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m 걷기대회 2구간 답사

2025. 1. 30. 20:42徒步

2025년 01월 30일 목요일 새벽에는 조금 추웠으나 해가 뜨면서 날씨가 매우 포근하여 걸으면 드에 땀이 배일 정도이고, 바람도 잔잔하다.

모레가 입춘이다.

서재의 창밖에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재촉하는 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문득 T.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의 ‘황무지’The Waste Land가 생각난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절망의 밑바닥에서도 작가는 종교적인 구원을 얻고 있다.

걸어가는 고통의 역설적 상황에서도 완주 뒤의 열락의 기쁨을 얻는 것은 걸어본 자만이 아는 세계이리라. 그래서 겸사겸사해서 생각한 시구이다.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수준급의 프로마라토너들이 주파하는데 약 두 시간이 걸리는 마라톤 풀코스이다.

그 마라톤 풀코스를 9시간 동안 우리는 걸었다.

8시에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수산대교 아래 집결하여 준비운동을 하고 수산교를 통과하여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에서 수산교와 수산대교 아래를 지나서 본격적으로 낙동강 우안 둔치를 걷기 시작하였다. 조금 더 내려가니 본격적으로 드넓은 둔치가 펼쳐지고, 동행하는 김현주작가의 시심을 일깨우는 지난 여름 무성했던 옷을 벗은 나목이 줄을 섰다.

밴드에서 캡쳐

왼쪽을 보니 낙동강 주위에서 김해평야 다음으로 광활한 곡창인 하남들이 명례리를 중심으로 비단을 깔아놓은 듯 펼쳐져 있다. 그 누가 그랬던가? ‘거리는 미美’라고. 강 건너가 바로 피안彼岸이었다. 유토피아가 바로 그곳이다. 이 아름다운 풍광을 전영선님은 동행자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것이 참 대단한 동료애다. 이 길을 걸었다는 것은 바로 사진이 증명하기 때문이리라.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대산파크골프장 한참을 지나니 오른쪽 야산 위에 그 유명한 ‘우영우팽나무’가 떡하니 서있다.

조금 더 지나면 동네개들이 낮선 사람들이 지나가면 너무 짖어 민폐가 되어 코스를 조금 변경하였다는 이인부회장님의 설명이 곁들어진다. 대숲을 좀 지나니 대산면 유등리 유등마을쉼터인 ‘앗! 커피다’란 쉼터가 나온다. 여기가 10km 지점이고, 소요시간은 약 두 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각자 기호에 맞는 음료와 함께 오늘도 감초 같은 존재이신 전영선님이 경비와 시간을 소모하며 풍성하게 준비한 간식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발길을 재촉하였다.

낙동강 우안 둔치
대산면 유등리 대숲
유등리 유등마을쉼터
솔뫼생태공원

이제 김해시 경계로 들어선다. ‘솔뫼생태공원’을 지나 한림면 한림배수장 바로 옆에 설창과 진례에서 내려오는 화포천이 앞을 막는다. 그러나 화포천도 우리를 막지 못한다. 우리는 그 화포천을 지나 김해시 생림면 마사리 마사터널로 향했다.

마사리를 지나며 마사리 산에 잠들어계시는 장인어른 산소 주변을 지나며 마음속으로 극락왕생을 빌었다. 돌아가시면 끝인데 사위가 지나가는 것을 아시기나 할까? 하기야 아시면 뭐하고, 모르시면 뭐할까? 조상을 섬기는 것은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마사리를 지나며 간이식당에 도달할 때까지 뒷다리가 당기면서 발가락도 아파온다. 그러나 힘을 내어 20km 지점인 마사교(콰이강의 다리)입구인 간이식당에 12시 경 도착하였다. 시간상으로는 적절한 시간에 도달하였다. 다리 앞의 간이식당에서 떡국으로 점심을 먹고, 12시 30분경에 원점 회귀를 위한 목적지로 발길을 옮겼다. 좀 쉬고 나니 한결 나아졌고 오늘 완주하기로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다.

솔뫼생태공원
옛 경전선 마사터널 입구
옛 경전선 마사터널 내부

차 두 대가 겨우 피해가는 ‘콰이강의 다리‘를 지나 낙동강 우안으로 접어들기 위해 삼랑진 상부마을로 향했다.

상부마을의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문하인 민씨 형제의 오우정을 지나 은사이시며 주례를 해주신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으로 유명한 ‘뒤기미나루’를 지났다.


여기가 바로 밀양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삼랑진이다. ‘삼랑진三浪津’이란 지명은 세 물결의 나루터란 뜻이다. 서울시민의 수원지인 팔당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양수리(두물머리)’, 강원도 정선아리랑의 본고장인 정선의 송천과 골지천 두 물이 합수하여 조양강(표지판에는 한강)이 되어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아우라지’가 다 같은 의미이다.

여기를 지나 바로 건너편인 밀양시 상남면 밀양강 우안으로 가기 위해 삼랑진과 상남면을 있는 삼상교를 지나야 한다. 기다랗게 뒤집어 놓은 U자 형태로 지루하게 걸어야 한다.

약 10km 정도의 거리다. 삼상교 상남면 쪽 쉼터에서 신묶사 회장님이 가져오신 사과를 먹고 다시 힘을 내어 걷는다. 또 뒷다리가 당기기 시작한다. 여기서 가드레일에 다리를 올려 스트레칭을 몇 번 하니 다리가 한결 가벼워진다. 독뫼를 지나 마산리를 지나면서 조상님께서 잠들어 계시는 선영을 지나면서 삼배를 올렸다.

독뫼를 돌아 마사리에서 오는 길과 합류하는 지점부터는 어제 선영에서 차례를 지내고 잠시 걸었던 길이다. 낙동강과 밀양강이 만나는 곳을 지나 상남면 오산리를 지났다. 전에 차를 타고 지나면서 저 둑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하고 무척 궁금해 하였던 곳이다. 낙동강 좌안을 따라 한참을 가니 어느덧 하남읍 명례리에 도달하였다.

이름도 정겨운 곳들이 어느새 가까이 다가 왔다. 평지마을! 지금은 돌아가신 처부모님께서 사셨던 처갓집이 깔끔하게 정돈은 되어 있지만, 그 옛집이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집이라 먼발치에서 보고 지났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내의 마음은 어떨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 누구도 어릴 적 아련한 기억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옛 동무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주변 환경은 상전이 벽해가 되었고, 강물은 흐르지만 그 옛 물이 아니고 물길도 또한 바뀌었으리라. 사람 또한 바뀌었으리라.

이어 상촌마을의 명례성당에 도착하여 잠깐 휴식을 취하였다. 명례성당은 1897년 순교자 신석복 마르코(1828~1866년)의 출생지 바로 옆에 서 있는 성당으로 경남지역에서 가장 일찍 설립된 천주교회 본당이다.

오래전에 처가에 갔을 때인데 밤에 무료하기도 해서 마을을 둘러보다가 여기 명례성당까지 가게 되었는데 성당 바로 앞을 흐르는 달빛 받은 낙동강물이 무척 신비하고도 무섭게 느낀 적이 있었다.

명례성당 바로 인근에 이인 부회장의 문중 재실인 낙주재洛洲齋를 지났다. 낙주재는 이번李𤃃(1575~1633) 선생이 광해군 당시 인목대비가 서궁에 유폐될 때 대항하다 파직돼 여기로 내려와 세운 재실齋室이다.

6km 정도를 더 걸어 수산대교 아래 출발점에 도착하였다. 거리는 42km이고 소요 시간은 식사 시간과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 총 9시간 정도 걸렸다. 평균 보행 속도가 4.6km이다.

참, 대단하다. 내가 이런 거리를 걸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끝으로 끝까지 대원들을 챙겨주신 우리의 리더 신묶사 회장님과 이인 부회장님, 그리고 동행하신 김용호님, 김현주작가님, 전영선님과 우리의 동행에 활기를 더하며 용기를 주는 수오, 중장거리에서 폭발적이고 무한한 포텐potential이 터진 묘승혜님 모두 고맙습니다. 특히 걷고 난 이후의 다음날까지 상태를 세심하게 챙겨주신 신묶사 회장님 고맙습니다.

목적지인 원점회귀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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