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전화의 비밀?

2009. 12. 15. 17:50INFORMATION&TECHNOLOGY

따르릉…, “받는 순간 낚인다.”

▲ 스팸전화의 비밀?, 060 알려지자 010 등 일반전화로도 발송

얼마 전 ○○○(31)씨의 휴대폰이 울렸다. ‘010-****-****’이라는 발신자 표시가 찍혀 있었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번호 저장을 못한 지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받았다. “오빠, 저 현정인데요.” “누구시죠…?” “저 몰라요? 섭섭하네요. 지금 일이 있어서 바쁘니까 끊을게요.”

이어 문자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사진을 보낼 테니 확인해보라는 내용이었다. 무심코 인터넷 접속 버튼을 누른 정씨.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속임수였음을 발견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진 몇 장이 다운로드 되면서 이미 요금 2990원이 청구된 상태였다.

신종 스팸 전화가 등장하고 있다. ‘060’ 등의 전화정보서비스가 스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011’ ‘010’ 등 일반 전화번호가 발신번호에 찍히게 하는 수법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스팸 전화는 사람이 직접 거는 게 아니라 기계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적으로 걸린다.

최근 등장한 유형으로는 ‘원 링’(One-ring)과 ‘콜백 URL SMS’ 스팸이 있다. ‘원 링’은 휴대폰이 1~2번 울리다 끊기게 함으로써 부재자 번호를 남기는 방식. 호기심에 전화하면 바로 서비스와 연결되거나, 연결 번호를 알려주는 광고가 나온다. 개인 휴대폰은 물론, 기업·가정에서도 이런 전화가 수없이 걸려온다.

‘콜백 URL SMS’은 문자메시지를 받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인터넷 사이트에 연결되는 서비스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이 2006년을 ‘URL-SMS 스팸’이 출현한 원년으로 규정할 만큼, 가장 최근에 등장한 유형이다. 휴대폰과 무선인터넷을 결합시킨 신종 스팸이다.

접속을 유도하기 위해 업자에게 고용된 젊은 여성이 전화를 거는 사례도 종종 신고 된다. 상대방을 아는 것처럼 호기심을 유발한 뒤, 문자를 보낼 테니 사진·동영상을 확인하라고 꼬이는 것이다.

발신자 번호를 조작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060’이나 ‘080’ 대신, 일반 전화번호나 국제전화번호가 발신자 번호로 뜨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신자들은 의심 없이 전화를 받게 된다. 전화를 받으면, 착신 전환을 통해 음성광고와 연결되는 식이다.

KTF·SKT·LGT 같은 이동통신사들은 문자메시지(SMS) 서비스를 위해 개인용 망과 기업용 망을 따로 운용한다. 소매와 도매의 개념이다. 개인용은 문자메시지 1건당 요금 30원을 받는다. 기업용 망은 건당 11원에서 20원까지 전송량에 따라 다양하다.

스패머들은 이 두 가지 망을 모두 이용한다. 작년 정보통신부가 문자메시지를 1인당 하루 1000통 이내로 제한하면서 개인용 망이 스팸에 악용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기업용 망으로 스팸 문자를 대량 발송하는 사례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기업용 망은 전송량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스팸 전화도 마찬가지다. 유선 통신사로부터 전용회선을 수십 개씩 임대해 스팸을 발송한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는 이런 식으로 4800만여 통을 보내 건강보조식품 구매를 권유한 기업형 스팸 발송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유선통신사에서 592개 회선을 빌린 뒤, 동시통보 발송 장치를 이용해 하루에 1만 통 이상의 전화를 걸었다. 임대한 회선을 다른 업자들에게 재임대한 뒤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 한번 울리고 끊어지는 ‘원 링’ 등 갈수록 지능적 수법

전화번호는 번호 자동 생성기를 통해 무작위로 만들어지거나,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업자에게서 입수된다. 둘 다 불법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전화번호나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개인 신용정보를 사고파는 인터넷 카페들이 성행 중이다.

이런 ‘치사한’ 수법으로 그들은 얼마를 벌까. 수익은 스팸 광고에 호응하는 고객이 많을수록 많이 발생한다. 응답률은 업종과 업체마다 편차가 심하다. 사채나 고리대금을 하는 대출업자들은 이런 스팸 광고로 상당한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은 ‘2006년 스팸 동향 및 07년 예측’ 보고서에서 “무작정 스팸을 뿌려대도 돈이 필요한 사람이 의외로 많아 대출 장사가 짭짤하다”며 “2007년에도 대출 스팸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주로 스팸이라는 인식이 찍힌 ‘060’ 서비스의 경우 작년 전체 매출규모가 1885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060서비스업자수가 워낙 많아 큰돈을 만지지는 못한다고 한다. KT 관계자는 “회선을 빌려주면 이들이 새끼를 쳐서 다시 임대하기 때문에 실제 060 사업자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성인물업자들은 아주 영세한 수준이다. 주 고객이었던 포털사이트나 이동통신사가 작년부터 성인물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 아는 사람인양 문자를 보내 인터넷 사이트로 유도하는 편법이 나오는 것도 그만큼 필사적이라는 의미다.

▲ 발송업체 월1000만 건 보내면 5000만원 수입

대부분 업자들은 직접 스팸을 보내는 대신, ‘발송전문업체’에 의뢰한다. 발송전문업체는 각종 업자들의 의뢰를 받아 스팸 문자를 발송해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중간 브로커인 셈이다. 발송전문업체를 이용하는 이유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각종 업자들의 스팸 수요를 모아 엄청난 양의 스팸을 보낸다. 그만큼 이동·유선통신사에 내는 1건당 요금이 낮아지는 것이다.

한 달에 스팸 문자 100만 건을 보내기로 하고, 스팸 문자 한 건당 23원씩 받는다면, 발송업체의 한 달 수익은 500만 원 정도다. 그러나 의뢰 업자들을 많이 끌어와 스팸수가 많아지고 이동통신사에 지불하는 건당 가격이 내려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1000만 건을 보낸다고 하면, 업자들에게서 건당 18원씩만 받아도 한 달에 5000만원을 벌 수 있다. 스팸의 세계에서도 ‘규모의 경제’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문자발송업체에서 일하는 박 모 씨는 “발송전문업체 중 한 달에 1억 건 넘게 보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 전화로 보내는 스팸도 전송 기술과 요금 체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런 구조로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스팸을 보내고자 하는 ‘의도’가 존재하는 한, 스팸을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법적 제재를 통해 업자로 하여금 스팸을 보내고자 하는 의도를 최대한 억누르게 하는 것뿐이다. 원정환 기자 won@chosun.com, 입력 : 2007.04.27 23:31 / 수정 : 2007.04.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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