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4. 11:49ㆍ一般
[조용헌 살롱] [892] 소목장(小木匠)과의 대화
나무로 만든 차탁(茶卓), 서안(書案), 의자를 보면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중년이 되면 목가구가 좋아지는 모양이다. 그렇다보니 유명한 소목장(小木匠)이 어디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눠본다.
얼마 전에 30년 넘게 목가구를 만들어온 거안(居安) 장인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목가구의 3박자는 색깔, 강도, 문양이라고 한다. 박달나무, 대추나무는 색깔과 강도는 좋지만 문양에서 약간 처진다. 3박자가 모두 뛰어난 나무는 느티나무(櫷木)이다. 동네 어귀에 서 있던 당산나무가 대개 느티나무이다. 수백년 된 느티나무의 혹 부분이나 밑동 부분을 잘라서 나오는 무늬는 용(龍)처럼 꿈틀거린다고 해서 용목(龍木)이라고 부른다. 느티나무는 서해안에서 자란 나무들의 재질이 좋다. 해풍을 맞은 나무가 특히 그렇다.팽나무는 빨리 썩는다는 단점이 있다. 눈비 맞는 곳에다 야적을 하면 금방 썩어 버린다. '선비나무'라고 불리는 회화나무(槐木)는 호남보다 영남에서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퇴계학파의 서원과 저택에 가면 회화나무가 많이 심겨 있다. 호남에서는 밤나무를 좋아하였다. 밤나무는 거문고, 가야금을 만들 때 그 뒤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예향인 호남에서는 악기 수요가 많았던 것이다.
전라도 담양에는 옛날부터 나무를 사고파는 목상(木商)들이 많았다고 한다. 담양 목상들은 다른 나무보다 느티나무 취급을 많이 하였다. 호남에서는 단단하면서도 붉은 색깔을 띠는 가죽나무(참죽나무)도 선호하였다. 나의 서안도 가죽나무로 만든 것이다. 해풍 맞은 참죽나무라도 경기도 화성, 강화의 나무는 재질이 떨어진다. 참죽나무에 적합한 토질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강릉의 참죽나무가 좋다고 정평이 나 있다.
대추나무는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크기가 크다. 박달나무가 가장 비중이 높다. 무겁다는 말이다. 박달은 물에 가라앉는다. 홍두깨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느티나무 가구는 세월이 오래 흘러도 색깔이 고급스럽게 변한다. 주목(朱木)이나 향나무는 시꺼멓게 변한다. 가죽나무도 시간이 흐르면 색깔이 변한다. 필자가 대구 약전골목의 독자로부터 선물 받은 독서대는 참죽나무로 만든 것인데, 진한 체리색의 색감과 단단한 촉감이다. 만져볼 때마다 정이 드는 물건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23/2013062302214.html?gnb_opi_opi03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입력 : 2013.06.24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