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2. 09:41ㆍ健康
[건강한 당신] 40대 술·커피 자제, 50대 근력 운동, 60대 단백질 섭취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건강 100세’가 화두다. 어떻게 하면 오래 건강하게 사는지가 관심사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건강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귀찮고 바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는 ‘좀 나중에 챙겨도 괜찮겠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 건강검진 시즌이 다가오면 검진 한 달 전에만 신경 쓰는 ‘반짝’ 건강관리가 허다하다. 그러다 몸에 이상이 생기고 나서야 뒤늦게 다급히 건강을 챙긴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꾸준함이 관건이다. 특히 건강 상태와 연령에 맞는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건강관리의 효율을 높이는 연령대별 포인트를 짚어봤다.
연령별 건강관리 포인트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하나씩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몸에 탈이 난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정 교수는 “생활습관을 고쳐 나가면 처음에는 이 정도로 뭐가 달라지겠나 싶지만 결국 나중에는 건강해진 몸이 보답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복부비만, 만성피로에 지친 40대 남성
40대는 본격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시기다. 30대까지는 별다른 이상이 없던 건강검진표에 ‘이상 소견’ 혹은 ‘추가검진 필요’ ‘만성질환 전 단계’ 항목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40대가 인생 후반을 좌우하는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최근 데이터를 보면 30대 후반에서 40대 직장인의 대사질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중년 남성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것은 간(肝)이다. 간 건강 악화 신호는 지방간이 대표적이다. 강북삼성병원이 서울·경기 지역 성인 1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0대의 지방간 환자 비율이 43%에 달했다. 지방간은 간 무게의 5% 이상의 지방이 간에 침착된 상태를 말한다. 그만큼 간의 대사능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다. 40대 직장인이 만성 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방간은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지방간이 단순해 보여도 지속되면 간경화로 진행되고, 20년 이상 지나면 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술이다. 이은정 교수는 “자주, 오래 마시는 직장인의 술 문화가 간 건강의 독”이라며 “잦은 술자리는 지방간을 유발하고 결국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올린다.”고 말했다. 물론 술이 전부는 아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복부비만과 흰 탄수화물(흰쌀밥, 밀가루)의 과다 섭취가 원인이다. 커피나 탄산음료 등 당이 첨가된 음료도 줄이는 것이 좋다.
술자리부터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줄어든 술자리 시간을 운동 시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려우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부터가 건강해지는 습관의 시작”이라며 “지방간을 없애는 것을 새해 목표로 삼아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질환·갱년기 이중고 50대 여성
50대는 신체적인 기능이 떨어지는 동시에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해진다. 사춘기와 함께 일생에서 가장 큰 몸의 변화를 겪는다는 갱년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갱년기는 여성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갱년기를 기점으로 질환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해서다. 이 교수는 “갱년기를 겪는 50대는 사실 여성 건강이 더 문제”라며 “여성은 50세가 지나면서 비만,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발생이 확 증가한다. 이전 연령대에서는 남성보다 낮았던 발병률을 여성이 따라잡는 시기가 바로 50대”라고 말했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데 따른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을 비롯해 당뇨병, 우울증,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위험이 증가한다.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검진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몸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기 위해서다. 대신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전에는 갱년기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해 갱년기를 해결했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우선적인 치료로 고려되진 않는다. 이 교수는 “2002년 미국에서 여성호르몬 치료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있었는데 유방암이나 심혈관질환, 특히 뇌졸중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오래된 갱년기에 이득이 없어 권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갱년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식습관 등 생활습관을 교정해 여러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햇볕을 쬐면서 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은 하루 30분~1시간 정도 주 3~5회 유산소운동, 주 2회 근육운동을 하는 게 좋다. 복부비만과 대사증후군을 줄이기 위해 흰쌀밥은 잡곡밥 등 복합탄수화물로 바꾼다.
너무 많은 영양제나 건기식 섭취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종합비타민과 함께 1~2가지 건강기능식품을 챙겨먹는 것이 적당하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비타민D나 칼슘제제를 섭취하거나 관절이 안 좋으면 글루코사민, 장이 안 좋으면 프로바이오틱스를 선택한다. 임수 교수는 “갱년기에는 음악, 미술, 사진 등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면서 정신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기능식품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먹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되도록 줄이는 것이 좋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먹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쉬운 노년층
노인층의 경우에는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이 노쇠해져 몸 상태가 일반 성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60대를 넘어서면 30대 근육량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매년 500g씩 근육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육량은 인체 면역력과 직결되는 요소다. 똑같은 병에 걸려도 일반 성인에 비해 손상을 크게 입고 회복은 더딘 데다 원 상태로 회복되기도 어렵다. 한 번의 낙상 사고로도 입원, 근육량 저하, 신체 기능 저하, 건강 악화로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노인은 생존을 위해 운동이 꼭 필요하다. 이 교수는 “노인의 경우 가만히 있기만 해도 근육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우선 노인은 집에서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0세 이상 노인 1565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5시간 넘게 앉아 있는 노인은 5시간미만으로 앉아 있는 노인에 비해 비만 위험도가 1.54배 높았다. 김 교수는 “운동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면 앉아 있는 시간부터 줄이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전화 통화를 할 때나 TV광고 시간 때마다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할 경우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으니 물에서 걷기나 수영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실외 운동은 자칫 낙상의 위험이 있어 실내자전거를 하는 것도 추천한다. 노인에게 있어 운동은 치매 예방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잘 되면서 뇌를 활성화시킨다.
단백질을 챙겨 먹는 것도 필요하다. 단백질이 근육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노인은 탄수화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져 단백질은 잘 먹지 않게 된다. 닭고기나 돼지고기, 생선류를 식사 때 한 가지씩 먹으면 된다. 단, 미각이 둔해지기 쉬워 간은 다소 싱겁게 해서 먹는 것이 좋다. 나트륨은 고혈압 등 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건강 상담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단골의사를 두는 것도 좋다. 임수 교수는 “노인은 대개 여러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건강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질 수 있어 주치의 개념으로 주기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단골의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동네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원을 하나 정하고 상담하면 조기에 병을 발견하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4면 건강한 당신 http://news.joins.com/article/21068059 입력 2017.01.02 00:01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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