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4. 19:23ㆍ經濟
외국인투자자, 작년 국내 주식시장서 90조 원 넘게 벌어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천문학적 숫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주식과 파생금융상품, 채권 시장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시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사상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 소용돌이에서 빠르게 회복했지만 결국 그 수혜는 고스란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상 최대 매수세를 보인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의 50%에 달하는 가파른 상승세에 힘입어 90조원을 넘어선 금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 총액은 289조 7240억 원으로, 지난 2008년 말의 165조 7996억 원보다 약 73%, 124조 원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은 32조원, 다시 말해 외국인들은 32조3000억 원을 투자해 무려 92조원(미실현 평가차익 포함)에 달하는 엄청난 차익을 남긴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들은 지난해 사상최대 매수세로 대박을 터뜨리며 위너로 승승장구 했지만 기관과 개인은 각각 26조 2,716억 원, 2조 2,947억 원을 내다 팔며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음에도 불구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리스크를 감당하며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한편 기관들은 펀드 환매가 지속되면서 자금 압박을 받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해 볼 기회조차 없었고 개인들은 위기를 맞아 보수적 전략을 고수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들은 종목 선정에서도 기관과 개인을 압도했다. 지난해 외국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사들인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수익률은 89.5%로 기관(78.2%)과 개인들(18.8%)의 수익률을 뛰어 넘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평균 상승률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 환율 급상승, 파생금융상품 적자폭 키워
외국인들은 환율·금리·주가 관련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도 지난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파생상품 거래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의 적자가 곧 외국인들의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파생금융상품에서의 적자는 65억3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를 월별 평균 환율로 계산하면 약 8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계산했을 땐 183억만 달러, 무려 24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복 한국은행 국제수지팀장은 “국내 금융기관들과 수출기업들이 환율이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데 베팅 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선물환과 키코 등 통화관련 파생거래에서 큰 손실을 봤고 이는 곧 외국인들의 수익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파생금융상품 수지는 평가손익에 대한 부분은 더해지지 않고 거래가 완전히 종료된 후 실현된 금액만을 집계하기 때문에 실제 규모와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2008년 상반기에 대규모로 이뤄졌던 선물환과 키코 등 환헤지 상품들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만큼 이들의 평가손익이 반영된다면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채권 시장도 점령한 외국인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채권시장에서도 52조원을 사들이며 사상 최대 매수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보유 채권이 만기상환 된 것을 고려할 때 실제 투자 금액은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 채권시장은 여타 글로벌 국가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며 외국인들에게는 유효한 투자처로 꼽혔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의 경우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과 대내외 금리차를 활용한 재정거래 유인이 상당했다는 점에서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채권의 경우 주식과는 달리 다양한 상품군, 만기 상환, 단기물과 장기물의 금리차 등의 조건들 때문에 외국인들이 투자대비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정확한 수치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단기물인 통안채에 80% 가까이 집중된 만큼 이들 지수를 활용해 대략의 추정치를 계산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들이 월별 매수한 순유입 금액(순매수-만기상환)에 거래소에서 발표한 통안채 월평균 수익 지수를 곱한 후 순유입 금액을 빼 외국인들이 벌어들인 차익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계산해본 결과 외국인들은 지난해 약 3조4000억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계산의 편의성을 위해 기준을 통안채로 일원화 시켰고 올해 순유입된 채권이 아닌 기존 보유 채권에 대한 추정 수익은 빠져있어 실제 지난해 외국인이 벌어들인 수익과 차이가 날 수 있다. 또한 외국인들의 거래가 장내가 아닌 장외 거래를 통해서도 많이 이뤄지고 기간에 따라 금리차가 크지만 이를 감안하지 않고 평균으로 집계했다는 점도 오차를 키울 수 있다.
◆ 양면성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 튼튼한 수급구조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밀물처럼 들어오면서 증시 부양과 함께 자금 흐름이 원활해 졌다는 점은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우리시장 전반을 외국인들이 주도하는 것에 대해선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우리 시장에서 발생한 이익들을 외국인들이 대부분 차지한 점에 대해선 아쉽다고 평가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외국인들이 금융 위기 속에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 매수세에 나선 만큼 높은 수익을 거둔 것은 당연한 결과지만 국내 상장기업의 이익들을 우리 기관들이나 개인들과 나눠 갖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우리 증시가 외국인에 의해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외국인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미니 외화 유동성 위기도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중현 신한금융증권 연구원도 “현재 시장에 들어오는 자금들은 중장기적인 자금 뿐만 아니라 헷지 펀드들의 초단기적 매매를 수행하는 자금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외국인 투자가 양면성을 갖고 있는 만큼 부정적 면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다 튼튼한 수급구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이사는 “우리 시장이 외국인들에 의해 휘둘리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내 기관을 중심으로 한 수급기반이 확보돼야 한다. 안정적 수급을 위해선 단기성 자금 보다 퇴직연금 등과 같은 장기적인 자금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퇴직연금 등 장기성 자금이 자리 잡기 위해선 운용 규제 완화와 세제혜택 등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14/2010011400770.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1&Dep3=h1_02 이슬비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기자 이현주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기자 김성현 PD 입력 : 2010.01.14 14:03 / 수정 : 2010.01.14 15:25
<이 내용은 14일 밤 9시50분, 11시5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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