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國歌)

2010. 7. 3. 20:21一般

[Why] 피비린내 나는 가사들… 독립전쟁·혁명의 산물

월드컵 경기장에 울려 퍼진 國歌들, 왜 그리 살벌한가 했더니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 애국가가 울리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상기된 얼굴로 오른손을 가슴에 얹었다. 전국 352곳에 모인 150만여 시민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 모습을 보며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한국전은 물론 다른 팀 경기까지 TV 중계를 본 축구팬들에게 경기 말고도 관심을 끈 사실이 한 가지 있다. 경기 시작 전 양팀 국가가 울려 퍼질 때 TV 화면에 소개된 번역본 가사다.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해 '길이 보전하세'로 끝나는 서정적인 한국 애국가와 달리 다른 국가는 '피비린내 나는' 가사를 갖고 있다. 남미 소국 우루과이부터 유럽의 맹주 프랑스까지 이들 나라 국가는 한국으로 치면 1980년대 운동가나 노동가에 버금갈 만큼 호전적이다. 왜?

우선 한국의 8강행을 좌절시킨 우루과이. 국가 제목은 '달라, 조국 아니면 죽음을'이다. 1845년 7월 FA피구에로아가 작사, F J 데발리가 작곡하고 3년 뒤 국가로 채택된 노래다.

가사는 이렇다.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자유가 아니면 영광스러운 희생을 하리라! 우리의 영혼이 쥐여 잡은 맹세일지니, 우리는 깨닫기 위해 용감하게 완수했도다!' 이 비장한 노래의 주제는 '자유'와 '죽음'이다.

우루과이는 남미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다. 인구는 350만 명 정도다. 원래 '시스플라틴아 도 술'이라는 이름의 브라질 남부 주(州)였다. 1825년부터 3년간 전쟁을 벌여 독립을 얻어냈다. 그 독립을 기리는 노래가 국가로 채택됐다.

흥미로운 건 우루과이 국가 작사·작곡가가 파라과이 국가도 만들었다는 점이다. 제목은 '파라과이, 공화국 아니면 죽음을'이며 후렴구도 우루과이와 비슷하다. '파라과이인에게 공화국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우리의 영혼은 자유를 주었도다. 화합과 평등이 다스리는 곳에서 압제자와 노예는 존재하지 않으리.' 파라과이는 300년 가까이 스페인 식민 통치에 시달리다 1811년 독립했다.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 국가 '조국 행진곡'은 V L 플라네스가 작사, B 파레라가 작곡했다. 이 노래는 5월 혁명 3년 뒤인 1813년에 국가로 지정됐다. 스페인 이주자들이 늘어나자 아르헨티나는 1900년 노랫말을 좀 더 부드럽게 수정했다. '죽지 마라! 신성한 외침을 들어라. 자유여, 자유여, 자유여! 쇠사슬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어라. 우수한 평등함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보라. 남부 지역이여, 단결하라. 우리는 아르헨티나인으로 충성하리!'

▲ 프랑스 7월혁명 직후 외젠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프랑스 국가 ‘마르세유의 노래’ 역시 이 그림 못지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 이끌리오 제공

남미 국가들만이 아니다. 피 냄새 하면 프랑스 국가도 만만찮다. 프랑스 국가 '마르세유의 노래'는 루제 드 릴이 프랑스혁명을 기념해 1792년 만들었는데, 왕조 부활 이후 금지곡이 됐다가 1879년에 다시 국가로 채택됐다. 가사 속에 포탄이 난무하고 야수 같은 병사들이 포효하며 아들딸을 학살한다는 장면이 등장한다. '무기를 잡아라 시민들아, 전투 대형을 갖추어라, 진격하자, 진격하자! 더러운 피가 우리의 밭고랑에 흐르게 하자.'

그렇다면 16~17세기 식민 통치로 위세를 떨친 스페인 국가는 얼마나 거칠까? 의외로 스페인 국가는 가사가 없다. 1770년 카를로스 3세는 군악곡 편곡집의 '척탄병 행진곡'을 '왕의 행진'이라고 개명해 국가로 제정했다. 스페인은 1930년대 혹독한 경제 공황을 겪으면서 잠시 진취적인 가사를 넣은 '리에고의 노래'를 국가로 불렀다가 1947년 왕정복고로 다시 '왕의 행진'을 채택했다.

혁명이 아니라 대놓고 왕과 권력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국가도 물론 있다. 영국과 일본이 대표적이다. 잉글랜드 왕국의 가사는 '신이시여, 우리들의 자비로우신 여왕 폐하를 지켜주시고'로 시작된다. 이들은 노래를 부를 현재 시점에 맞춰 재위하는 왕실 지도자의 성별에 따라 '여왕' 또는 '왕'으로 바꾸어 부른다.

이번 TV 중계에서 일본 국가 '기미가요'는 가사를 자막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천황과 제국주의가 영원하라는 노골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천황의 세상이 천 대로 팔천 대로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서 이끼가 낄 때까지.' 기미가요는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폐지됐다가 1999년 공식 부활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02/2010070201614.html?Dep1=news&Dep2=headline3&Dep3=h3_07 한경진 기자 kjhan@chosun.com 임석재 인턴기자·연세대 정외과3 newyellow@naver.com 입력 : 2010.07.03 03:11

이**(***tazzi)

일본국가의 가사는 10세기 때의 古今和歌集에 수록된 단가의 것이고, 천황제, 제국주의 논란은 이후 20세기 초반에 일본의 정치상황에 의해 그 색채가 덧씌워진 것 뿐입니다. 그 텍스트 자체가 제국주의적이라고 매도할 것은 아닌 것을 곡해하는군요. 비슷한 논란은 구 독일국가의 가사 1, 2절에 해당하는 팔러스타인의 시에도 제기되어 있습니다.[2010.07.03 16:24:41]

조**(4gottenplanet)

ㅎㅎㅎ 이**씨, 왜 이러세요. 뜬금없이 콩을 팥이라고 하십니까. 거 참[2010.07.03 17:41:22]

이**(***tazzi)

스페인 국가 국왕행진곡에는 가사가 있기도 합니다만 지금은 공식적인 가사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알폰소 13세 때의 것과 프랑코 독재 때의 가사가 존재합니다. 리에고 찬가는 제2공화정 때에 채택된 것이고, 스페인 내전 후 프랑코가 국왕행진곡을 다른 가사와 원래 이름으로 재 채택한 것입니다. 왕정복고는 1975년, 국가공식채택은 1997년에 이루어졌습니다.[2010.07.03 16: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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