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3. 08:06ㆍ日記
선생님, 먼저 이렇게 글로써 말씀드리게 된 점 용서를 구합니다.
오늘 선생님의 기부금을 재촉하는 전화를 받고, 바로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전번에 선생님께서 평소 발표하신 저술들을 모아서 전집을 출간하는데 간행위원이 되어달라는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그동안 서로 좋지 않은 일도 너무나 많았었고, 더구나 어머님 상사에도 문상하시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과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나간 수많은 인연과 숱한 사연들을 생각하고, 제자의 도리로서 적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즐겁고도 기쁜 마음으로 부산으로 달려갔습니다.
막상 가니까 전집에 대한 언급은 없으시고, 수영에 지하 2층 지상 12층, 연면적 7,433㎡ 규모의 요양병원을 신축하는 병원신축기금을 내면 좋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요즈음 와서 한달에도 몇번씩 부쩍 전화를 많이 하면서 관심을 가져주시면서 근황을 묻고, 옛 인연을 생각하여 다시 새로운 인연을 갖자고 말쑴하신 것이 이것이었나 하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 별난 인연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좋은 일도 많았지만 한편 실현 불가능한 목표점을 떡하니 던져두고, 일말의 희망을 가지게 하여 거기에 매달리게 해서 사람을 현혹하는 그 옛날의 좋지 못한 일만 자꾸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난 일이라 생각하여 앞뒤를 가리지도 않고, 그만 성급하게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죄송한 마음을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별로 넉넉지 못한 연금 받고, 생활하다 보니 퇴직한지 이제 겨우 1년 6개월 남짓 지났는데, 벌써 생활비에 적자가 누적되어 7백만 원을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작년에는 이율에 눈이 어두워 투자했던 돈도 거의 건지지 못하고 큰 손해를 보았습니다. 그것만 잘 되었더라도 이런 구차한 말씀을 더 드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퇴직 후에 생활이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음을 새삼 느낍니다.
선생님께서도 포교당 등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던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도 현재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포교사단체의 자체적인 문제점을 비롯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입회비와 매월 내는 회비도 부담스러워 계속하지 않고 중도에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신축하는 요양병원은 환자들을 잘 보살펴 드린다는 사회적 책무와 불교의 거룩하신 자비의 실천이라는 원대한 이념의 구현이라는 높은 뜻도 있겠고, 또 산수(傘壽)를 바라보시는 선생님의 삶에 대한 보장이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오히려 의사인 선생님의 자제와 그 형제들의 평안과 일신의 영달과 안녕을 보장하는 측면이 더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죄송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병원신축기금 약속을 지키지 못하여 재삼 선생님의 넓으신 양해를 구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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