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4. 22:35ㆍ經濟
그는 지난해에 28억 달러(3조7000억 원)를 벌었다. 전년인 2007년에도 28억 달러를 벌었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연간 6억~15억 달러를 벌었다. 더구나 지난해는 전 세계의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던 패닉(panic) 장세가 아니었던가. 한 차례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으면 '운 좋게 로또에 당첨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년간 계속 '홈런'을 치는 것을 보면 남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노하우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 최근호에 낯익은 그 이름이 눈에 띈다. 제임스 사이먼스(Simons)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사장. 뉴욕 맨해튼 3번가 사무실에서 지난해 세계 최고의 개인 소득을 올린 헤지펀드(hedge fund) 매니저이다. '월스트리트'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젊고 멋진 차림'의 펀드매니저와는 거리가 멀다. 허리가 구부정하고 흰 턱수염이 더부룩한 키 170㎝가량의 71세 노인이다.
사이먼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돈을 번 비법(秘法) 때문이다. 2년 반 전에 그를 만나서 '한몫 잡는 비결'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직설적이고 단답형(短答型)인 그가 말했다. "내가 수학자라는 것 아시죠?"
사이먼스는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한 뒤 미·소 냉전시절에 미국 국방부에서 러시아의 비밀통신을 푸는 암호해독전문가(code breaker)로 일했다. 이후 "수학 이론을 현실에 응용해보자"는 꿈을 갖고 1978년 월스트리트에 진출했다.
사이먼스에게 세상은 '수학기호'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암호문을 해독하려면 수많은 기호 속에서 '의미 있는' 기호를 찾아내서 서로의 연관성을 밝혀내야 한다. 증시도 마찬가지다"고 말한다. 이렇게도 표현한다.
"한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바뀌어 그 주식이 뛰면 다른 주식에 영향을 미친다. 분자 간 연쇄화학반응이다. 이 변화 과정에서 증시의 전체 움직임을 통계학적으로 추적한다."
그의 대표펀드인 '메달리온펀드'는 1989년 설립된 이후 매년 30% 이상의 고수익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금융위기 와중에도 수학적 기법을 동원, 84%의 엄청난 수익률을 냈다.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Soros)도 명함을 내놓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사이먼스는 소로스(8억 달러)보다 20억 달러 더 많이 벌었다.
수학과 과학에 대한 사이먼스의 집념은 거의 '종교'에 가깝다. 투자결정에서 '정치변수'는 고려하지 않는다. 장기투자를 하는 워런 버핏(Buffett)과 달리 수학적 공식에 따라 초단기 단타매매를 한다. 그와 함께 일하는 70여명의 박사들은 수학·물리학·천문학·전산학·통계학 전공자이다. 10년 전 환갑잔치도 기하학 심포지엄으로 대신했다.
물론 첨단 금융공학(金融工學)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금융위기도 파생상품 창조자들의 '수학에 대한 맹신(盲信)'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속에서도 승리한 월스트리트맨들은 "수학과 과학의 발전이 월스트리트의 자금을 IT(정보통신)와 BT(생명공학), GT(녹색공학) 혁명의 거름이 되게 했다"고 확신한다.
사이먼스는 1등 비결에 대해 "'과학적 분석 능력'이 다른 회사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소로스는 펀드 이름을 물리학에서 빌려와 '퀀텀(Quantum·양자) 펀드'라고 붙였다. 월스트리트맨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골프황제인 타이거 우즈(Woods)는 자신의 골프 교본에서 "세계를 제패한 골프스윙"을 설명하면서 "치명적 결점(killer fault)"을 제거한 "좋은 기술(good technique)"을 강조한다. 영어 배우기에 고생하면서도 수학·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4/12/2009041200758.html 김기훈·경제부 차장 대우 khkim@chosun.com 입력 : 2009.04.12 21:58 / 수정 : 2009.04.1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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