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P·LCD TV

값비싼 PDP·LCD TV, 무상 수리 기간은 업체 마음

2004년 초 약 800만원을 주고 40인치 LCD TV를 산 ○ 씨는 얼마 전 TV가 고장 나 가전업체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화면에 검은 얼룩 줄이 세로로 생기는 고장에 대해 업체는 LCD 패널을 교체해야 한다며 200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LCD와 PDP TV의 경우 구입 후 1년까지만 무상으로 수리를 해주는데, ○ 씨의 경우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유상수리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PDP·LCD TV 판매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 상담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무상수리가 가능한 품질보증기간이 소비자 피해 보상 규정에 브라운관은 4년, 핵심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TV 부품은 4년으로 돼 있지만 PDP·LCD TV는 따로 규정이 없어 소비자들과 업체 사이에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체들은 PDP·LCD TV를 일반 TV와 똑같이 1년간 무상 수리해주고 있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PDP TV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은 10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5건에 견줘 85%나 급증했다. LCD TV 피해 상담도 같은 기간에 76건 접수돼 전년 동기의 43건에 비해 76% 급증했다.

소보원 김기범 공산품팀장은 “PDP·LCD TV와 관련한 소비자 상담 가운데 품질보증기간이 지나 유상수리를 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빚어지는 분쟁이 많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난 월드컵 때 이 TV들을 구입한 소비자가 많아 무상 수리기간인 1년이 되는 내년 5월 이후에는 소비자 상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요즘 TV 유통시장에서 PDP·LCD TV가 금액으로는 80% 정도, 판매대수로는 50%를 웃돌 만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적정한 품질보증기간이 정해져야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단체들은 PDP·LCD TV의 품질보증기간을 브라운관 수준으로 길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정자 실장은 “PDP·LCD TV는 고가인 데다 아직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 구입한 지 오래 되지 않은 제품도 고장이 잦다”며 “품질보증기간을 3년으로 하자는 게 우리 단체 의견”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정경제부가 PDP·LCD TV의 품질보증기간을 정하기 위해 가전업계와 소비자단체, 관련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LCD TV의 패널에 한해 2년 또는 작동시간 5천 시간 이내로 하는 방안이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PDP TV는 이번 규정 마련에서도 빠져 지금처럼 품질보증기간 1년을 적용받게 돼 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민현선 소비자정책과장은 “LCD TV 패널의 품질보증기간을 이달 중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해 10월에 개정할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아직 의결되지 않은 사항이라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2008년 07월 08일 현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