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촌

2010. 1. 5. 21:53一般

[만물상] 대학생 임대주택

한양대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학교 주변 하숙촌을 할렘, 슬럼, 베벌리힐스 3개 등급으로 나눠 부른다. 정문 앞 3개 골목에 퍼져 있는 할렘은 한양대 탄생과 역사를 함께할 만큼 오래됐지만 가까운 게 장점이다. 정문 맞은편 철길 건너 슬럼은 미로 같은 구조에 거리도 먼 대신 하숙비가 약간 싸다. 학교 옆 왕십리역 근처 베벌리힐스는 노래방, 식당이 많지만 건물이 비교적 새 것이라 할렘, 슬럼보다 10~20% 비싸다.

 

▶ 학생들 사이엔 하숙집을 구할 때 체크해야 할 철칙이 있다. 먼저, 얼굴에 철판 깔고 샤워 수도꼭지를 틀어봐라. 수압이 낮아 몸에 비누칠 했는데 물이 찔찔 나오면 황당하다. 하숙집 주인이 건물 주인인지 세입자인지 살펴봐라. 서비스 질이 크게 차이 난다. 하숙방에 놓인 책상 밑 장판을 들춰봐라. 겉만 봐선 모를 청결도를 알 수 있다.

▶ "내 방은 세 평 남짓한 크기다. 방 안에는 세 칸짜리 분홍색 서랍장 하나, 오른쪽 모서리 귀가 닳은 한 칸짜리 금성냉장고 하나…. 서랍장 중 언제나 한 칸은 양말이나 티셔츠가 기어 나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채 이가 물려 있고… 방바닥엔 군데군데 담배빵 자국이 나 있다." 충남 서산에서 상경해 서울 석관동 예술종합학교 극작과에 다닌 김애란의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에 나오는 하숙방 풍경이다. 그는 대학시절 전전했던 단칸 하숙방·자취방 경험을 되살려 정처 없이 떠돌아야 하는 도시인의 삶의 조건을 말한다.

▶ 그렇게 남루한 하숙방·자취방이나마 구하기가 대부분의 지방 출신 대학생들에겐 예삿일이 아니다. 부모님 허리는 매년 두 차례 등록금만으로도 휠 지경인데 집주인은 해만 바뀌면 올리려 한다. 대학마다 지방 출신 학생이 30~40%에 이르지만 기숙사 수용 능력은 10%도 못 된다. 설레는 스무 살 독립의 꿈은 방 구하기 전쟁에서 현실의 벽을 알아버린다.

▶ 연세대 총학생회가 지방출신 재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관할 서대문구에 한 달 20만 원대 임대아파트를 지어 달라고 건의하기로 했다. 총학생회는 압력 수단으로 지방 학생들 주소지를 서대문구로 옮겨,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념투쟁에서 벗어나 생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대학 총학생회가 현실과의 싸움에서 어떤 성과를 올릴지 기대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04/2010010401622.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7&Dep3=h3_08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입력 : 2010.01.0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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