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7. 09:16ㆍ旅行
통영 출신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정운(丁芸) 이영도 시인의 고향이 청도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지난 11월 중순경 이웃에 사시는 조달곤 교수와 서예가이며 한학자이신 화산 이준선생님과 청도를 둘러보면서 이영도, 이호우 시인의 생가와 그들을 기념하는 시비가 있는 오누이공원도 함께 둘러 보았다.
12월이 되어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이 겨울에 혼자서 조용히 그곳을 다시 찾았다.
돌이켜보면 중학생이던 1966년에 학교에서 이영도 시인을 초청하여 전교생이 모여서 시인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이영도 시인은 교과서에 그의 작품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단지 통영에서 오셨다는 것과 흰색 모시의상을 입고 단아하게 강연하신 분이라는 것하고, 강연이 교과서에 소개된 자작시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그때 외솔 최현배 선생을 비롯한 많은 명사들을 초청해서 학생들에게 산교육을 하신 당시의 부산중앙중학교의 오원덕 선생님이 참교육자가 아닌가 한다. 그때 우리의 교훈이 <참되자>이었다.
나중에야 이영도 시인이 이호우 시인과 남매라는 것과 『시인부락』, 『생리(生理)』 동인으로 활동했던 인간생명의 의지를 추구한 생명파 시인이자, 6.25당시 종군문인이기도 한 청마(靑馬) 유치환 선생과의 비성적(非性的)인 사랑으로 유명한 5,000여 통에 이르는 짝사랑의 편지를 추려놓은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중앙출판공사, 1967)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청마 선생 생전에 경남여고에서 부산남여상으로 전근가실 때, 감수성 여린 여고생들이 청마선생을 울며 붙들면서 ‘우리 청마선생님을 다른 학교로 보내드릴 수 없다.'고 운동장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일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이영도 시인의 생가 근처는 아직 6, 70년대의 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고, 동창천가의 오누이 공원에는 이호우, 이영도 오누이 시인의 시비가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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