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4. 18:57ㆍ經濟
글로벌 리더십 공백에 속 끓는 세계
힘 빠진 美ㆍ소프트파워 약한 中ㆍ정치력 부족한 EU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능력이 모자라고, 중국은 리더십을 발휘할 의지가 없다."
지난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총회를 끝낸 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환경장관은 이렇게 총평했다. 105개국 정상을 포함한 192개국 대표가 머리를 맞댔지만 성과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코펜하겐 회의는 작금의 국제사회 글로벌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세계를 호령하던 힘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 9ㆍ11테러와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 체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세계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되면서 결정타를 맞았고, 부상하는 중국에 조롱당하다시피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국익에만 지나치게 집착해 국제사회를 위한 자발적인 동의나 협력을 이끌어내는 소프트파워를 갖고 있지 못하다.
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은 냉전 이후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지만 지위가 약해져 글로벌 리더십 공백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며 "하지만 소프트파워가 약한 중국이 미국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를 위한 규범 제정자(Rule Maker) 구실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그 역할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치 1차 대전 직후 미국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다. 미국은 당시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했지만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았다.
현재 국제사회는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G2 시대`를 맞으며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말까지 만들어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다. 유럽연합(EU)은 내부 리더십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개도국들도 목소리를 높이지만 역부족이다.
강선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이 아직도 초강대국이지만 힘이 벅차고, EU의 정치력은 떨어진다."며 "중국은 여러 현안에서 미국과 EU의 대척점에 서면서 갈등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리더십 공백은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인 무역불균형을 가속시킨다. 도하라운드 협상도 8년째 합의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혹독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이의 재발 방지 장치 마련도 지지부진하다.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이 같은 글로벌 리더십 공백 상황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G20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포함돼 있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차지한다."면서 "100%는 아니라도 리더십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장광익 특파원(워싱턴) / 이상훈 기자 / 이진명 기자 / 오재현 기자 / 박준형 기자 http://news.mk.co.kr/v2/view.php?sc=30000001&cm=헤드라인&year=2010&no=24660&selFlag=&relatedcode=000120142&wonNo=&sID=303 2010.01.14 17:46:56 입력, 최종수정 2010.01.14 17:49:29
미국은 말발 안 먹히고 중국은 책임 안 지려하고…
워싱턴 대체할 `베이징컨센서스`아직 역부족
EU, 경제 거인이지만 정치적으로는 힘 못써, 신흥국 발언권 커져… 다극체제로 갈 가능성
◆ 글로벌 리더십 공백 ◆
워싱턴 컨센서스, 20세기 미국이 주도한 세계 리더십을 집약하는 표현이다. 워싱턴에서 이뤄진 합의는 곧 세계 이슈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에 이 같은 표현이 등장했다. 미국은 1ㆍ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군사력에서 최강국으로 등극했고 기축통화와 소비시장, 대외원조, 기술이전 등 `공공재`를 전 세계에 제공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행사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특히 위기 때 빛을 발했다. 1980년대 남미국가 부채 위기,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때 미국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무역ㆍ투자 자유화, 규제 완화, 민영화 등을 밀어붙여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2001년 `9ㆍ11테러`를 기점으로 미국 리더십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테러 피로감이 만연한 상태에서 2년 전 발화한 금융위기는 100년간 쌓아둔 미국 리더십을 허물고 말았다. 2008년 9월 제63회 유엔 총회에 유럽연합(EU)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은 제정신이 아니다"고 강력 비난하며 "세계 리더십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후 미국 리더십은 실종됐고 각종 현안에서 고전 중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란과 북한 핵 문제에 개입했지만 국제 호응도 부족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우방 일본도 미국 리더십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새로 들어선 일본 민주당 정권은 오키나와현 미군 후텐마비행장 이전 문제를 두고 미국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미국 리더십 쇠락을 틈탄 일본의 반항으로도 해석될 정도다. 중국도 미국 리더십을 거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중국까지 찾아가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했지만 당당하게 거절당했다.
이처럼 워싱턴 컨센서스가 힘을 잃자 `베이징 컨센서스`가 등장했다. 21세기 새로운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 리더십에 기대를 걸게 된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개혁ㆍ개방 정책을 추진한 후 연 10% 내외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뤄내면서 중국 입김은 세졌고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EU가 부상했다. EU는 세계 주요 경제권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에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2008년 기준 EU 국내총생산(GDP)은 18조3000억 달러로 미국ㆍ캐나다ㆍ멕시코가 연합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16조8000억 달러를 웃돈다. 그러나 중국과 EU 모두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지 10여 년밖에 되지 않아 `소프트파워`가 부족하다. 특히 사회주의 체제 속에 강력한 중앙 집권을 표방하면서 소수민족과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리더십을 공유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결국 결별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EU는 경제적으로 `거인`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난쟁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다. 유럽 27개 회원국이 모여 경제적 공동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정치적으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해 국제사회 주도권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자국 이익을 챙기는 데 열중하면서 `사공이 많은 배`라는 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했던 기후회의에서도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IMF나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중국 브라질 등에 밀려 자리까지 내줘야 할 만큼 코너에 몰리고 있다. 벨기에 3대 싱크탱크인 브뤼겔연구소 장 피사니페리 소장은 "EU와 중국은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입게 될 손실도 걱정하고 있다"며 "과거 영국에서 미국으로 리더십이 넘어가면서 기축통화가 달러로 바뀔 때도 미국이 통화가치 절상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려 저항했고 이 때문에 1930년대 글로벌 리더십에 공백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국 EU 어느 곳도 글로벌 리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G20 회의가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리더십이 약해지면서 다극화 사회로 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오는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G20 회의가 실질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기획취재팀 = 장광익 특파원(워싱턴) / 이상훈 기자 / 이진명 기자 / 오재현 기자 / 박준형 기자 http://news.mk.co.kr/v2/view.php?sc=30000001&cm=%B1%DB%B7%CE%B9%FA+%B8%AE%B4%F5%BD%CA+%B0%F8%B9%E9&year=2010&no=24637&selFlag=&relatedcode=000120142&wonNo=&sID=303 2010.01.14 17:41:29 입력
1930년대 대공황서 배우는 리더십 교훈
자국만 챙기는 보호주의가 최악상황 불러
금융위기 타개 위해 각국 무역전쟁 벌여 유례없는 불황 초래
◆ 글로벌 리더십 공백 ◆
◀ 대공황 당시 미국 뉴욕의 브리언트 공원에서 시민들이 빵을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
1929년 미국 발 주식폭락과 함께 시작한 금융위기는 1930년대 들어 세계 대공황으로 확산돼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대공황이 촉발된 계기는 재할인율 인상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정책이었지만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를 피폐하게 만든 원인으로는 국제적 리더십의 부재가 꼽힌다.
1차 세계대전 이전 세계 경제에 기축통화 같은 공공재를 제공하고 각국이 필요한 자금의 최종 대부자 역할을 했던 영국은 대공황 당시 이미 세계를 이끌 능력을 상실했다. 19세기 이후 `팍스 브리태니카`라 불린 패권국 지위를 누린 영국은 이미 기울어진 국력 때문에 사태 해결에 나서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반면 미국은 자국의 경제적 발전과 고립주의 정책을 고집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이미 최강으로 올라섰지만 리더십 행사를 거부했다.
단적으로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강국의 위치에 올랐음에도 오히려 1929년 10월 24일 주가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된 지 8개월 만인 1930년 6월 17일 미국 산업을 보호하는 법안인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통과시켰다. 이는 캐나다 영국 등의 보복을 불러일으키면서 세계를 대공황의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글로벌 리더십 공백이란 측면에서 1930년대 대공황의 혼란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쇠락한 영국과 고립주의를 고집한 미국의 모습이 80년이 흐른 지금 신뢰를 상실한 미국과 국제협력에 부정적인 중국의 모습과 겹친다.
물론 대공황 당시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무역체제가 없어 혼란이 더욱 커졌고, 그 당시와 현재의 패권국과 신흥국의 각 위상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국제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이슈들이 글로벌 리더십 공백 탓에 지리멸렬로 끝난다는 점에서는 향후 국제질서를 전망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무능 속에 중국은 기후회의에서 구속력 있는 합의안의 도출을 방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강선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은 부상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규범제정자(rule-maker)로 나설 수 있지만 미국과 같이 공공재를 제공할지는 의문"이라면서 "중국은 공공재를 제공하기보다는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국제질서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경우 중국이 추구하는 국제질서는 국제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국력이 향후 더욱 성장하더라도 미국의 협력자나 리더가 되기보다는 대척점에 서면서 테러나 핵개발 등 국제 이슈를 놓고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취재팀 = 장광익 특파원(워싱턴) / 이상훈 기자 / 이진명 기자 / 오재현 기자 / 박준형 기자 http://news.mk.co.kr/v2/view.php?sc=30000001&cm=%B1%DB%B7%CE%B9%FA+%B8%AE%B4%F5%BD%CA+%B0%F8%B9%E9&year=2010&no=24638&selFlag=&relatedcode=000120142&wonNo=&sID=303 2010.01.14 17:41:3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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