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7. 14:27ㆍ旅行
2024년 밀양시립박물관 박물관대학 강의 일환으로 관광버스 2대로 나누어 경주 고적 답사를 다녀왔다.
불국사를 처음 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이다. 부산성지국민학교 6학년 때이다. 그때 우리학교는 학년 당 약 천여 명씩 전교생이 약 육천 여명이었다. 요즈음에는 상상불가이다. 1923년에 서면공립보통학교로 개교했으니 100년이 넘은 학교이다. 대연, 동평(가야), 당감, 전포, 부암, 양정 부산진 등 서면 일대의 모든 학교가 거의 성지에서 분리해 나간 학교다.
경주와 불국사는나에게 이런 추억이 어려있다. 6학년 졸업여행 겸 수학여행이었다. 이번 답사는 밀양에서 출발하였지만 그때와 거의 같은 경로이다. 그러니 이런 추억이 회상된다. 그때는 부전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첫날 교과서에 나오는 불국사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고, 첨성대, 박물관, 분황사, 석굴암, 포석정, 영지 등을 본 것 같다. 그때 어머니께서 외아들이 수학여행 간다고 시장에 가서 빠듯한 살림에 그때로서는 입고 싶었던 최고급 나이롱잠바에 바지까지 해 입혀서 여행을 보내주셨다. 첫날 불국사를 관람하고 여관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었는데 자고나니 잠바와 바지가 없어졌다. 분명히 자기 전에 벽에다 걸어 두었는데. 다른 한 친구는 선생님이던 아버지의 미제 사아지바지를 줄여서 입고 왔는데 꽤 고급이었다. 요즘 이런 옷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요사이는 접하기 쉽지 않은 옷감이다. 이것도 없어졌다. 필경 도둑의 소행임이 뻔하였다. 아무리 국민학생이지만 여학생도 같이 갔는데 어찌 내복바람으로 나다닐 수가 있겠는가? 담임선생님(노순식 선생님)께서 다른 친구의 바지를 빌려서 나에게 입히고, 나를 데리고 시장에 가서 바지와 잠바를 사 입혀주셨다. 그냥 빌려서 입혀도 되었겠지만 아마도 그때우리 엄마의 드센 치맛바람 덕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장에서 사주신 옷을 입고 무사히 수학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집으로 가니 어머니께서 놀라시면 입고 간 옷은 어쩌고, 그런 옷을 입고 왔느냐고 물으셨다. 자초지종을 말씀 드리니 어머니께서는 그날 당장 시장에 가셔서 당시로서는 귀한 생닭을 한 마리사서 옷값+∝를 가지고 담임선생님댁을 방문하였다. 꽤 비싼 수핵여행을 한 셈이었다.
어머니, 담임선생님! 모두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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