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倭寇)의 침입

2019. 8. 13. 20:34日記

왜구(倭寇)의 침입(20190813일 월요일)

어제(812) 오후 9시 경 닭장에서 닭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놀라서 안에서 플래시를 비쳐보고 바로 뛰어나갔더니 닭장이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토착왜구(土着倭寇)인지, 도래왜구(渡來倭寇)인지 족제비인지 모를 어떤 놈들이 닭들이 평화롭게 단잠을 자는 닭장에 난입하였다.

다른 큰 닭들은 횃대에 올라가 난을 피했지만 어미닭과 청계병아리들이 어제부터 마련해준 케이지에서 자지 않고 바닥에서 새끼를 품고 자기에 넓게 쓰라고 케이지를 위로 올려놓았더니 그 밑의 작은 틈으로 왜구인지 족제비인지가 들어와서 바닥에 자는 어미를 가사상태로 만들어놓고 병아리는 요절을 내어놓았다. 요행히 잘 숨어있던 병아리 두 마리가 용케도 살아 있었다. 밤이라 임시로 닭장을 단속해놓고, 아침에 나가보니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건 어미는 몰골이 말이 아닌 채로 기력을 차리고 새끼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모성애의 승리다. 병아리들은 아주 활발하다. 닭장을 다시 단속하다 보니 틈 속에 한 마리가 더 있었는데, 이놈은 아무래도 위태위태하다.

하루 종일 새끼들 돌본다고 다리도 곧게 펴지 않고 구부려서 새끼들이 자유롭게 품속으로 드나들게 하고 품속에 있는 놈이 조금이라도 부스럭거리면 재빨리 자신의 몸을 살짝 들어 새끼들을 보호한다. 닭들이 원래 텃세가 심하다고 하는데 어미닭이 있으니 큰 닭들이 병아리들을 괄시하지 않고, 병아리들이 오히려 큰 닭들 부리에 묻어 있는 모이를 떼어먹으려고 까치발을 하고 설쳐댄다. 무릇 모든 새끼들은 어미가 있어야 힘이 나는가 보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재빠른 놈들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말 못하는 어미닭의 마음은 어떠하랴 싶다.

나쁜 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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