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사라진다

2016. 10. 20. 09:33一般

마을이 사라진다… 읍면동 3곳 중 1곳 ‘소멸 위험’

인구 역피라미드 시대 ① 두달 뒤 고령사회

‘소멸위험 전국 1위’ 의성군 신평면… 초등학교 분교에 고작 5명 다녀, “예전엔 전교생 600명 넘었는데…” 의성군 전체에 산부인과 1곳뿐

전국 1383곳 소멸위험지수 0.5미만… “반전 없을 땐 30년 뒤 마을 사라질 것”, 현실화하면 대도시권도 연쇄 타격

지난 12일 기자가 찾은 경북 의성군 신평면의 중학교 운동장에는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놓은 비닐하우스와 경운기 한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학교는 2007년에 폐교된 이후 버려진 땅이 됐다.

지난 12일 기자가 찾은 경북 의성군 신평면의 중학교 운동장에는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놓은 비닐하우스와 경운기 한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학교는 2007년에 폐교된 이후 버려진 땅이 됐다.

“우리 딸이 국민학교 다닐 땐 전교생이 600명이 넘어서 건물을 하나 더 지었는데….”

지난 12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유말한(74) 할머니는 요즘은 이 초등학교 분교에 고작 5명이 다닌다며 씁쓸해했다. 유 할머니의 자녀 6남매도 의성에서 자랐지만 이곳에 살지는 않는다. 다들 중학교 때부터 안동, 대구 등 인근 도시로 ‘유학’을 간 이후로 죽 대도시에서 산다고 했다. 신평면에 딱 한군데 있던 중학교(분교)도 2007년에 문을 닫았다. 이 학교의 운동장은 아이들이 사라진 ‘버려진 땅’이 돼, 현재는 주민들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었다.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 한쪽엔 경운기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또 다른 70대 마을주민 최명자(78) 할머니는 “젊은 사람이 왜 없느냐?”며 옆에 있는 문병연(58)씨를 가리켰다. 최 할머니는 “마을에 젊은 사람이 거의 없는데, 지난해 귀촌 온 젊은 사람들이 무거운 것도 대신 들어주고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다. 곧 예순인 문씨가 이 마을에선 ‘젊은이’가 됐다. ‘인구구조 역전’ 시대, 이미 ‘늙어버린 마을’인 신평면은 앞으로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여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탓이다. 20~39살 젊은 여성 인구가 신평면에는 21명뿐이다. 실제로 출생아 수는 최근 5년을 통틀어 5명이었다. 아이 울음소리는 1년에 많으면 2번, 전혀 없을 때도 있었다. 모두 베트남·필리핀 출신으로 국제결혼 한 여성들이 낳은 아이들이다. 황항기 신평면장은 “주민등록상으론 20대가 면에 30여명 거주한다고 돼 있지만 군대나 학업 때문에 사실상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마을 전체 인구도 계속 줄고 있다. 면 전체 인구는 2011년 877명에서 올해 7월엔 811명으로 줄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이 전국 3482곳 읍면동의 ‘지방소멸위험지수’를 산출한 결과를 19일 보면, 신평면은 소멸위험지수 0.047로 전국 1위이고, 인근 안사면이 2등이다. 지방소멸위험지수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올해 7월 기준)를 바탕으로, 젊은 여성 인구를 노인 인구로 나눈 값이다. 1.0을 밑돌면 ‘쇠퇴시작 지역’,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소멸위험 지역의 경우, 특별한 반전 계기가 없으면 30년 뒤 지역이 사라질 위험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전국 읍면동 중 3분의 1이 넘는 1383곳이 30년 뒤 사라질 수 있는 소멸위험 지역에 포함됐다. 이 중 708곳은 0.2 미만인 ‘소멸고위험 지역’이다.

의성군 전체로 봐도 초고령 마을이라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의성에는 주로 노인들이 이용하는 요양병원 5곳, 한의원은 10곳이 성업 중이다. 지난해엔 산부인과가 18년 만에 생겨 화제가 됐다. 1997년 한 산부인과가 폐업하면서 줄곧 임산부들은 인근 지역의 산부인과를 이용해야 했지만 지난해 병원에 산부인과 진료 과목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보건복지부 공모 분만취약지 외래산부인과 개설사업에 선정되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군청·경찰서 등이 있고 그나마 기반 시설을 갖춘 의성읍도 ‘젊은 여성’들을 붙들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의성읍에서 17개월 된 아이를 키우며 사는 배한진(33)씨는 “도시 엄마들처럼 ‘문화센터’만 가려고 해도 가장 가까운 안동까지 차로 30분은 가야 한다. 키즈카페도 가기 쉽지 않은 형편이니 계속 여기 살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읍내의 한 피아노 학원 원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의성에 피아노 학원만 18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반 토막이 났고 다니는 아이들도 그때보다 적다”고 말했다. 군청에서도 ‘교육’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의성군청의 전종태 기획실장은 “초등학교·중학교만 해도 의성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고등학교 가면 안동이나 대구, 멀리는 경주까지 명문고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교육 문제로 인구 유출이 이어져 장학금 사업을 진행하고 명문 학교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한국에서 ‘지방소멸’ 문제는 자칫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은 ‘시골’부터 멀리는 ‘서울’ 등 대도시권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현재 경북 의성군과 군위군 등이 소멸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영남권 중심 도시인 대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대구가 대구 시민들의 경제활동이나 소비로만 돌아가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성과 군위 주민들이 이용하던 대구의 큰 병원이나 영남권 학생들을 흡수하는 대학들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고, 차례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1.3명 밑으로 떨어진 ‘초저출산 세대’라 할 수 있는 2000년대 초반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년 무렵이 되면, 지방 사립대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그에 따라 지역에 미칠 여파가 가시적으로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 광역시권에서도 지방소멸위험 징조가 보인다. 228개 시·군·구 기초단체 소멸위험지수 비교·분석에서, 2014년 기준 소멸위험지역(소멸위험지수 0.5이하)은 79곳에서 2016년 7월 84곳으로 증가했다. 신규로 진입한 지역은 강원 삼척(0.488), 경남 함안(0.495)과 함께 부산 동구(0.491)와 영도구(0.499)가 있어 광역시 지역도 소멸위험으로부터 ‘안심 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타났다.

지방 인구는 줄어들고 대도시에서 많은 인구가 살아가는 사회를 뜻하는 ‘극점 사회’는 결과적으로 인구 감소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동안 대도시가 저조한 출산율에도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지방에서 꾸준히 많은 유입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방이 소멸되면 유입될 인구도 없다는 것이다. 대도시의 경쟁적인 생활 패턴과 높은 물가와 집값 등은 ‘극점 사회’가 될수록 인구 재생산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전영상 건국대 교수(행정학)는 “대도시의 여유 없는 생활 패턴과 높은 집값은 출산을 마음먹기 힘들게 해 인구 감소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 특수성을 발전시켜 젊은이들한테 매력적인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연구위원도 “한정된 자원을 가진 지자체가 ‘젊은 여성인구 1% 증가’에 정책 목표를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66529.html#csidx701c0f6794049f6813b6f7b0eacef83 의성/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등록: 2016-10-20 09:12

☞지방소멸위험지수 =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장관이 저서 <지방소멸>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그는 지방소멸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가임 여성의 90% 이상이 속한 20~39살 여성 인구에 주목했다. 이 연령대 여성 인구의 비중이 작은 지역일수록 장기적으로 인구가 소멸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일본 기초단체인 시·구·정·촌의 49.8%인 896개가 2040년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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