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6. 17:07ㆍ敎育
“리더(leader)는 결코 神이 아니다”… 바바라 켈러먼
"훌륭한 리더(leader)는 리더 본인이 아니라 팔로어(follower)가 만듭니다. 성공한 팔로어의 역할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이면서도 정작 리더보다는 팔로어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바바라 켈러먼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 정책을 강의하고 있는 켈러먼 교수는 최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리더십과 관련해 두 가지의 큰 변화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바바라 켈러먼
모든 리더의 영향력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으며, 세계화의 진전으로 지역, 종교, 성별, 국가별 리더의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 리더의 영향력과 권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팔로어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요즘 리더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권위와 힘이 부족하고 그 영향력 또한 작습니다. 기술의 진보와 민주주의의 진전이 만들어 낸 변화로 정치인이든 기업가든 모든 리더들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업가 리더는 이사회, 언론, 주주,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에게 경영권을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파키스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부토 전 총리가 아닌 파키스탄 사람들이 만들어낸 겁니다. 비록 유혈 사태로 끝나긴 했지만 지난해 미얀마의 시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전 세계의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각국의 권위적 지도자들은 점점 위협받고 있어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도 리더의 권위 약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행정 경험이 거의 없는 인물이지만 유권자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새로운 리더,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리더를 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인들이 왕조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인의 세습에 미국인들은 관대하지 않아요. 부시 왕조, 클린턴 왕조라는 이름은 선거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켈러먼 교수는 자신의 저서 '배드 리더십'에서 배드 리더십의 7가지 사례를 무능(incompetent), 경직(rigid), 무절제(intemperate), 무감각(callous), 부패(corrupt), 편협(insular), 사악(evil)으로 구분했다. 이 배드 리더십이 '상황', '리더', '팔로어'란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고도 지적했다. 리더 혼자서는 잘못을 저지를 수 없고 묵인하거나 추종하는 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맹목적으로 사마란치 전 위원장을 지지하지 않았다면 그의 부패 행위가 그렇게 오래 이어질 수 없었을 겁니다. 악명 높은 인종청소를 단행한 세르비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도 그 자신이 직접 범죄를 한 것이 아닙니다. 끔찍한 반 인도주의 범죄는 모두 그의 추종자에 의해 이뤄진 것이죠.
나쁜 리더를 방지하기 위해 팔로어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켈러먼 교수는 팔로어 스스로가 리더를 바로잡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추종자라고 여기는 사람은 보통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엔론의 전 부사장 셰론 왓킨스를 보세요. 회계부정을 발견한 그녀가 케네스 레이 전 엔론 CEO에게 솔직하게 CEO의 잘못을 거론하지 않았다면 엔론 사태가 밖으로 알려지지 못했을 겁니다. 리더는 신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의심을 가지고, 리더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하세요." 동아일보(DBR) 하정민기자 dew@donga.com 입력2008.03.02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