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1. 10:23ㆍ經濟
[B급국가 전락 위기] 한국사회 두 버팀목 ‘중산층과 신분상승’ 붕괴 중
“대치동 학원가에서 아이를 뺑뺑이 돌린다고 해서 신분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남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우리 아이만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가 경쟁에서 도태되면 어떡합니까.”
대기업 부장에다 수도권에 본인 명의 아파트도 소유한 박선호(45·가명)씨는 겉보기에는 어엿한 중산층이다. 하지만 자녀 2명을 둔 박 씨 가족은 경제적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문제는 교육비다. 영어유치원, 사립초, 특목고로 이어지는 신(新) 엘리트 코스에서 아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학원비에 매년 1인당 1500만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는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한 서울 강남의 아파트 전세가는 해마다 치솟는다. 그는 “교육비와 전세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빈털터리여서 은퇴 후 대비는 생각조차 못한다.”며 “중산층이라곤 하지만 회사에서 잘리면 그야말로 끝장이란 절박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사회 발전을 이끌어온 두 축은 ‘중산층’과 ‘신분 상승’이다. 1990년대 중산층은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자 사회 안정 기제로서 한국을 떠받쳤다. 동시에 교육은 이런 중산층에게 유일한 신분 상승의 사다리이기도 했다. 공부만 잘하면 판·검사 등 인생 역전을 이룬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사회를 지탱해온 두 축, 중산층과 교육, 그리고 ‘하면 된다.’는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현대경제연구원과 지난 8월23일~9월2일간 국민 10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산층 진입과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국민들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에 수긍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계층상승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란 질문에는 44%가 ‘낮다’고 답했다. 특히 ‘매우 낮다’는 응답도 15%에 달했다. 연령별로 20~30대보다 오히려 세파를 겪은 40대가 계층 상승 기대감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반면 높다는 답변은 15.8%에 불과했다. 매우 높다는 답변은 100명 중 2명에 그쳤다.
이 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현재 사회구조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소득 분배가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100점 만점에 43점이라는 낙제점을 줬다. 또 공정경쟁(46점), 기회균등(48점), 능력에 따른 보상(49점) 면에서도 50점을 넘지 못했다. 특히 국민 10명 중 1명은 대부분 항목에서 20점을 밑돈다고 답해 사회체제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다만 장기 시계열인 ‘30년 전(1980년대 중반)에 비해 우리나라 사회의 불공정한 정도는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대해선 공정해졌다는 답변이 46.5%를 차지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자영업으로 쫓겨간 중산층이 여기서도 실패해 빈곤층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며 “극심한 취업난에 출발선조차 찾지 못한 20~30대는 중산층 진입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새로운 몰락 경로를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경쟁, 소득분배에 대한 불만이 40대와 20대에서 높은 이유다.
상당수 국민들은 그러나 분열된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제적 약자 배려’보다는 오히려 ‘기회 균등’을 꼽았다. 사회 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란 질문에 기회균등이라는 답변이 31.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시민의식 제고 23.6%, 법치주의 정립 19.9%, 경제적 약자 배려 15.4%, 차이를 인정하는 관용 9.7% 순이었다. 이는 2011년 12월 본지 설문조사와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당시 설문조사에서는 경제적 약자 배려가 32.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시민의식 제고 20.0%, 기회 균등 19.6%, 법치주의 정립 19.4% , 차이를 인정하는 관용 6.7% 순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기회균등을 원하는 국민이 지난 5년간 11.8%포인트나 상승한데 반해 경제적 약자 배려는 16.7%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신분 상승의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신○○ 중앙대 교수는 “약자 배려는 제한적인 계층에 대한 이야기고 기회균등은 일반론적 얘기”라며 “일반적 인식이 우선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이제 약자뿐만 아니라 최상층을 제외한 중산층도 기회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부당한 일은 겪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우리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는 기득권층 특혜 내려놓기(28.5%)와 법과원칙에 의한 사회 운영(26.2%)이라는 답변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거대 담합 구조와 포퓰리즘으로 인해 공정 경쟁이 안 된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학연 지연 혈연 등의 타파(14.2%), 공정 투명한 공직인사(12.2%),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10.8%)라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편 설문 조사에서 ‘본인은 경제적으로 어떤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국민 10명 중 4명(43.9%)은 본인의 경제적 계층을 ‘중하층 이하’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층, 중상층, 중간층, 중하층, 하층 등 5개 계층 중에 상당수가 중간 이하를 꼽은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중하층’이라는 답변이 34.3%에 달했다. 저축 여력이 없는데다 고용 지위도 취약해 언제든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경계선에 서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빈곤층인 하층이라고 답변한 국민도 9.6%를 차지했다.
아직까지 중간층이 47.3%로 가장 두터웠지만, 중상층 이상이라는 답변은 8.9%에 불과했다. 특히 월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경우 중하층으로 생각하는 국민 비율은 61.7%에 달해 오히려 중간층(34.6%) 비율을 2배 가까이 앞섰다. 통계청 조사에서는 중산층을 가리키는 중위소득 50%~150%미만 비율이 67.3%에 달하고 복지 세금 등을 고려한 기준으로는 72.6%에 달한다. 그만큼 국민 체감이 이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특별취재팀]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6&no=658510 입력: 2016.09.19 17: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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