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관계

예전과 똑같은 상호로 슈퍼마켓 인수한 업주… "前주인 외상거래도 갚을 책임 있어"

외관 유지는 상법상 채무인수 간주, 법원 "3자에 즉각 통지해야 면책"

가게 영업권을 인수할 때 예전 상호를 그대로 쓸 계획이라면 반드시 전 주인의 채권·채무관계를 먼저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같은 상호로 영업을 양수한 슈퍼마켓 업주에게 "전 주인의 채무를 변제하라"고 지시했다. 부산지법 민사21단독 박주영 판사는 생활용품 판매업체 B사가 슈퍼마켓 업주 윤 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윤 씨는 B사에 1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윤 씨는 지난해 1월 한 모 씨로부터 경남 창원시 Z마트 영업권을 넘겨받은 뒤 지금까지 예전 상호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한편 B사는 2005~2006년 Z마트에 생활용품을 납품하고 매매대금 100여만 원을 받지 못하자 "한 씨는 슈퍼마켓 영업을 양수하면서 채무까지 인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종전 상호를 이어받아 쓰고 있으므로 매매대금을 갚을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윤 씨가 예전 슈퍼마켓 상호를 외관상 계속 사용하는 경우 상법 제42조에 따라 전 주인의 영업으로 인해 발생한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영업 양도 당시 윤 씨가 '영업과 관련한 채무를 전 주인이 책임진다'고 약정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영업 양도 이후 지체 없이 제3자인 B사 측에 통지한 때에만 채무 변제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법 제42조는 '영업 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해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 다만 양수인이 채무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지체 없이 제3자에게 통지한 때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판사는 "상호를 그대로 쓰기로 하고 영업을 양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이번 판결 내용을 꼭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www.kookje.co.kr/news2006/asp/center.asp?gbn=v&code=0300&key=20080815.22010220837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 입력: 2008.08.14 22:08 / 수정: 2008.08.15 오후 12: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