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시대, 글로벌 법률산업

2009. 12. 8. 18:42法曺

FTA시대, 글로벌 법률산업 ‘빅뱅’

<1> 법률시장의 미국화

美법률업무 온라인 대행, 인도 마하슈트라 주 뭄바이 시의 법률업무 아웃소싱 전문 로펌인 팬지어3 사무실. 80여 명의 변호사와 정보기술(IT) 엔지니어들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세계 곳곳의 다국적 기업에서 의뢰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비즈니스맨들이 퇴근하면서 이들에게 e메일로 자료를 보내면 이튿날 아침 출근해 완성된 양식의 법률 서류로 받아 볼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던 지난달 21일 인도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마하라슈트라 주 뭄바이 시의 캄바타(Cambata) 빌딩 3층.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대학 도서관 열람실 같은 넓은 사무실에 줄지어 늘어선 책상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100평 규모의 사무실에 책상마다 5명씩, 80여 명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나란히 앉아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인도 변호사들과 정보기술(IT) 엔지니어들. 그러나 서울이나 홍콩의 변호사 사무실과는 달랐다. 비서실이나 접견실은 아예 없었다. 세계적으로 인도를 유명하게 만든 콜센터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이 회사는 인도의 법률 업무 아웃소싱 전문 로펌인 ‘팬지어(Pangea)3’.

○ 다시 하나의 대륙을 꿈꾼다

“팬지어란 오래전 지구상에 하나뿐인 원시대륙의 이름인 판게아(Pangaea)에서 따왔습니다. 우리는 대중교통으로 이어진 세계를 ‘팬지어2’라 부르고 인터넷과 텔레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진 세계를 ‘팬지어3’라 부릅니다. ‘팬지어3’는 경제와 노동과 고객들이 하나의 토대로 연결된 세상입니다.”

로펌의 이름부터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21세기 글로벌 법률산업을 상징하고 있다.

산자이 캄라니 공동설립자 겸 대표변호사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밀리언셀러인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를 거론하며 “우리는 그가 말하는 (평평한) 세상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팬지어3의 고객은 대부분 미국 유럽 일본의 다국적 기업들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 150개의 고객사 중에는 세계적 권위의 경제전문지인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된 기업이 25곳, 대형 로펌이 15곳이라고 한다.

2005년 12월 60명이던 팬지어3의 변호사는 현재 120명으로 늘었고 올해 말에는 300명을 넘어설 것이다.

아웃소싱 리서치 사이트인 프리즘닷컴(www.prismlegal.com)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이혼서류 등 단순 법률서류를 대행하는 업체부터 팬지어3 같은 복잡하고 민감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업체까지 모두 59개의 법률업무 아웃소싱 로펌이 인도에 있다.

여기에 속해 있는 변호사의 상당수는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국적만 인도일 뿐 미국법을 공부했고, 미국법을 직업의 수단으로 하면서 철저하게 미국법의 체제에 편입돼 활동하고 있다.

로라 루이스 오언스 변호사는 올 1월 15일자 내셔널 로 저널(The National Law Journal)에 기고한 ‘법률산업의 세계는 평평하다’는 글에서 “업무의 모든 단계에서 미국 변호사들은 IT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점점 커지는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근무하는 그가 콜센터 같은 뭄바이의 로펌에서 일하는 인도 변호사들을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법률산업에는 ‘국경’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은 미국법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 측은 분쟁 발생 시 미국법이 토대가 되는 국제 중재로 해결할 것을 명문화하자고 요구했다. 우리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번 FTA 합의사항 중 최대 독소조항이라고 비난하지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기업들은 투자 유치와 국제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법을 준거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 법률시장은 철저하게 미국계가 장악하면서 미국법이 점차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는 추세가 확연해지기 때문이다. 미국법이 바로 국제 거래 기준이 돼 버렸고, 미국 법정이 바로 국제 법정인 것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법률시장은 영미계와 독일계가 양분해 왔으나, 최근 독일계는 퇴조하고 미국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세계 100대 로펌 중에 미국계가 76개사, 영국계가 16개사라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호주계(5개)와 캐나다계(1개)까지 합치면 영미계 로펌이 세계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셈.

스티븐 마크 국제법학회 호주지회장은 “영어, 달러화에 이어 미국법이 글로벌화의 세 번째 축으로 부상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각종 법률자문과 분쟁 해결의 준거로 미국법을 활용한 데 따른 것이다. 위험관리와 편의를 위해 영어로 표현되면서도 기업 친화적인 미국법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채택한 결과다. 일례로 국제금융시장의 단일 기준은 다름 아닌 뉴욕주법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기업과 뉴욕 월가의 로펌들 간의 오랜 공생관계도 작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사의 경우 ‘데이비스 포크’ 로펌과 120년이 넘는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문재완(법학) 교수는 “다국적 기업의 성장과 확산은 미국법의 지배력을 훨씬 적극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한다. 다국적 기업의 세계적인 확산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라기보다는 결국 미국식 게임의 규칙을 좀 더 넓게 확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희대 이재협(법학) 교수는 “법의 글로벌화는 거꾸로 세계 경제법의 질서가 미국법 중심으로 단일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뭄바이=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세계 어디의 고객이든 최고의 법률서비스”

“예전에 미국 뉴욕의 글로벌 기업들은 변호사를 찾을 때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중시했다. 그러나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세계 어디의 고객이건 최고의 변호사를 최적의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로펌 ‘팬지어3’의 산자이 캄라니(사진) 대표변호사는 팬지어3가 세계의 기업들에 영어가 완벽하고 고용 비용이 저렴한 인도 변호사들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의 세계적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서 시니어 매니저를 지냈다. 뉴욕에서 미국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관련 비즈니스를 관리했지만, 인도에 돌아와서는 그들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돕는 셈.

캄라니 대표는 “고객사들을 알려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세계 5대 전자회사 중 두 곳, 5대 컴퓨터 회사 중 두 곳, 5대 인터넷 서비스 회사 중 두 곳이 고객”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우리는 기업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못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해 준다”며 법률산업이 이제는 국경을 초월한 하나의 시장임을 자세히 설명했다.

“뉴욕에 있는 로펌이 하나의 특허를 등록할 때 3만 달러를 받는다고 해 보자. 30개의 특허를 등록해야 할 회사가 30만 달러밖에 예산이 없다면 나머지 20개의 특허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특허 신청 한 건을 6000달러에 처리해 준다.”

캄라니 대표는 “나머지 12만 달러를 다른 용도로 사용해 성장한 기업은 당연히 더 많은 법률서비스를 요구할 것”이라며 “결국 우리는 시장 규모의 확대에 기여한다.”고 자랑했다. 그는 “한국의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도 우리의 특허 신청 서비스와 기업 전담 서비스를 이용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뭄바이=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2> 소송의 세계화

《세계적인 휴대전화 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특허를 갖고 있는 미국의 퀄컴 간 특허 계약은 9일 만료된다. 새 계약이 필요하지만 계약이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두 회사는 2005년 이후 특허권과 로열티(기술사용료)를 둘러싸고 ‘국경 없는 소송전쟁’을 벌이고 있다. 퀄컴으로 대표되는 CDMA 방식의 미국 진영과 노키아가 상징하는 유럽통화방식(GSM)의 유럽 진영이 차세대 통신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벌이는 다툼이다.》

○ 국경을 넘나드는 국내법=두 회사가 상대방을 제소한 기관은 미 샌디에이고 연방법원과 영국 독일 네덜란드 법원 등 다양하다.

여기에 미 반도체 회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브로드컴이 퀄컴을 상대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고 일본 NEC, 파나소닉도 퀄컴을 제소했다.

지난해 4월과 6월에는 국내 업체인 넥스트리밍과 씬멀티미디어가 각각 퀄컴을 제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공정위는 올해 1월 초 퀄컴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퀄컴을 둘러싼 첨예한 법률전쟁이 가히 전 지구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소송전쟁의 중심에는 각국의 내부 규제법인 ‘경쟁법’(한국의 경우 공정거래법)이 있다. 노키아 진영은 퀄컴을 견제하는 전략으로 각 국가의 국내법인 경쟁법 위반으로 제소하는 전략을 택했다. 일반적으로 국내법은 국경 바깥에서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는 각국의 경쟁법에 있는 ‘역외 적용 규정’을 활용한 소송 전략이다. 한국도 2004년 12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역외 적용 규정을 도입해 사실상 국제법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해 유럽과 한국에서는 모두 경쟁법이 역외 적용 규정을 갖고 있다. 역외 적용이란 외국 사업자의 행위라도 자국 시장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면 국내법인 경쟁법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경쟁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율촌 정영진 변호사는 “퀄컴을 둘러싼 소송전쟁은 각국의 국내법인 경쟁법이 다국적 기업의 소송 전략으로 사용된 경우”라며 “퀄컴의 특허권과 상대 국가들의 경쟁법 간 다툼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국경보다 민감한 법률시장

한국의 경쟁법 전문 변호사 A 씨는 지난해 9월 경쟁법 전문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글로벌 콤퍼티션 리뷰’에서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다. 당시 세계 2위의 구리 생산 회사였던 펠프스 도지가 팰컨 브리지라는 회사를 인수 합병한다는 내용이었다.

A 변호사는 곧바로 뉴욕의 로펌 디비보이스에 전화해 펠프스 도지를 대리하는 변호사를 찾았다. 그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의 신고를 대리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두 회사 모두 한국 시장에서는 이름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생소한 기업. 그러나 펠프스 도지는 A 변호사의 권유를 마다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한국의 공정위는 2003년 7월부터 순수한 외국 기업 간의 결합이라도 국내에서의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연간 매출이 30억 원 이상인 기업들에 이 규정이 적용된다.

이 규정의 적용 근거는 한 가지. 시장이 받는 영향이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인 이상 한국 바깥에서의 인수합병이라도 한국 시장에 비용 인상 같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펠프스 도지가 공정위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1억 원까지 과태료를 물 수도 있다.

한국의 공정위 같은 각국의 경쟁당국 또는 경쟁법은 이제 글로벌 기업들에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만들었다. 마치 ‘나비 효과’처럼 머나먼 나라의 조그만 법 규정 하나가 엄청난 소송전쟁에 휘말리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법률산업에 ‘국경’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도움 주신 분들

△ 로펌

△ 스텝토 & 존슨(미국 워싱턴) 리처드 커닝엄 파트너 변호사 △ 화이트 & 케이스(미국 뉴욕) 에릭 윤 파트너 변호사 △ K&L 게이츠(미국 로스앤젤레스) 제임스 리 파트너 변호사 △ 시어먼 & 스털링(홍콩) 이경원 카운슬 변호사 △ 시들리 오스틴(홍콩) 김도형 파트너 변호사, 알렌 김 파트너 변호사 △ 팬지어3(인도 뭄바이) 산자이 캄라니 공동대표변호사

△ 대학

경북대 법대 이봉의 교수, 경희대 법대 이재협 교수, 한국외국어대 법대 문재완 교수

△ 기업

프랑스 알스톰사 피에리크 르 고프 법무실장

△ KOTRA

인도 뭄바이 무역관 한상곤 관장, 김정현 과장

<3> 글로벌기업 사냥꾼들

“특허 없인 미래 없다”

국내의 한 대기업은 올해 초 특허의 중요성을 직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특허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서울 본사와 지방 공장 곳곳에 게시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특허괴물’들이 제기한 특허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특허괴물(Patent Troll)’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사용 금지 가처분을 허가하지 않는 새 판례를 내놓았다.

특허괴물로 알려진 머크익스체인지가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의 ‘즉시 구매(Buy it Now)’ 기능에 대해 2001년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머크익스체인지의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 이 소송에서 패소했으면 폐업 위기까지 맞을 뻔했던 이베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허괴물이란 실제로는 사용하지도 않을 특허를 사들여 모아 놓고 다른 기업들의 특허 침해만 문제 삼아 거액의 소송을 낸 뒤 합의금을 받아 내는 데 주력하는 일종의 특허 소송 전문 기업을 말한다.

○ 글로벌 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는 ‘특허괴물’

지난해 5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특허괴물을 봉쇄하는 새 판례를 내놓기 전까지 이른바 잘나가던 정보통신 기업들은 소송 한 번에 회사가 휘청거렸다.

미국 뉴욕 월가와 홍콩의 비즈니스맨들에게 필수품으로 꼽히는 무선 e메일 송수신기기 ‘블랙베리’가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블랙베리 서비스업체 리서치인모션(RIM)은 무선통신 특허를 보유한 NTP라는 회사의 특허 침해 소송에 6억125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주고 합의했다.

특허괴물들의 전형적인 수익구조가 바로 이렇다.

램버스, 아카시아 테크놀로지, NTP, 머크익스체인지 등 특허괴물은 특별한 생산라인이나 영업조직도 없이 특허 침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다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한 기업을 발견하면 곧바로 달려들어 합의금을 챙긴다.

유럽식이동통신(GSM)과 관련한 핵심 기술 특허 4200여 건을 보유한 미국의 인터디지털은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 등 세계적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2005년 노키아에 특허 소송을 걸어 2억5000만 달러의 특허료 지급 판결을 받아 냈고 2006년 9월 삼성전자도 인터디지털에 덜미를 잡혀 로열티 1억3400만 달러를 지불하라는 미국 법원의 중재 결정을 받았다. LG전자는 인터디지털과의 특허 분쟁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해 2억8500만 달러의 특허료를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 다시 괴물이 나타났다?

지난해 5월 미 연방대법원이 사용 금지 가처분을 불허하는 판례를 내놓으면서 특허괴물들은 손발이 묶였다. 그러나 업체들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실리콘밸리에 ‘괴물’이 출현했다고 보도했다. 이 괴물의 정체는 여전히 발명업체를 표방하고 있는 인텔렉추얼벤처스(IV).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기술부문 최고경영자였던 네이선 마이볼드 씨가 이 회사의 창립자다. 또한 인텔의 특허책임자였던 피터 뎃킨 씨가 IV의 매니징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뎃킨 씨는 인텔에 근무할 당시 특허괴물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허괴물에 괴롭힘을 당하던 대표적인 기업의 책임자들이 역사상 최대의 특허괴물로 의심되는 회사를 차린 셈. IV가 보유하고 있는 신기술과 특허는 3000∼5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셰인 로빈슨 HP 기술부문 최고책임자는 “IV야말로 거대한 특허괴물”이라고 의심했다. 특허괴물의 시장 교란에 괴로워하며 이들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특허괴물의 행태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해 시장을 위협하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보기술(IT) 업계의 대기업들은 IV를 특허괴물이라고 경계하면서도 IV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소니, 애플, 이베이, 구글 등이 IV의 지분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V에 4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36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소니와 필립스, 마이크로소프트, 톰슨, IBM 등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트러스트, 콘텐트가드, MPEG LA, 오픈 인벤션 같은 특허괴물을 사들였다.

IV의 창립자인 마이볼드 씨는 이러한 현상을 “벤처캐피털에서 발명자본(Invention Venture)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기업들 ‘특허 맵’으로 ‘괴물’ 방어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의 한 글로벌 로펌은 한국의 한 대기업에 ‘특허 마이닝(patent mining)’과 ‘특허 맵(patent map)’ 서비스를 제안했다. 소송을 막는 데 급급하지 말고 특허 전쟁에 사용할 무기를 만들어 내자는 제안이었다.

이 대기업은 미국 유럽 등지의 정보기술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현지의 경쟁업체 등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을 무마하느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시련을 겪고 있었다.

특허 마이닝은 어느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지식재산 가운데 특허가 될 만한 첨단기술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또한 다양한 첨단 기술들의 국내외 특허 등록 현황을 체계화한 것이 특허 맵이다. 특허 맵은 특허 전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작전 지도’에 해당한다.

글로벌 로펌 측은 바로 이 대기업에 빗발치는 해외의 특허 침해 소송에 끌려 다니지 말고 거꾸로 ‘특허를 특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라고 조언한 것. 이처럼 미국의 법률시장은 특허 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경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특허사건 전문가인 서울북부지법 윤종수 판사는 “특허괴물을 비난하던 기업들도 이제는 방어를 위해 실용화하지도 않을 특허를 등록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전략적으로 특허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4> 글로벌 로펌 생존경쟁

글로벌 메가로펌이 밀집해 있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전경. 뉴욕과 영국 런던의 메가로펌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시장 제패에 있어 창과 방패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계와 영국계의 양대 산맥으로 재편돼 있는 초대형 로펌들은 연간 매출액이 조 단위에 이른다.

“인터뷰했어요?”

“아니요. 곧 (전화)오면 해야죠. 부담스럽지만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응하라니까….”

지난달 26일 홍콩의 한 다국적 로펌 사무실에서 미국 변호사 A 씨가 동료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언론과의 인터뷰가 예정돼 있는 거냐?’고 묻자 A 씨는 책꽂이에서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 보여 줬다.

영국의 ‘체임버스 앤드 파트너스’사가 매년 펴내는 세계적 권위의 로펌 및 변호사 가이드인 ‘체임버스 글로벌 더 월드 리딩 로여스 2007’. 기업 인수합병(M&A), 국제중재 등 로펌의 업무분야별로 세계 최고 수준의 변호사들이 망라돼 있다.

체임버스 앤드 파트너스사에서 A 씨에게 다른 동료 변호사의 활동상황 등을 인터뷰하려는 것이었다. A 씨는 “이 책은 평가의 신뢰를 위해 세계 500대 기업 법무실과 라이벌 변호사들 인터뷰까지 꼭 반영한다.”고 소개했다.

○ 무한경쟁 불가피한 글로벌 로펌

또 다른 안내서인 ‘후즈 후 리걸’도 기업 법무를 25개 분야로 나눠 책을 낸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우리 회사의 서비스는 변호사를 찾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드립니다. 변호사에게서 엉터리 조언을 받게 될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은 더 중요한 일입니다.”

글로벌 로펌 변호사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한국 법률시장에서는 낯선 문화다. 이들의 경쟁은 이처럼 고객 앞에서 완전히 ‘벌거벗는’ 데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고객인 글로벌 기업의 압박도 이들을 무한경쟁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달 23일 미국의 저명 법률 포털사이트인 뉴욕로여닷컴(www.nylawyer.com)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자신들의 일을 대리하는 로펌 리스트를 물갈이했다”고 보도했다. 곧바로 미국 뉴욕과 홍콩이 술렁였다.

기사 내용은 2004년 브래킷 데니스턴 GE 법무실장이 ‘젠원(Gen one)’이라는 이름으로 작성해 GE의 모든 법률 업무를 맡긴 140개의 단골 로펌 리스트가 확 바뀐다는 것. GE가 2년간의 실적과 이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단골들 중 44곳을 솎아 내고 12개의 새로운 로펌을 받아 108개의 로펌으로 ‘젠투(Gen Two)’를 구성했다는 내용이었다.

홍콩의 기업변호사들은 “GE는 정말 변호사들을 쥐어짜는 기업이지만 고객 측면에선 로펌이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에 엄격한 것이 정상”이라며 “우리도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 뉴욕과 런던의 차별화된 대응전략

글로벌 로펌들은 다국적 기업 및 투자은행들의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국제적인 투자분쟁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거쳐 스스로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해 왔다. 법률 서비스는 상품이 됐고 이제 법률가들은 비즈니스맨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극한 경쟁을 견뎌 내는 대응전략은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간에 크게 다르다.

미국 로펌들은 새로운 시장 진출이나 로펌끼리의 M&A를 꺼린다. 이들은 뉴욕에 본사를 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세계 3대 투자은행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큰 거래’를 따내는 데 유리하다. 안정된 내수 시장이 기반인 셈.

일례로 195명의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는 M&A 전문 로펌 ‘왁텔 립턴’은 2004년 변호사 1인당 수익이 세계 최고인 181만5000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9억여 원)였다. 메가로펌의 영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볼트닷컴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왁텔 립턴은 세계 최고 로펌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매직 서클(슬로터메이, 프레시필즈, 앨런오브리, 링클레이터스, 클리퍼드챈스)’로 불리는 영국의 초대형 로펌들은 슬로터메이 한 곳을 제외하면 해외 사무소가 모두 25개 이상이다. 유럽 통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나라의 로펌을 M&A하며 성장해 왔기 때문에 미국 로펌보다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 변호사의 비율이 높다.

DLA 파이퍼 런던사무소의 김경화 파트너 변호사는 “영국 로펌들의 현지화 전략이야말로 진정한 세계화”라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로펌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법률시장을 전면 개방하게 되면 한국 시장을 장악할 로펌은 미국계 로펌보다는 뉴욕에 사무소를 둔 영국계 로펌들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온라인 클릭…, 전문가 6만 명과 만나세요.

서울의 한 국내 로펌에서 근무하는 변호사 A 씨는 지난해 11월 거슨레먼 그룹(www.glgroup.com)이라는 다국적 컨설팅회사에서 법률 자문에 응해 주기를 바란다는 e메일을 받았다.

“우리 회사가 인터넷 모 포털사이트의 지분을 일부 가지고 있는데 한국의 뉴스포털서비스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 관련법과 제도도 점점 엄격해지는 것 같은데 지분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투자를 철회해야 하는가?”

거슨레먼 그룹의 고객 중 미국의 한 사모투자펀드사가 한국의 모 포털사이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는데 자문에 응해 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A 변호사는 2시간가량 조사를 해 본 뒤 이 펀드 관계자에게 전화로 “해당 포털사이트도 뉴스서비스 개선에 주력하고 있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를 계속해도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거슨레먼 그룹은 법률 분야뿐 아니라 회계 및 금융, 에너지 산업, 부동산, 의료 등 세계 첨단산업 분야별로 7000∼6만 명의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고용한 다국적 온라인 컨설팅회사.

세계 각지의 기업들 또는 투자자들이 회사 운영이나 투자와 관련한 전문적인 의견을 물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자문할 수 있도록 주선해 준다. 수요자와 공급자에 관한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이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결혼정보회사’ 비슷한 신종 법률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A 변호사는 자문에 응한 뒤 1주일쯤 지나 자문 수수료를 계좌로 송금 받았다.

물론 글로벌 로펌들은 이 같은 중계서비스를 활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A 변호사는 “고객으로서는 전문적인 정보와 경험을 갖춘 대형 로펌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자문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도움 주신 분들

△ 로펌

△ ALMT Legal(인도 뭄바이) 아난잔 미터 파트너 변호사 △ DLA 파이퍼(영국 런던) 김경화 파트너 변호사, 박재우 변호사 △ 심프슨 새처 & 바틀릿(홍콩) 박진혁 파트너 변호사, 손영진 파트너 변호사, 패트릭 J 너튼 파트너 변호사, 최충인 변호사 △ 클리어리 고틀리브 스틴 & 해밀턴(홍콩) 한진덕 파트너 변호사, 이용국 파트너 변호사 △ 화이트 & 케이스(미국 워싱턴) 마이클 퀴글리 파트너 변호사

△ 대학

서울대 법대 장승화 교수, 연세대 법대 노정호 교수

△ 로스쿨

인디애나로스쿨(미국 인디애나 블루밍턴) 알프레드 아이히만 전 학장

△ 기업

삼성전자(인도 델리) 오석하 전무(인도법인장)

성원코오퍼레이션(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리처드 리 부사장

하나여행사(인도 뭄바이) 박정희 사장

△ KOTRA

인도 델리무역관 기세명 관장, 박민준 과장

홍콩무역관 신환섭 관장, 박은균 과장

<5> 사내 변호사군단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인 ‘구글’이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인수를 추진하던 지난해 10월. 세간에서는 “구글의 성장이 유튜브의 저작권 침해 문제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그러나 구글의 최고법무책임자(CLO)인 데이비드 드러먼드 부사장은 “법률적 검토 결과 얻는 게 잃는 것보다 많다”며 16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인수 건을 밀어붙였다. 한 식구가 된 구글과 유튜브는 최근 바이아컴으로부터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10억 달러의 소송을 당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드러먼드 부사장이 법적인 지식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거액의 소송에도 눈 하나 깜짝 않는 구글에 대해 투자회사인 UBS의 벤저민 스케처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거침없는 대응은 비즈니스에서 법적 분쟁의 해결방식을 잘 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법을 아는 기업과 모르는 기업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 중심에는 기업에 소속돼 활동하는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들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사내법무팀이 ‘로펌 간 경쟁에서 밀린 변호사들의 피난처’라는 인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사내변호사는 이제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전위부대로 그 힘을 키워가고 있다.

○ 로펌보다 큰 사내법무실

다국적 기업들의 사내법무팀 규모는 웬만한 중견 로펌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씨티그룹이 거느린 사내변호사는 무려 1500명.

‘2006 인사이드 카운슬’ 조사에 따르면 GE(1164명)와 엑손모빌(600명), 도이체방크(442명) 등 사내변호사가 100명 이상인 기업은 79개에 이른다. 세계 1위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조차 사내변호사가 10명이 되지 않는 한국 기업의 실정과는 크게 다르다.

8000개 회사 내 2만 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미 사내변호사협회(ACC)의 규모도 해마다 커지는 추세.

기업법무실의 ‘몸집 불리기’는 2002년 7월 미국에서 사베인스-옥슬리법이 제정돼 기업 투명성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가속화됐다. 엔론과 월드컴의 회계부정 사건 이후 기업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점, 소송 규모가 커지는 점 등도 영향을 미쳤다. GE는 거의 모든 결재서류에 법무 담당자의 서명란이 있을 정도다.

과거 제약회사와 보험, 금융 분야에 몰려 있던 사내변호사들의 활동이 최근 각종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정보기술(IT) 분야 등으로 확대되는 것도 특징이다.

글로벌 로펌인 화이트&케이스의 마이클 퀴글리 변호사는 “로펌 변호사는 사내변호사의 회사 충성도나 업무 효율성, 회사의 경영방침에 대한 이해도나 기밀정보의 접근성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법이 무기다

한국IBM 법무실의 데이비드 워터스 상무는 거래 계약서를 검토할 때 중국 상하이(上海)나 싱가포르에 있는 선배 변호사들에게 수시로 자문한다. 본사를 포함한 전 세계 IBM 지사 소속 변호사들이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놓은 정보도 참고한다. 워터스 상무는 “해외에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선배 변호사들의 글로벌 노하우를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글로벌 법률 네트워크는 사내법무팀 강화에 주력해 온 대기업들의 최대 강점 중 하나. 국경을 넘나드는 인수합병(M&A) 건의 경우 각국에서 축적한 정보와 조언들이 총동원된다. 극비리에 업무가 추진되는 초기 단계에는 외부 로펌을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내변호사의 의견은 더 빛을 발하게 된다.

씨티그룹이 멕시코의 바나멕스 은행이나 ABN암로의 사업 일부를 인수할 때에는 이들 은행이 진출한 각국의 씨티그룹 소속 변호사들이 총동원됐다.

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사내변호사들의 준비는 철저하다. 지난해 열린 유럽 사내변호사 법률포럼에서는 ‘미국-유럽 간 반독점법 적용의 차이’나 ‘유럽 각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 관련 법률업무’ 같은 해외업무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유럽 사내변호사들은 2002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업무의 절반 이상이 국경 밖의 일”이라고 답변했다.

○ 변호사에서 기업가로

사내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이들의 위상과 권한도 크게 달라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봉 규모가 ‘상위 100위’에 포함된 사내 법률고문들의 평균연봉은 90만6820달러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이들은 수시로 최고경영자(CEO)에게 직보하고 중요 경영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기업윤리 차원에서 사회공헌 사업까지 법무실이 담당하고 있다.

한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지역담당 법무실 임원은 “사업성이 있어도 세금이나 법적 문제 때문에 투자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펼칠 때에는 우리가 가장 먼저 투입된다.”고 말했다.

법적 안정성만 중시하던 소극적, 방어적 업무패턴을 벗어나 공격적인 투자를 지지하는 비즈니스형 변호사들도 많아졌다. 올해 초 내셔널 로 저널은 “기업법무실이 ‘외딴 섬’으로 소외되던 시절은 지났다”며 “사내변호사들은 이제 CEO와 함께 해외경영 확장을 위해 출장을 가고 투자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법률가 CEO 전성시대

미국의 건축자재 유통업체 홈데포가 올 1월 프랭크 블레이크 부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을 때 미국 언론들은 “또 한 명의 변호사 출신 CEO가 탄생했다”고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변호사 출신이 글로벌기업 리더의 자리에 속속 오르는 것은 ‘사내변호사’의 역할 강화와 맥을 같이하는 현상이다. 지난해 말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상장기업 1000개 중 69개 회사가 법대 출신 CEO를 두고 있다.

이 중 35%가 최근 5년 사이에 CEO 자리에 올랐다는 점은 최근 그 수요가 부쩍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회장은 미국 올버니 법대를 수석 졸업하고 1970년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수석보좌관과 넬슨 록펠러 부통령의 고문 변호사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후 뉴욕의 한 로펌에서 11년간 일했다. 2000년 타임워너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1650억 달러 규모의 아메리카온라인 합병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공로로 다음 해 CEO가 됐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제프리 킨들러 CEO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 윌리엄 브레넌 대법관 밑에서 일했고 워싱턴 소재 로펌 근무를 거쳐 GE에서 사내변호사로 일했다. 각종 특허분쟁과 수천억 원대 제약 관련 소송이 잇따라 그의 입지는 나날이 탄탄해지고 있다.

그 밖에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도 각각 조지타운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다.

각종 법률문제와 까다로운 규제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뿐 아니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주주들의 문제 제기를 더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강점으로 꼽힌다.

법과 경영은 결국 같이 가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미국의 주요 대학들이 경영대학원과 로스쿨의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한 것도 ‘법률가 CEO’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아직은 한계도 많다. 법적 안정성과 분쟁 예방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이사회나 경영진과 출동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CEO매거진의 마이클 존스 편집장은 “법무실에 틀어박혀 있기만 하고 수익 극대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서툰 변호사도 많다”고 꼬집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6> 美 로스쿨

◀ 미국법 교육의 산실 미국 하버드 로스쿨의 랭델 하우스 전경. 초대 총장인 크리스토퍼 랭델의 이름을 땄다. 미국의 로스쿨들은 세계 시장을 통합해 가는 미국법의 진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가 우리의 강의실입니다(The World is our classroom).”

하버드 로스쿨의 학교 소개 자료에서 엘레나 케이건 학장은 하버드 로스쿨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말은 동시에 미국의 로스쿨 전부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다. 2005년 9월 미국의 인터넷 법률저널인 아메리칸로여닷컴에 따르면 그루지야의 정치 지도자들부터 이탈리아 다국적 기업 최고책임자, 일본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 대만의 정부 및 법조계 고위 관리들이 컬럼비아 로스쿨을 비롯한 미국의 유명 로스쿨 동문들이다. 모국으로 돌아간 미국 로스쿨 졸업생들은 자기 나라의 경제 개혁에 미국식 모델을 적용하고, 통상 분쟁이 벌어지면 미국의 로스쿨 동문에게 전화를 건다. 기업을 운영할 때에 로스쿨 교수의 대화식(1800년대 하버드 로스쿨에서 생겨난 일명 소크라테스식 강의법) 강의 경험을 떠올리는 건 기본이다.》

▽ 세계 경제의 만국 공용어를 가르친다?

이쯤 되면 아메리칸로여닷컴이 “미국 로스쿨이 세계를 지배한다(They Rule the World)”고까지 ‘큰소리’치는 것을 그저 과장된 것이라고 넘기긴 어렵다.

미국의 거대한 글로벌 로펌과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 경제의 주요 축이자 사실상 미국법의 전도사들이다. 이들과 협력하건 갈등하건 간에 모두 미국법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미국법적인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2001년 타임지는 “미국법 위주의 계약 관행과 기업 회계,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미국식의 법률지식은 많은 비(非)미국 학생이 미국에서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서 국제 거래에 참여할 때 높은 경쟁력을 갖게 해 준다”고 지적한다.

컬럼비아 로스쿨 한국법연구소장을 지낸 노정호 연세대 법대 교수는 “미국 로스쿨에는 ‘세계화’라는 구호가 없다. 미국 로스쿨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경제의 요구를 유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로스쿨의 교육 내용 자체가 세계화의 한 현상인 탓이다.

노 교수는 “정보기술(IT)과 법, 경제와 법 같은 학제 간 강의들은 미국의 로스쿨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개설된 강의”라고 덧붙였다. IT 산업의 급격한 팽창과 관련한 법률 수요, 경영과 경제영역으로 지평을 넓혀 가는 법률의 최신 트렌드를 미국의 로스쿨은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과정에 반영했다는 얘기다.

미국 로스쿨들은 지향의 다양성도 강점이다. 컬럼비아대는 국제공법과 회사법, 뉴욕대는 세법, 조지타운대는 국제통상법이 강하다. 최근에는 로스쿨을 냉정하게 보자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유학생들은 주로 미국에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JD(3년) 과정이 아니라 LLM(1년) 과정에 몰린다. LLM 과정은 본래 JD의 심화 과정이었으나 최근에는 유학생들이 ‘로스쿨 간판’을 따는 경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로스쿨이 학위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 한국, 선택의 여지 있나

한국에서는 미국식 로스쿨 제도의 도입이 늦어지고 있지만 이미 미국 로스쿨 교육의 영향력 안에 들어서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 등 재판 당사자들에게 전해지는 법률문서의 효력을 판단하기 위해 한국의 판사들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변호사들의 조언을 받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2008년 말경부터 3단계로 법률시장 개방이 이뤄지고, 1단계로 2년 안에 미국 변호사들은 국내에서 미국법과 국제공법의 자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법조인들의 미국법 연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들은 “한미 FTA 체결에 즈음해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결국 미국식 분쟁해결을 둘러싼 논란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 미국 변호사는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기 위한 미국식 법률 교육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법률가 공저객임 강조… 공공기관서 실습 의무화 ▲

윌리엄 앨퍼드 하버드 로스쿨 부학장은 미국 법학계의 동아시아통으로 꼽힌다. 청나라 법률체계를 강의할 정도다. 건네받은 명함 한쪽에는 ‘安守廉(안수렴)’이라는 한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안전함과 정직함을 뜻해 법률가에게 꽤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말했다. 최근 앨퍼드 부학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 1990년대 이후 법률이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은데…

“최근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로펌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이다. 법의 중심이 정의 구현에서 산업으로 옮겨 가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게 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로펌에 있든 기업에 있든 변호사는 특별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5년 전부터 ‘공공 분야 변호사 코스’란 필수 코스를 만들었다. 변호사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코스는 최소 40시간을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도록 요구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학생들이 평균 320시간을 이 코스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 법률산업의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는 이상적인 법률가의 모습은…

“법률가는 세계화에 있어 국가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때가 많다. 가령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변호사를 앞세운다. 특정 단체들이 중국 정부의 인권 환경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할 때도 변호사들이 필요하다. 변호사들이 세계화의 첨병이다.”

― 미국법이 세계 시장을 통합하고 있는데…

“경제 분야에서 미국 법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미국 법은 ‘아주 강한 엔진’이다. 미국 로펌과 투자자들의 대형화와 글로벌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식 로스쿨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 미국 로펌들이 한국 법률 시장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한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다. 한국의 교역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엄청난 경제 발전의 스토리도 담고 있다. 시장을 넓히는 작업은 미국 로펌들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인데 이것은 계속될 것이다.”

― 한국의 로스쿨 도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언한다면…

“미국 로스쿨 교육이 굉장히 능동적이며 현실 밀착형이라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인터내셔널 로 워크숍’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다른 학교 교수가 자신의 글을 가지고 강의하면 학생들이 매주 비평한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논평에 놀라고 고마워한다. 또 미국 로스쿨들은 법에 대해 상당히 넓은 시각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려고 한다. 그냥 케이스만 읽는 게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쟁점들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7> 한국 법률시장

“한국의 로펌들은 이제 ‘한국 로펌’이란 생각을 버리고 한국에 거점을 둔 다국적 고객을 서비스하는 로펌으로 변해야 한다.” 시들리 오스틴(홍콩)의 동아시아 지역 책임자인 알렌 김 변호사의 이야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개방의 파고를 맞게 된 한국의 법률 시장은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본보는 11, 12일 글로벌 로펌 4곳의 동아시아 지역 책임자와 국내 로펌의 국제중재 전문가 등 5명에게 한국의 기업 업무 담당 변호사 및 로펌이 갖춰야 할 경쟁력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 “이제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심프슨 새처 & 바틀릿(홍콩)의 박진혁 변호사는 한국 시장의 전망을 묻자 중국 이야기를 꺼내며 한국 로펌의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중국이 (법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은 아시아 법률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그러나 이제는 흐름이 중국으로 옮겨 가고 있다.”

중국은 투명성과 법정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글로벌 로펌들 사이의 기본적인 인식.

그러나 박 변호사는 “중국은 한국만큼 규제가 많지만 경제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인구도 많다”고 평가했다. 투자자 처지에서는 한국에 비해 매력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적지 않은 법률 리스크를 지면서도 중국을 선택하는 이유는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비용과 수익을 비교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더 큰 수익이 보장된다면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박 변호사는 전망했다.

△ ‘토털 솔루션’이 중요하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에게 법률 지식의 제공은 기본”이라며 “한국의 변호사들도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많은 한국 변호사가 법률서비스가 법률 지식에 국한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 인수합병(M&A) 계약에서 순수한 법률 쟁점은 2∼3%밖에 없다. 법률 이슈는 경제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뭘 양보하고 뭘 확보해야 하는지 고객이 물을 때 법률 이슈에 대해서만 말해 주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 변호사도 “법률의 내용만을 조언해 주는 것으로는 고객의 주문을 충족시킬 수 없다. 포괄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으려면 고객의 산업 분야에 관한 이해와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법률 지식은 기본이며 국제적인 감각과 다른 국가, 다른 문화 등에 관한 이해도 갖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클리어리 고틀리브 스틴 & 해밀턴(홍콩)의 한진덕 변호사는 전문 분야인 기업공개(IPO)를 예로 들어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서의 채권, 주식 발행 업무에서 주식 인수 계약서들의 준거법은 모두 뉴욕법 아니면 영국법”이라며 “한국 로펌에도 미국법에 관한 의견서를 낼 수 있는 변호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미국 시장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한국 시장, 서둘러 들어갈 생각 없다

미국의 인터넷 법률저널 로닷컴은 6일 “한국 시장이 가능성은 있지만 한국 시장이 모든 이에게 열려 있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한국으로의 확장은 신중해야 한다.…개방되자마자 세계 100대 로펌이 진출한 중국과는 많이 다르다.”

화이트 & 케이스(뉴욕)의 에릭윤 변호사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한국은 비용이 많이 드는 도시다. 특히 직원들의 월급과 사무실 임차료가 그렇다. 한국 로펌의 수익률은 최상위권의 미국, 영국 로펌들에 비해 떨어진다. 이것은 평균적인 한국 로펌들이 구조조정을 해 수익률을 높이기 전에는 국제적인 로펌들이 한국 로펌들을 합병 대상으로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박진혁 변호사는 이런 환경일수록 한국이 먼저 글로벌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한국의 M&A 시장에 거래가 많았지만 그런 기간은 지났다. FTA 이후 한국이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를 원한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한국은 시장이 작아서 이미 포화상태다. 결국 성장 원동력은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초대형 글로벌 로펌의 한 해 매출보다도 규모가 작은 한국의 소송 시장을 지키는 데 급급해한다면 한국 로펌의 글로벌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한국의 가능성, 아시아 분쟁 해결의 허브

김갑유 변호사는 “한국은 한미 FTA 체결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SD)가 도입되면서 FTA나 양자투자협정(BIT)에 관련된 국제 중재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국제 중재가 가장 활발한 나라의 하나로 부각돼 있다는 것.

김 변호사는 “이미 한국이 보유한 국제 중재 분야에서의 경험과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등의 이점은 한국이 아시아 지역의 국제 중재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대형 로펌들이 아시아 지역 로펌들 간의 연대와 블록화를 주도할 수 있는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김갑유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태평양(배 김 & 리) △ 국제중재 전문 △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LLM) 졸업, 뉴욕 주 변호사

○ 알렌 김 파트너 변호사

△ 시들리 오스틴(홍콩) △ 국제중재·통상 전문 △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JD) 졸업.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 박진혁 파트너 변호사

△ 심프슨 새처 & 바틀릿(홍콩) △ 국제 인수합병(M&A) 전문 △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JD) 졸업, 뉴욕 주 변호사

○ 에릭 윤 파트너 변호사

△ 화이트 & 케이스(미국 뉴욕) △ 미국 유럽 시장 국제금융 전문 △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JD) 졸업, 뉴욕 주 변호사

○ 한진덕 파트너 변호사

△ 클리어리 고틀리브 스틴 & 해밀턴(홍콩) △ 국제 기업공개(IPO) 전문가 △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JD) 졸업, 뉴욕 주 변호사

한국 로펌 대응은? “한국 로펌, ‘고객’과 ‘인재’를 잡아야 산다.”

본보의 인터뷰에 응한 글로벌 로펌의 변호사들은 법률시장 개방을 앞둔 한국 로펌에 집중해야 할 두 가지로 고객과 인재를 꼽았다.

박진혁 변호사는 “로펌의 경쟁력은 실력이 얼마나 있느냐와 어떤 고객을 확보하고 있느냐 이 두 가지가 전부”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로펌들이 영향력 있는 고객을 확보하면서 크게 성장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예를 들어 ‘설리번 크롬웰’ 로펌은 원래 유명하지 않았으나 골드만삭스를 고객으로 끌어들이면서 크게 성장했다. 또한 ‘데이비스 포크’는 모건스탠리, ‘심프슨 새처’는 JP 모건이라는 크고 우수한 고객과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했다.

김갑유 변호사는 “첫째는 고객에 대한 관계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고, 둘째는 변호사 리크루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알렌 김 변호사는 “한국 로펌들은 리더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강한 조직을 만들려면 리더와 구성원 모두 조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미래의 성공에 따른 소득의 분배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릭 윤 변호사는 “고객에게는 로펌의 국적이 아니라 서비스의 질과 가격이 중요하다. 글로벌 로펌들은 점점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한국 기업과 금융사들에 효율적이며 필수적인 시야와 깊이를 갖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모의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게 글로벌 로펌 변호사들의 생각이다.

박진혁 변호사는 “한국의 5대 로펌은 당분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미국 법률사무소가 서울에 소규모 지사를 설립해서 그 사무소를 통해 몸집을 불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 로펌들이 서울에 들어올지의 문제는 한국의 시장이 얼마나 커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규모 로펌들은 몸집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의 법률시장이 개방됐을 때처럼 토종 로펌들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규모를 키운 로펌들은 살아남았다.

클리어리 고틀리브(홍콩)의 한진덕 변호사는 “법률시장이 곧 개방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15년 전부터 있어 왔던 것”이라며 “한국 로펌들이 뭔가 준비를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벌써 충분히 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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