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종개

2018. 1. 20. 08:50常識

[이슈 속으로] 늑대가 나타났다… 알고 보니 진돗개·풍산개·동경이

중앙아시아 등서 한반도로 이동, 개의 조상과 유전 형질 가장 근접

풍산개가 야생적 기질 가장 강해, 임실 오수개, 주인 구한 설화 주인공

불개는 늑대·누렁이 합쳐 탄생, 해남개·거제개는 문헌에만 존재

━ 한국 토종개 DNA 분석

개도 국적이 있다. 국내에서 반려견으로 널리 사랑받는 요크셔테리어와 몰티즈는 각각 영국, 이탈리아 출신이다. 시츄는 명나라 황제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중국 개다. 일본 시바견은 관리가 쉬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진돗개 네눈박이의 모습. 국제 단체에는 황구, 백구 뿐 아니라 네눈박이, 흑구, 재구, 호구가 진돗개 품종 표준으로 등재됐다.(사진 농촌진흥청)

한국 토종개의 특징은 뭘까. 진돗개·풍산개·경주개(동경이) 등 종류별로 다양한 형질을 지녔지만 최근 이들을 관통하는 독특한 유전 특성이 밝혀졌다. 바로 야생성이다. 농촌진흥청은 2년에 걸쳐 고대·현대 개 2258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 토종개는 다른 외국 개 품종보다 개과(犬科) 야생종인 늑대·코요테의 유전자형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의 원형인 고대 개에 가까운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최봉환 박사(농업연구사)는 “개과 동물 품종 간 유전적 근연관계를 비교한 그래프를 보면 한국 토종개가 전체 개 품종 중 늑대·코요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한국 개는 고대에 야생 늑대를 조상으로 중앙아시아에서부터 동아시아를 통해 이동해 들어온 뒤, 나름의 독창적 그룹을 형성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돗개 호구의 모습. 국제 단체에는 황구, 백구 뿐 아니라 네눈박이, 흑구, 재구, 호구가 진돗개 품종 표준으로 등재됐다.(사진 농촌진흥청)

토종개 유전자 분석이 대단위로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박사는 “대표 토종개 3종(진돗개·풍산개·동경이)과 늑대·코요테, 그리고 시베리안허스키·치와와·차우차우 등 외국개 33종 유전체를 수집하는 데만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개의 DNA에 존재하는 유전자형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유전자 칩을 이용해 개의 전체 유전체를 비교·분석하는 방법을 썼다.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토종개 3종은 털의 색깔, 털의 질, 체형 등이 비슷하고 유전적으로도 공통점이 많다. DNA 분석 결과 외국 품종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면서 한국 토종개들만의 고유한 집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 늑대 형질은 풍산개, 동경이, 진돗개 순으로 강했다. 외국개 중 한국 토종개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샤페이·차우차우), 일본(아키다·시바견) 개들이었다.

 

풍산개 백구는 얼핏 보기에 진돗개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덩치가 더 크다.(사진 농촌진흥청)

야생성이 높다는 건 그만큼 유전학적으로 개발할 여지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개 혈통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최 박사는 “독일 셰퍼드의 경우 100년 넘는 연구·개량을 거쳐 군견 등 특수 목적 견으로 유전자가 고정됐다.”면서 “소·돼지처럼 육종을 거친 셈인데 우리나라 개들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토종개는 점점 희귀해지는 추세다. 유효집단 크기가 진돗개 흑구 485마리, 진돗개 네눈박이 262마리, 풍산개 백구 110마리, 경주개동경이 백구 109마리 등으로 많지 않다.

━ ◆한반도 터줏대감… 어떤 개들이 있나?

 

고대·현대 개 유전체 분포도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토종개는 크게 7종류다. 가장 잘 알려진 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귀가본능, 용맹성, 대담성 등을 갖췄다. 전남 진도군에서는 관내 진돗개를 ‘진도개’라고 별도로 부르며 보호한다. 맞춤법상으로는 ‘진돗개’가 맞는데, 일부러 ‘진도개’로 표기한다. 같은 종류라도 그 외 지역에 있는 개는 ‘진돗개’나 ‘육지개’로 취급한다. 진돗개 말고도 삽살개, 풍산개, 동경이 등이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비교적 잘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생소하지만 제주개, 오수개, 불개도 고유한 유전자를 가졌다.

경북 경산이 고향인 삽살개는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돼있다. 예로부터 민간에서 ‘귀신을 보는 개’라고 일컬어왔는데 삽살개라는 이름도 ‘삽(쫓는다)’과 ‘살(액운)’에서 유래했다. 크기는 중형견, 털 길이는 장모종이다. 황색과 청색으로 나뉘며 털이 직모, 반곱슬, 곱슬 형태를 모두 보인다. 충성심과 인내심이 강하고 주인에게 온순하지만 경쟁관계의 동물에게는 도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풍산개는 토종개 중 가장 몸집이 큰 개다. 함경남도 풍산군 태생인데 북한 천연기념물 368호로 지정돼있다. 개마고원 일대에서 나타난 견종이라 속 털이 많고 눈, 비, 바람을 잘 견뎌낸다. 영하 20∼30℃의 기온에서 잠을 잘 수 있어 사냥개나 군견으로 활용된다. 털 색깔은 주로 백색이다.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풍산개와 셰퍼드를 싸움 붙이고 구경하는 취미를 즐겼다고 한다.

 

경주개 동경이

지난 2012년 천연기념물(540호)에 이름을 올린 경주개는 ‘동경이’, ‘댕견’, ‘동경개’라고도 불린다. 동경은 옛 경주를 일컫는 지명이다. 동경이는 토종개 중 문헌 기록상 가장 오래된 개로 ‘동경잡기’, ‘증보문헌비고’ 등 옛 문헌에 경주 지역에서 널리 사육되었던 개로 등장한다. 신라 고분에서 토우(흙으로 만든 인형)로도 발굴돼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과거에는 한때 굴곡진 역사를 경험했다. 외관상 꼬리가 5㎝ 이하로 짧거나 없는 게 특징인데 이 때문에 불길하고 재수가 없다며 천대를 받았다. 일본 신사의 개 형상과 닮았다며 죽여 멸종위기를 겪기도 했다. 최근 재조명받으며 보호 육성되고 있다.

제주개는 진돗개와 모양, 색깔이 비슷하지만 진돗개와 달리 꼬리를 꼿꼿이 세우는 게 특징이다. 청각, 후각, 시각이 뛰어나 오소리, 꿩 등 야생동물 사냥에 재능이 있다. 현재 개체수 100마리 이하로 멸종 위기를 겪는데 제주축산진흥원이 제주개 보호·육성사업을 펴면서 숫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진돗개 흑구

전북 임실군의 오수개는 전래동화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불이 난 것을 모르고 잠든 주인을 구했다는 설화 속 충견이 바로 오수개다. 고려시대의 문인 최자가 1230년에 쓴 ‘보한집’에 이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임실군에서는 매년 5월 ‘오수의 견 문화제’를 열어 충성심을 기린다.

이름이 다소 생소한 불개는 소백산에서 서식하던 늑대와 민간의 누렁이가 교미를 해 만들어진 종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영주에서 오랜 기간 서식하면서 유전자가 고정됐다. 털과 눈, 코가 모두 붉은색을 띤다. 야성과 경계심이 강하며 발놀림이 민첩해 나무를 잘 타는 게 특징이다. 개체 수가 적어 멸종 위기를 겪고 있다.

최 박사는 “과거 문헌에는 해남개, 거제개 등 더 많은 한국개가 등장하지만 이들은 이미 멸종해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남아있는 7품종도 천연기념물 추가 지정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개체 수 발굴을 해야만 유전자 분석을 통한 학술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중앙일보 13면 http://news.joins.com/article/22302519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2018.01.20. 00:42 수정 2018.01.20. 00:43

■ [S BOX] 수영장·썰매장·경주장… 그 섬에 가면 개 선수촌 있다.

「한국 토종개 중 가장 일찍부터 보호가 활성화된 견종은 단연 진돗개다. 지난 1962년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됐다. 1967년에는 ‘한국 진돗개 보호·육성법’을 제정했다. 국제 인증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개 혈통 등록 기관으로 꼽히는 3대 기관 중 2곳인 영국 켄넬클럽(KC)과 세계애견연맹(FCI)에 등록돼있다. 지자체 지원으로 연구도 활발하다. 전남 진도군에 세워진 진돗개사업소는 5만6474m²에 예산 80억 원을 들여서 세웠다. 사육관리센터, 친환경사육장, 홍보관, 메디컬센터가 포함된 진돗개 테마파크가 특징이다. 수영장, 썰매장, 경주장을 포함한 진돗개 선수촌도 있다. 운영담당, 혈통관리담당, 테마파크담당 등 3개 담당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전문가 9명이 일한다. 진도군 내에서는 지난해 기준 3044 농가가 진돗개 1만1039마리를 사육 중이다. 진도군은 매년 5월 3일을 진돗개의 날로 지정해 우수개 선발대회, 경주, 공연 등 각종 행사를 연다.

진돗개사업소에는 외래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 토종개 보존을 위해서다. 등록된 진돗개 이외의 개를 반입할 경우 법에 따라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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