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7. 22:50ㆍ經濟
“남들 울 때 적립식, 곡소리 때 거치식, 돈 넣고 망각식 투자를”
회원 13만여 명 카페 ‘펀드스쿨’ 이끄는 신주영 방장
펀드 시장이 한창인 2007년 7월. 다들 저축을 해약하고 펀드로 갈아탔다. 매일 수천억 원이 펀드로 몰렸다. ‘펀드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들 했다. 그때 인터넷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카페가 ‘펀드스쿨’(cafe.daum.net/fundschool)이다. 하루 방문자 수는 2만 명이 넘었다. 새 글도 매일 500개 넘게 올라왔다. 2005년 2월에 문을 열었으니 펀드 카페 1세대쯤 된다. 당시 이 카페의 방장 신주영(44)씨를 처음 인터뷰했다. 과열된 분위기를 경계한 때문인지 그는 “펀드는 대박 상품이 아니다. 욕심을 버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3년 가까이 흘렀다. 그사이 펀드 시장은 침체했다. 카페도 썰렁해졌다. 방문자 수와 새 글이 줄고, 재테크 부문(금융·주식·펀드 등 포괄) 2위까지 올랐던 카페 랭킹도 급락했다. 이런 때 신씨가 펀드스쿨(이레미디어)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펀드는 다시는 쳐다도 안 보겠다며 카페를 탈퇴하는 회원들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전업 투자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카페 가지고 장사한다.’는 오해는 받고 싶지 않다며 얼굴 사진을 싣는 것은 한사코 사양했다.
- 카페를 만들고 책도 냈다. 계기가 있나
“카페 창립 목적이 좀 거창하다. ‘우리 카페의 사명은 대한민국 금융의 선진화에 보탬이 되고, 펀드투자자에게 올바른 투자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회원들의 펀드수익률 향상에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로 돼 있다. 나는 펀드를 통해 자본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투자자들은 단기 고수익을 노리고 시장에 발을 담갔다가 ‘역시 주식은 안 돼’ 하면서 떠난다. 그게 안타까웠다. 시중에 나온 책을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 성에 안 찼다. 우리가 자전거를 왜 타나. 건강해지려고 탄다. 그런데 ‘자전거 타는 법’이라고 해 놓고는 바퀴의 크기, 체인의 길이, 변속기의 톱니바퀴 수 고르는 법을 알려준다. 정작 중요한 건 도로 상태가 이럴 때는 속도를 줄여라, 이런 날씨에는 타지 마라 등의 실용 지식이 아닐까. 펀드에 대한 책도 이런 느낌으로 쓰려고 했다.”
- 펀드를 좋은 투자 상품이라 믿는 이유는
“답에 앞서 왜 일반인들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가 하는 질문부터 해 보겠다.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심리 때문이다. 펀드 투자가 좋은 이유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HTS를 보면 절대 장기투자 못한다. 주식 해 본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주식은 회사에 대한 권리의 일부를 가지는 것이다. 펀드 투자를 하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할 수 있다. 서민층도 주주로서 자본의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피터 드러커(‘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의 아이디어를 빌려 말하자면 이것이 자본의 민주화다.”
- 어떤 펀드가 좋은 펀드냐
“좋은 펀드를 아무리 잘 고른다고 해도 증시 자체가 급락하는데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나. 좋은 펀드를 고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게 펀드 투자자들의 고정관념이다. 펀드보다 투자 타이밍을 잘못 골라 손실 볼 확률이 훨씬 크다. 펀드로 보자면 수수료 싼 펀드가 최고다. 더 이상의 기준은 없다.”
- 그렇지만 수수료가 얼마든 간에 수익만 나면 좋다는 게 투자자들 마음 아닌가
“그렇다. 몇 푼 안 된다고 수수료를 가볍게 본다. 그런데 복리로 장기 투자하면 이 ‘사소한’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실감을 못하는 건 장기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 판매사에 불만이 많은 듯 보인다
“수수료는 받아 챙기면서 판매사가 뭘 해줬는지 의문이다. 카페 창립 초기부터 수수료 인하 운동을 벌였는데 회원들조차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해 당사자인 은행·증권사에 맡겨서는 문제가 해결 안 된다. 금융 당국이 나서야 한다.”
- 운용사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펀드매니저 이직이 너무 잦다. 단기 성과로 평가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운용사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을 거다. 투자자들이 단기성과를 보기 때문이라고. 그렇지만 고객이 불량식품을 찾는다고 달라는 대로 주는 회사가 옳을까, 아니면 고객의 건강을 생각해 당장은 힘들지만 좋은 식품을 주는 회사가 맞을까. 시장에서 살아남는 쪽은 고객의 건강을 생각한 회사, 곧 장기적으로 투자자의 자산을 불려주는 운용사라고 믿는다.”
- 책에서 15년 이상 적립식으로 투자하라고 했다. 15년, 너무 길다
“과거 증시 데이터를 봤더니 아무리 증시가 고점일 때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15년이면 원금을 회복하더라. 그리고 적립식은 되지만 물타기는 안 된다. 둘이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명확히 다르다. 미리 계획해서 하면 적립식, 그렇지 않으면 물타기다. 본전 심리에 물타기 했다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 성공 확률 높이는 네 개의 매수 타이밍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책에는 네 가지 매수 원칙으로 ‘배당률 하락기를 주목하라, 어닝일드(기업의 주가 대비 이익률)가 채권금리보다 높으면 진입 신호다, 환율이 올라가면 외국인 매수세에 올라타라, 개미들이 손절할 때 매수하라’를 제시했다.)
“주식시장에는 너무 많은 법칙과 지표가 난무한다. 많으니까 오히려 더 모호하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게 딱 네 개만 골랐다. 투자자들이 네 가지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했으면 한다. 이 중 ‘개미들이 손절할 때 매수하라’는 우리 카페의 활동지수로도 입증이 됐다. 놀랍게도 카페활동지수와 코스피 지수가 정말 비슷하게 움직였다.”
- 카페활동지수가 뭔가
“다음에서는 카페 방문자 수 등을 감안해 활동지수를 2주마다 내놓는다. 우연히 카페활동지수와 코스피 지수를 하나의 그래프에 놓고 그려 봤다. 카페가 활황일 때는 코스피 지수가 꼭지를, 카페가 침체일 때는 코스피 지수가 바닥을 찍었다. 역시 시장은 대중과 반대로 움직였다. 카페가 조용하면 펀드해도 좋다. 최근 증시가 많이 오르긴 했는데 아직까지 카페가 조용한 걸 보면 꼭지는 아닌 것 같다.”
- 어떻게 하면 펀드로 돈 벌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 펀드 유형에 따른 분산뿐 아니라 매매 방법의 틀 자체를 분산해야 한다. 단순하게 말하겠다. 계좌 세 개를 만들어라. 첫째는 ‘영구 망각 계좌’다. 매달 자동 이체해 놓고 평생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심정으로 그냥 둬라. 이 계좌가 노후 생활을 풍요롭게 할 거다. 둘째는 ‘남들이 울 때 시작하는 적립식 계좌’다. 적립식도 고점에서 들어가면 고생할 수 있다. 시장이 떨어졌다 싶을 때 들어가면 웬만해선 원금 까먹을 일 없다. 셋째는 ‘곡소리 날 때 시작하는 거치식 계좌’다. 거치식은 바닥에서 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적립식이 농사짓는 마음으로 투자하는 것이라면 거치식은 사냥하는 심정으로 하는 투자다. 기회를 노려야 한다. 어떻게 기회인지 아느냐고? 굳이 찾아다닐 필요 없다. 그때가 되면 신문 1면이 주식·펀드로 돈 날렸다는 사람으로 도배되고 TV 연예 프로에서도 주식 얘기가 나온다. 그런 기회가 국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서 곡소리 나는 나라를 찾아다니면 된다. 그게 해외펀드 투자법이다.” http://news.joins.com/article/006/4136006.html?ctg=1100&cloc=home|list|list2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2010.04.27 14:53 입력 / 2010.04.27 14:5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