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0. 10:31ㆍ法曺
[조선데스크] 한국 변호사, 로마 변호사
K 변호사는 지난해 땅 소송 한 건을 맡았다. 땅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놨다가 떼인 사람이 땅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이었다. 경기도에 있는 운동장 4개 넓이의 땅은 시가 1500억 원대였다. 수임 계약을 하면서 땅 임자는 "변호사가 소송비용을 먼저 대고 승소하면 땅 절반을 떼 주겠다."고 했다. 승소하면 변호사가 750억 원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너무 크다 싶었던 K 변호사는 "20%만 받겠다."고 했다. 일생을 걸다시피 소송에 매달렸고 어렴풋이 승소 가능성도 보이는 듯했다. K 변호사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아무리 늦은 밤에도 차를 몰고 그 땅에 가서 한참을 둘러보고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승소하면 자기 몫이 300억 원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상대방이 로펌을 투입하면서 재판은 거꾸로 돌아갔고 결국 지고 말았지만 변호사가 소송 한 건에 이 정도 거액을 받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K 변호사는 "이런 소송으로 일확천금하는 변호사가 많은데 나는 아직 복이 없다"고 했다.
한 해 1000명씩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취직이 안 되고 사무실 유지비도 못 대는 변호사가 많지만 많은 변호사들은 여전히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수백억 원을 벌어 로펌을 차린 변호사도 있다. 판·검사 법복을 벗고 로펌에 들어가 10배 연봉을 받기도 한다. 로펌에 들어간 새내기 변호사도 1억~1억3000만원을 받는다. 형사 사건 수임료가 수억 원대인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그런 변호사들은 그만큼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우를 받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변호사들은 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수 있도록 철옹성을 쌓고 그 속에서 쉽고 편하게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변호사는 과거부터 다른 직업과 달리 사회 질서와 문화를 유지·발전시키는 공익적인 직업이어야 한다고 인식돼 왔다. 지금처럼 변호사가 지도층이었던 로마에서도 무료 변호를 원칙으로 했었다. 그런 전통이 이어진 것이 미국 변호사들의 법률봉사 운동인 '프로 보노'다. 프로 보노란 말도 '프로 보노 퍼블리코'(공익을 위하여)라는 라틴어에서 따온 것이다. 1993년부터 미국 변호사협회는 연간 50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의무화했다. 로펌들도 봉사에 적극 나선다. 변호사협회가 로펌 순위를 매기는데 50대 로펌 대부분이 봉사활동 50위 순위와 겹칠 정도다. 봉사 네트워크에 들어가 활동하는 변호사가 4만5000명이나 된다. 미국은 한해 수억달러씩 투자해 변호사들의 법률봉사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 변호사들의 공익활동과 봉사·기부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연례행사로 복지시설에 가서 김장하고 연탄 나르는 노력 봉사만 하거나 소년소녀 가장 돕기 성금을 내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변호사회가 정한 의무 봉사도 연간 20시간밖에 안 된다. 고소득에 사회적으로 우대받는 그들이지만 사회로부터 받는 만큼 공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상업적 활동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처럼 변호사들의 공익 봉사가 많아진다면 뿌리깊은 법조 불신도 줄어들 것이다.
변호사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우리 사회 지도층에 이런 전통 자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인들이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사회적 장치를 만들 수는 없는지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19/2010011901933.html 김홍진 사회부 차장대우 mailer@chosun.com 입력 : 2010.01.1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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