에 75점 정도였다.

국내 로펌의 ‘잘못(Malpractice)’으로 피해를 봤다는 기업도 7개사나 됐다. 이 중 5개사는 민사·조세·공정거래 관련 소송에서 로펌의 실수와 불성실로 손해를 봤거나 승소액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2개 기업은 인수·합병(M&A)·기업구조조정, 기업자문 과정에서 “로펌 때문에 고생했다.”고 답했다.

수임료와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향후 변호사 선임 때 외국 로펌으로 교체하려는 욕구로 이어졌다. “시장이 개방만 되면 지금 거래하는 국내 로펌을 외국 로펌으로 바꾸겠다.”는 기업이 30개 기업 중 5개사(16.7%)였다. “상황을 봐서 바꾸겠다.”며 조건부 교체 의사를 밝힌 경우는 19개사(63.3%)나 됐다. 국내 로펌을 계속 이용하겠다는 기업은 6개사에 불과했다. 30대 기업의 80%가 시장개방 즉시, 또는 점진적으로 외국 로펌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국내 로펌들로서는 가슴 철렁한 얘기다.

교체하려는 이유는 ‘서비스 불만족’(17개사), ‘비싼 수임료’(4개사) 순이었다. 서비스를 더 강화하고 수임료를 낮추지 않으면, 국내 로펌들이 외국 로펌과 경쟁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② 대기업들이 매긴 로펌 랭킹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 로펌은 업계의 예상대로 김&장이었다. 김&장은 ‘법조계의 삼성’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거의 전 분야에서 독주 양상을 보였다.

우선 “지난해 회사 관련 일을 가장 많이 맡긴 로펌이 어디냐”는 질문에 11개 기업이 김&장을 꼽았다. 태평양(6개사)이 2위였다. 광장과 율촌(각각 4개사), 세종(2개사)과 소명(1개사)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선호도는 작년과 달랐다. 향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분야에 관계없이 지금 당장 업무를 맡기고 싶은 로펌이 어디냐”는 설문 결과, 김&장과 태평양·광장은 선호도가 줄고, 율촌과 세종은 늘었다. 그 결과 로펌 선호 순위는 김&장-율촌-태평양-광장·세종 순으로 바뀌었다.

6 개 분야별 랭킹에서는 김&장이 ▲ 인수·합병(M&A) 및 구조조정 ▲ 해외진출 ▲ 지적재산권 ▲ 해외증권 발행 ▲ 형사 부문을 휩쓸었다. 그러나 김&장은 조세·공정거래 분야에서는 2위로 밀렸다. 이 분야에서 30개 기업 중 무려 19개사가 율촌을 1위로 꼽았다.

③ 대기업들 “이미 외국 로펌 애용”

30대 기업 중 최소 15개사 이상은 지난해에 외국 로펌에 업무를 맡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8개 기업은 국내 로펌에도 맡길 수 있는 업무였다고 답했다. 지난해 국내 로펌에 쓴 돈보다 외국 로펌에 지출한 비용이 더 많았다는 기업도 6개나 됐다. 기업들은 주로 해외로 진출할 때(6개사), 혹은 해외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거나(5개사) 기업 M&A와 구조조정을 할 때(4개사) 외국 로펌을 이용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가장 많이 맡긴 외국 로펌은 미국계 로펌으로 M&A분야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심슨 대처 & 바틀릿’과 ‘클리어리 고틀립’이었다.

④ 로펌 선택기준은 전문성과 인맥

로펌은 흔히 사람 장사라고 한다. 대형 로펌들이 전관(前官)으로 불리는 퇴임 판·검사, 국세청과 공정위, 관세청 출신 공무원들의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전략이 유효하다는 점이 이번 설문에서도 드러났다.

기업들은 로펌을 선택할 때 변호사의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기준은 해당 로펌이 보유한 관련 분야 인맥이었다. 업계 내 평판이나 수임료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 못했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선일보 사회부 법조팀은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개 기업 법무팀에 설문을 발송했고, 100% 회신을 받았다. 로펌의 고객들인 기업 법무팀들을 상대로 국내 로펌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한 것은 언론 사상 처음이다. 기업들은 로펌 평가에 가장 적합한 표본집단이다. 국내 로펌은 매출액·순이익 같은 기본 데이터가 베일에 싸여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언론이나 업계에서는 변호사 수로만 랭킹을 매겨왔다. 이길성 기자 atticus@chosun.com, 곽창렬 기자 lions3639@chosun.com 입력 : 2007.03.29 21:54

로펌의 새내기 변호사가 받는 연봉은 6000만~1억2000만 원 정도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한 이들이 첫 해 받는 돈은 대체로 6000여만 원에서 1억2000만원 사이(세전·稅前)로 알려졌다. 대부분 로펌은 소속 변호사의 초임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한 로펌 관계자는 “상위권 로펌 중엔 연수원 성적 우수자에게 1억 원 넘는 돈을 제시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 해 입사한 동기(同期) 변호사끼리는 급여 차이가 없지만, 2년차부터는 성과와 업무시간 등에 따라 보수가 달라진다. 로펌 변호사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높은 연봉뿐이 아니다. 체력단련비와 야간 근무 때 콜택시 비용도 지급된다. 보통 입사 후 4~5년이 지나면 외국유학의 기회를 준다. 학비와 생활비는 전액 로펌이 지원한다.

좋은 대우를 받는 만큼 노동 강도는 세다. 매일 자정 전후까지 야근하거나 주 7일 근무가 다반사다. 그래도 새내기 변호사들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비슷한 또래의 다른 친구들보다 두 세배의 보수를 받는데다, 7~8년이 지나 파트너(구성원) 변호사가 되면 수억~수십억원씩의 연봉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모기자 sungmo@chosun.com 입력 : 2007.03.29 23:12 / 수정 : 2007.03.30 07:10

국내로펌의 ‘성공한 女변호사’ 5인방

“남편보다 2~10배 더 벌지만 남편은 부러워 안 해요.”, 끈기·독기로 이 악물고 일해 이 자리에 올라, 실력이 통하는 로펌변호사, 여성에게 매력적, 일하는 엄마들, 자녀 교육문제 제일 어려워요.

그들은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았다. 오전 10시, 11시 회의가 있는 사람, 오후 2시 회의가 있는 사람, 심지어 자녀 학교 방문 날까지 겹쳤다. 국내 5대 로펌의 여성 변호사들을 최근 서울 남산 도서관 부근에서 만났다. 각 로펌의 대표 변호사들이 신참 여성 변호사에게 이들을 닮으라고 말할 정도로 ‘성공한’ 여성 변호사들이다. 남산 공원을 함께 걷던 이들은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가 단체 미팅을 했으면 좋겠다.”며 깔깔 웃었다.

◆ 성공비결? 아니 생존전략!

이들에게 ‘성공비결’을 물으니 “아직 성공한 변호사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생존전략’으로 질문을 정정해달라고 했다. 태평양의 황보영 변호사는 “로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도록 일해야 한다.”고 답했고, 김&장 법률사무소의 이지수 변호사는 생존전략으로 ‘끈기’와 ‘독기’를 꼽았다. 로펌의 1세대 여성 변호사인 이들은 막중한 책임감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세종의 문경화 변호사는 여성 변호사의 강점으로 ‘꼼꼼함’과 ‘성실함’을 들었다. 약점도 시인했다. “정보수집 능력은 좀 떨어지죠.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면 정신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요.” 황보영 변호사는 이런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여성 변호사는 집중력이나 체력이 약하지만,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광장의 이미현 변호사는 “로펌의 여성 변호사가 소수이다 보니 고객이 남자 변호사들은 기억을 못해도 여성 변호사는 기억을 한다.”며 “그것이 아마 유일한 장점일 것”이라고 웃었다.

◆ 여성 로펌 변호사의 매력

법조인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로펌 변호사가 된 이유로는 ‘전문성’이 꼽혔다. 이미현 변호사는 “우리 세대만 해도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기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이쪽은 어쨌든 사법시험만 통과하면 일거리는 주어진다.”고 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사소한 차이라면 남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실력에 따라 30점에서 90점까지 차이가 나는 분야에서 90점이 된다면 첫 번째로 선택될 수 있잖아요. 변호사 세계는 그래서 여성에게 매력적인 곳 같아요.”

이들은 하나같이 ‘고생한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화우의 이선애 변호사는 “고객들에게 원하는 결과를 성취해 줬을 때, 아직 판례가 형성되지 않은 새 분야의 주장이 법원에서 채택돼 판결문에 실렸을 때, 기존 법체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헌법 소송으로 해결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 그녀들의 약점은?

어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해결할 것처럼 당당하지만, 이들도 자식 문제만 나오면 한없이 약해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일하는 엄마의 문제죠. 공교육은 황폐화됐고 개별적인 해결책을 요구해요. 일하는 엄마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해지죠.”

이미현 변호사는 “낮에 집안일이 있으면 잠깐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사무실에 나가 밤늦게까지 일을 하면 된다.”며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 힘들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보통 퇴근시간은 밤 9시 전후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면 새벽 1~2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이들은 말했다.

◆ 그녀들의 남편

서울행정법원의 신동승 부장판사, 서울중앙지검의 강인철 부장 검사, 대법원의 김현룡 재판연구관, 안진회계법인의 권순원 전무(컨설턴트), 서울대 법대의 장승화 교수. 이미현·황보영·이선애·문경화·이지수 변호사의 남편들이다. 아내들 못지않게 자신의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수입은 로펌 변호사인 아내들에 미치지 못한다.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난다.

남편과 연봉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물었더니, 이들은 곤란해 했다. “서로 수입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따로 관리해요.”, “로펌 변호사의 경우 매년 연봉이 달라지기 때문에 몇 배는 되겠지만 정확히는 잘 몰라요.”

한 변호사는 “처음에는 남편과 월급차이가 거의 안 나서 ‘내가 왜 변호사 했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4~5년쯤 지나자 2~3배쯤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그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5명 중엔 연봉이 10억 원쯤 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여성 변호사들은 “남편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연봉이 많은 다른 직업의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그런 선택을 도와주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momof@chosun.com 입력 : 2007.03.29 22:07 / 수정 : 2007.03.30 09:12

“중국은 전 세계 로펌 각축장…, 뛰어야 생존”

亞최대 중국로펌 ‘진두’엔 변호사 485명, 기업불편 적극 챙겨주는 해외로펌 200개, 한국변호사들 현장 밀착 서비스 펼쳐야

법무법인 대륙의 중국대표처(중국 사무소)는 중국 경제수도인 상하이(上海)에서도 가장 발전한 지역인 푸둥신구(浦洞新區) 루자쭈이(陸家嘴) 금융중심지역에 있다. 대륙 사무실이 있는 포스코 빌딩에는 유명 기업과 로펌이 뒤섞여 있다. 캐논, 닛산 자동차, 포스코, 우리은행, 독일계 로펌인 로델 앤 파트너스(Rodel & Partners), 중국 로펌까지 다양하다.

지난 3월 중순 법무법인 대륙의 최원탁 변호사를 상하이 현지에서 만났다. 그는 “상하이는 비즈니스의 올림픽 경기장 같은 곳”이라며 “여기서 살아남으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하이 시의 변호사는 약 6000명으로 한국 전체 변호사(8100명) 수보다 조금 적을 뿐이다. 그는 “외국 변호사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변호사들이 상하이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런 엄청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변호사는 시간이 남으면 판례를 공부하지만, 중국진출 변호사는 고객 회사를 방문해 불편 사항이 없는지를 살펴본다는 것이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동안에도 최 변호사의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렸다. 그는 “제 밥벌이여서 안 받을 수 없다”며 양해를 구한 뒤 중국 판매법인을 설치하려는 한국 의류업체 관계자와 상담 날짜를 잡았고, 패션협회 강연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다.

전 세계 기업이 몰려든 중국 시장은 세계 로펌들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로펌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모두 154개. 홍콩계 로펌 58개까지 합치면 외국계 로펌은 200개가 넘는다. 미국 로펌은 모두 61개의 대표처를 중국 전역에 두고 있고, 영국 로펌과 일본 로펌이 각각 23개와 19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의 법무법인 광장·세종·태평양(베이징)·대륙(상하이)·굿모닝코리아(칭다오)도 수년 사이 중국에 진출했다.

최용원 변호사(세종·오른쪽)가 중국 북경의 사무실에서 조선족 변호사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의뢰한 자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세종의 최용원 변호사는 매일 아침 8시 30분까지 베이징 도심지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중국과 관련된 신문기사가 가지런히 정리된 상태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최 변호사는 어떤 한국 회사가 중국에 투자를 고려하는지 작은 기사라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읽는다. 한국 회사에 연락해 중국 투자와 관련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장래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출장도 잦다. 작년에만 지린성(吉林省) 창춘(長春),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 칭다오(靑島), 지난(濟南), 상하이(上海), 션전(深川) 출장을 다녔다. 중국 동쪽 해안을 중심으로 큰 도시의 땅은 대부분 밟았다.

김종길 변호사(태평양)는 “중국에서의 로펌 시장 경쟁이 한국보다 훨씬 다양하고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국내 로펌끼리 경쟁하지만 중국에서는 경쟁 상대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계의 홍콩 로펌 뿐 아니라 중국의 국내 로펌, 조선족 변호사들이 모여서 만든 조선족 변호사 사무소, 회계법인, 심지어는 브로커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변호사들이 중국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로펌은 아시아 최대 로펌인 진두(金杜) 법률사무소(King & Wood)다. 1993년 설립된 이 로펌은 소속 변호사가 2003년 280명, 2004년 360명, 지난해 485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10여 년간 아시아 최대 로펌임을 자랑하던 한국의 김&장(한국·외국 변호사 340명)을 가볍게 제쳤다. 중국의 한국 변호사들은 “진두가 1달에 1개꼴로 지역 로펌을 집어 삼켰다”고 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변호사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 관련 일이다. 법무법인 광장 중국 대표처의 오승룡 변호사는 “가끔 한국에 투자했다가 돈을 떼인 중국 기업 사건도 맡고 있지만, 전체 비율로 보면 20%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롯데백화점과 청호나이스가 중국에 진출한 일로 협상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중국 사람이 양보를 잘 안하기 때문에 협상이 힘든 경우가 많고, 밤을 새서 일하는 등 고생이 많았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전 세계 로펌들과 경쟁하고 있는 변호사들은 “외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한국 변호사들, 지금까지는 ‘에헴’하며 대접 받고,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일을 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이들은 “기업들이 나가는 곳마다 그 현장에 가서 기업들을 돕겠다는 정신으로 일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로펌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는 중국 법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로펌 변호사들이 자신의 업무와 사무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신은진 기자 momof@chosun.com 입력 : 2007.03.29 22:01 / 수정 : 2007.03.30 02:40

국내 로펌 생존 '무한경쟁' 예고

한ㆍ미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시한을 몇 차례 연장하는 진통 끝에 2일 최종 타결됨으로써 법률서비스 부문은 만만치 않은 개방의 파고를 맞게 됐다. 합의된 협상안에 따르면 국내 법률시장은 5년 안에 3단계 형태로 전면 개방될 예정이어서 로펌과 변호사들은 법률서비스에서 초대형 미국계 로펌과 생존을 놓고 '무한경쟁'을 벌이게 됐다.

◇ 법률시장 '지각변동'…, 생존 '비상'

국내 법률시장은 5년 내에 3단계 형태로 완전 개방된다. 협정 발효와 동시에 미국 법률회사는 국내에 사무실을 설치하거나 국내에서 미국법 및 국제공법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게 된다.

협정 발효 2년 이내에 국내 법인과 업무 제휴를 할 수 있고, 5년 내에 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동업ㆍ합작이 가능하다. 국내 변호사도 물론 고용할 수 있다. 다만 1단계 개방은 양국 국회에서 서로 비준한 이후에 가능해 구체적인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다.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던 국내 로펌들은 생존과 몰락의 '갈림길'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제껏 외국 변호사는 국내 변호사에게 관련 지식을 제공하거나 보충하는 보조업무를 할 뿐 독자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지만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사실상 무한 경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로펌들은 변호사 규모가 2천∼3천명에 이르는 미국계 대형 로펌의 공세에 맞서 외형 확대ㆍ전문성 강화ㆍ특화서비스 개발ㆍ틈새시장 확보 등의 생존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형 로펌은 이미 몸집 키우기와 특화된 서비스를 통한 틈새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장법률사무소를 비롯해 법무법인 화우, 광장, 태평양은 올해 송무 분야 강화를 위해 20∼30명의 변호사를 충원했다. 법무법인 '충정'은 다국적 기업이 주 고객이던 중소 로펌 '서울 로(law) 그룹'을 최근 인수 합병했으며, 중소 로펌 한결은 법무법인 '내일'과 합병했다. 화우는 태평양에 이어 국내 로펌 중 두 번째로 1일 일본 도쿄에 사무소를 개설했으며 로고스는 국내 로펌 중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베트남에 진출했다.

국내 로펌은 당분간 몸집 불리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차피 '정면 승부'는 승산이 적은 점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미국계 로펌과의 제휴ㆍ합작 모델 개발도 중요한 생존전략이 될 전망이다.

◇ "서비스 개선" vs "비용 인상" 엇갈려

법률시장 개방의 효과에 대해서는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비용이 인상되고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엇갈린다.

긍정적 측면의 입장은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로 발생하는 새로운 법률수요에 대해 국내 법조계가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토대로 한다. 따라서 '선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계 로펌이 진출해 국내 로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자연스레 서비스 수준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미국계 로펌의 국내 변호사 고용과 국내 로펌 합작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국내 로펌의 잔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역설적으로' 변호사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외국 로펌에 의한 국내 변호사 고용도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일부 '톱클래스' 변호사에 국한된 것인 만큼 전체 변호사의 고용 증가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변호사의 과잉 공급은 소송 확산이나 남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로펌과 변호사들이 미국에서의 노하우를 살려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은 집단 소송이나 의료 소송, 교통사고 소송 등을 적극 제기할 경우 자칫 소송 남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외국의 법률시장 개방

한미 FTA 타결로 외국의 법률시장 개방 사례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거래와 관련된 대부분의 자문과 분쟁이 영어로 이뤄지고 있고, 영미계 로펌은 조직과 경험, 자금력, 노하우 등에서 '절대 우위'라는 점에서 국내 로펌에는 '무서운' 존재다. 최근 OECD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로펌 중 1∼98위를 미국ㆍ영국ㆍ호주ㆍ캐나다 로펌이 차지했다.

외국의 개방 사례는 18년이라는 긴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장을 개방해 '수성'에 성공한 일본의 사례와 전면 개방으로 영미계 대형 로펌들에게 시장을 내어준 프랑스ㆍ독일의 사례가 엇갈린다. '준비 덜 된' 전면 개방은 법률시장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일본은 1987년 외국의 변호사에게 외국법에 국한된 자문 업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이후 1994년 제한적 동업을, 2005년 4월 전면 개방을 허용했다. 이처럼 18년에 걸쳐 10차례의 관련법 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한 덕분에 일본의 로펌들은 그 기간 규모를 키우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여전히 1∼5위권은 토종 로펌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시장 개방 후 로펌이 잇따라 합병되거나 해체되는 후유증을 겪었다. 영미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법률시장을 가졌던 독일은 1998년 전면 개방이 이뤄진 후 10대 로펌 중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미계 로펌에 흡수ㆍ합병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변호사 수가 2배 이상 늘면서 2002년의 경우 독일 변호사의 16%가 자격증을 반납하고 일부는 부업을 갖는 형편에 처했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프랑스는 시장을 완전 개방했다가 외국 변호사ㆍ로펌의 비중이 지나치게 늘자 개방을 제한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던 아픈 경험을 했으며 최근에는 영미계 로펌의 비중이 늘어 토종 로펌들이 고전 중이다.

중국은 외국 로펌의 국내 변호사 고용 및 합작을 불허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제한적으로 업무 제휴 및 합작을 허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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