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정면성과 전면성

2013. 7. 18. 12:04LEISURE

사진의 정면성과 전면성의 차이

사진과 함께 등장한 정면성과 전면성

 

가족이 함께 일렬로 서 있거나, 몸을 서로 밀착하여 혈육의 유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사진이 발명된 이후부터이다. 회화의 경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물의 자세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고, 인물들이 굳이 몸을 밀착하고 있지 않더라도 화가가 이미 머릿속에 그린 그림만으로도 프레임을 채울 수 있었다. 사진의 등장으로 가족의 초상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카메라를 마주보는 ‘정면성(正面性)’이다. 이 초상의 정면성도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는데, 정면을 통해서 초상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전면성(前面性)’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파사드(facade)'라고 부른다.

정면성과 전면성의 차이점

사진에서 파사드라는 말은 전면을 통해서 대상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특별한 초상사진일 경우에만 쓴다. 따라서 파사드는 전면을 통해서 드러나는 대상의 특징이자 성격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진의 정면성과 전면성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정면은 물리적인 방향을, 전면은 모델과 관객의 시선과의 관계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면은 구도의 방향에 가깝고, 전면은 대상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보의 구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진작가의 의도에 따라 구별되는 정면성과 전면성

정면과 전면은 사진작가가 무엇을 의도하고 찍었느냐에 따라 명확히 구별된다. 사진작가가 인물에게 단순히 카메라를 향해 정면으로 설 것을 요구했다면 정면성의 사진이 되기 쉽다. 그러나 사진작가가 인물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읽고 찍었다면 전면성의 사진이 된다. 기념사진의 경우도 단순히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정면성의 사진이 되지만 인물들 개개의 특징이 드러나도록 찍었다면 전면성의 사진이 되는 것이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 사진작가가 인물의 파사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그것은 한낱 힘없는 정면성의 사진이 되고 만다. 인물의 전면에서 강력한 그 무언가를 발견해야만 비로소 파사드가 구현되는 것이다.

파사드를 통해 초상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사진작가들

사진이 발명된 초창기에는 사진기 조작 시간이 길어 정면을 응시한 채 움직이지 말아야 했고, 단체 촬영의 경우에도 카메라의 한정된 프레임 때문에 서로의 몸을 밀착해 ‘정면’으로 사진기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전면의 파사드를 통해서 초상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진작가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들은 인물의 전면을 통해서 그들의 계급, 사회성, 이념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사진에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한 ‘전면의 파사드를 통해서 초상의 정체성을 찾는 관점’에서 이 사진의 작가는 정면이라는 물리적 방향을 활용해 대상 표면적 형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에 치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성’의 특징을 바탕으로 돈 맥킬린의 사진을 보자.

 

 

▲ 돈 맥킬린, 「포탄 쇼크에 걸린 병사」

이 사진을 통해 작가가 김상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병사의 심리적 상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사진 속 모델인 병사와 관객의 시선이 맺을 수 있는 관계에 유의하여 감상해야 한다.

이 사진에서 병사는 카메라를 마주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한 병사의 정체성이 전달되고 있고, 이 사진은 파사드를 통해 포탄 쇼크에 걸려있는 병사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약

사진 속에 나타나는 정면성과 전면성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고 전면의 파사드를 통해서 사진작가들이 드러내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설명하는 글이다. 회화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정면성은 사진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양식으로 등장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전면성으로 변화했다. 사진작가들은 전면의 파사드를 통해 대상의 특성과 성격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그들이 어떤 의도를 지니는가에 따라 사진 속에서 전면성이 구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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