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란 생각을 담아내는 도구이다

2024. 1. 25. 14:08言語

‘행복’의 개념에는 남과 북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함께 쓰인 사랑과 기쁨을 제외한 단어들을 보면, 북한에서는 ‘헌신, 인민, 보람’ 등 민족이나 국가 전체와 연관되는 단어가 많고, 남한에서는 ‘인생, 타인, 당신, 인간관계’ 등 사람 사이의 개인적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많았다.”

과거 교통과 대중매체가 발달하지 않은 관계로 좁게는 지방에 따라 다른 음운과 개념의 언어가 존재하듯이 현재 남과 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같은 민족, 같은 언어라도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사뭇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양이다.

경상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 사람들은 경상도 말이 많이 투박하게 들릴 것이다. 이유는 변별적 자질이 있는 운소체계 즉 성조(억양)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상도 운소는 고저(pitch)인데 반해 경상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 성조는 장단(length)이다. 참고로 영어는 강약(stress)이다. 그러니 경상도 말은 투박하고 거칠게 들릴 수밖에 없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억양이 다른 우리말을 하면 어색하듯이, 장단을 억양으로 하는 다른 지역 사람이 억양이 고저인 경상도 말을 들으면 그 어색하기가 똑 같다. TV 드라마에서 배우가 하는 경상도 말이 어색하게 들리는 것과 똑 같다.

고저 억양의 경상도 말을 태어날 때부터 쓴 사람이 장단 억양의 서울말을 쓰면 오히려 이상한 억양이 되어 역겹게 들릴 때가 있고, 그 반대도 같다. 왜냐하면 태어날 때부터 배운 성조는 쉽게 다른 성조로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같은 성조를 사용하는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사람들은 서울말을 쉽게 익혀 사용할 수 있지만 경상도 사람들은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서울말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말을 하기가 어렵고, 그 반대의 경우도 그렇다.

참고로 15C 우리나라 성조는 모두 고저(pitch)였는데, 임진왜란 이후부터 경상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모두 장단(length)의 성조(억양)로 바뀌게 되었다.

한글은 기계화에 가장 적합한 문자가 되었다. 문맹퇴치에도 큰 공을 세웠다. 현재도 살아있고, 미래에도 살아있을 우리가 활용하는 문화재다. 우리의 생각을 가장 잘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하다.

언어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때로는 개성 있는 표현도 있을 수 있고, 공감이 가지 않는 표현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언어란 생명체는 신생-성장-사멸을 순환하면서 어떤 방향으로든 굴러가게 되어 있다. 언중이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면 공용어가 될 것이고, 쓰지 않으면 유행어가 되어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 것이고, 계층어가 되어 그들의 생각을 잘 담아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모두가 공감하는 언어로 순화해서 자정해야 한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그렇게 되면 다양성과 개성이 부족한 언어가 되고 또 다른 반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품위(?) 있는 말만 쓰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말, 자신들의 생각을 가장 잘 어울리게 쓰면 될 것이다. 의미를 완전히 담아내지 못할 때는 이모티콘 등 다른 표현으로 충분히 작의 뜻을 담아낼 수도 있다.

언어란 말과 글로써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도구이다. 그러므로 이 도구를 잘 사용하는 사람도, 잘못 사용하는 사람도, 그 기능 이상으로 잘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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