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9. 09:55ㆍ佛敎
씻지도 눕지도 않고 1년… 수행 마친 경허의 첫마디는
열반 100돌 기념행사 이어져…
수행 시절 담은 책 발간되고 기념탑 제막·토론회도 열려
"턱 앉으면 눕는 일이 없었다. 얘기하는 일도 없고, 바깥에 나가는 일도 없고, 세수하는 일도 없고, 도무지 목욕하는 일은 더군다나 없었다. 한 벌 누더기 옷에 빈대와 이가 꽉 차 온몸을 물어뜯어서 만신창이가 되어도 긁는 법이 없고, 구렁이가 문을 뚫고 들어가 어깨와 등에 올라가 기어 다녀도, 무심히 그저 앉아서 정진만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뒤 옷을 벗어 던지고, 주장자도 분질러 내버리고, 목욕하고 옷 갈아입고 경허 선사는 노래했다.
'홀연히 사람에게 고삐 뚫을 구멍이 없다는 말을 듣고
몰록 깨닫고 보니 삼천세계가 내 집일세….'"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 경허(鏡虛·1849~1912) 선사의 법손(法孫)인 수덕사 3대 방장 원담(圓潭·1927~2008) 스님은 생전에 경허의 목숨을 건 수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허의 천장암 시절 얘기를 담은 책 '작은 방에서 도인나다'(혜민기획·10월 말 출간 예정)에 나오는 얘기다.
충남 서산시 고북면의 연암산 천장암(天藏庵)에 경허 대선사 열반 100주년 기념탑〈사진〉이 세워진다. 경허 스님이 깨달은 뒤 18년간 수행 정진을 이어가며 숱한 일화를 남긴 바로 그 암자다. 오는 27일 오후 2시 제막식에 맞춰 '경허의 생애와 선사상' 토론회도 열린다.
열반 기념탑은 경허 선사가 육척 장신을 잠시 뉘곤 했던 1평 남짓한 방이 있는 천장암 인법당 앞에 세워진다. 가로·세로 약 1m의 돌 받침대 위에 1m60㎝ 정도 높이로, 사각기둥 위에 연꽃송이를 얹은 형태다. 탑의 네 면에는 각각 경허 스님의 열반송(涅槃頌), 일원상(一圓相), 처음 공부하며 들었던 화두 '여사미거 마사도래'(驢事未去 馬事到來 : 나귀의 일이 가기 전에 말의 일이 온다)와 이에 얽힌 일화 등을 새겼다. 천장암 회주 옹산 스님은 "불교뿐 아니라 나라도 어렵고 척박하던 시절, 경허 스님의 출현과 깨달음은 진흙 속에 피어난 한 송이 연꽃과 같았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경허의 생애와 선사상' 토론회에선 경허 스님의 불교사적 위상부터 선시(禪詩)와 서도(書道)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 발제가 이어진다.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이종찬 동국대 명예교수, 허유 한서대 교수 등이 발표한다. 언론인 이은윤씨는 "나환자 여인을 방에 품어준 것은 버려진 이에게 가족을 찾아준 가장 고차원적 보살행"이라며 경허의 각종 무애행(無碍行) 뒤에 숨은 선지(禪旨)를 설명할 예정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18/2012101802949.html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12.10.1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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