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9. 11:22ㆍ歷史
[KORUS FTA] 30% 싸진 스테이크로 점심 … 월급쟁이도 수입차 '배짱' 한․미 자유무역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의 타결로 한국 경제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을 맞았다.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미 FTA가 가져오는 변화의 물결은 먹고, 쓰고, 즐기고, 일하는 우리의 삶 속에 알게 모르게 다가올 것이다. 한․미 FTA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2010년 어느 날, 가상인물인 김 부장의 하루를 통해 변화상을 살펴보자.
2010년 5월 3일. 월요일 출근길에 나선 K전자 김 부장은 약간 들뜬 기분이다. 어제 큰맘 먹고 산 포드 '파이브헌드레드'를 본격적으로 모는 첫날이기 때문이다. 미국 차는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아내의 반대도 있었지만, 4000만원에 가깝다가 3000만 원대 중반으로 떨어진 차값이 그를 유혹했다. 관세 8%와 관련된 세금까지 내려간 데다 미국업체의 마케팅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 값은 10% 이상 떨어졌다. 국산차와 미국수입차의 자동차 값이 비슷해지자 '나 같은 월급쟁이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수입차 한 번 몰아 보나' 하는 배짱도 작용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잠깐 근처 은행에 들렀던 김 부장은 부쩍 친절해진 서비스를 느꼈다.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는 하지만, 한국에는 없던 미국식 금융상품이 하나둘씩 들어오면서 펀드 선택 폭도 조금씩 넓어졌다. 창구 직원은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하면서 수익이 높아진 미국 영농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생겼다"며 투자를 권했다. 일단 상품을 더 따져 보겠다며 안내 책자를 건네받은 김 부장은 거래처 손님을 만나기 위해 서울시내 H호텔 양식당을 찾았다. 망설임 없이 주문한 것은 미국 뉴욕식 스테이크. 뼛조각 문제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서 10만원에 가깝던 호텔 스테이크 값은 6만원대로 떨어졌다. 김 부장은 지난 주말 저녁 가족들과 들렀던 고기 집에서 예전 같았으면 15만원은 족히 나왔을 계산서가 9만 원대로 떨어진 사실을 떠올렸다.
'한․미 FTA 효과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스테이크와 함께 시킨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산 나파밸리 와인. 관세가 내리면서 7만 원대이던 와인 값도 5만 원대로 떨어졌다. 과거 칠레와의 FTA로 값이 내리는 바람에 많이 찾던 칠레산 '몬테스 알파' 와인의 인기도 최근엔 미국산 와인에 밀리는 듯한 인상이다.
'한․미 FTA, 그거 괜찮네' 하던 김 부장의 생각은 퇴근 직전 가벼운 두통 증세로 들렀던 약국에서 헷갈렸다. '새로 나온 좋은 약'이라며 두통약을 건네받은 김 부장은 약값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예전보다 거의 두 배나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이 개발한 신약의 특허권 보장 기간이 늘어나는 바람에 이젠 국내 제약사가 함부로 베낄 수 없어 약값이 비싸졌다"는 약사의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기분이 찜찜하다. 다만 비아그라 같이 보험이 안 되는 오리지널 신약은 조금 싸졌다는 약사의 설명을 귓등으로 들으며 약국 문을 나왔다.
'만사에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구나' 하는 생각은 귀갓길 상경 농민의 시위를 보고서 더 강해졌다. '농촌 경제 다 죽는다, 한․미 FTA 철회하라' 'FTA 비준한 국회의원 자폭하라'는 과격한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는 농민들에게 막혀 한 시간 이상 포드 차 안에 있던 김 부장은 왠지 미안하고 착잡한 심정이 됐다.
밤 9시가 다 돼서야 겨우 집에 도착한 김 부장은 오랜만에 부인과 쇼핑을 하러 갔다. 내일 있을 결혼기념일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대형마트 정육점 코너 한 곳에는 여전히 한우 고기가 진열돼 있지만,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미국산보다 두세 배는 비싸기 때문이다. 과일 코너도 마찬가지. 3년 전만 해도 관세가 45~50%에 달했던 오렌지, 사과, 체리 등의 과일은 값이 뚝 떨어졌다. 부인은 "이렇게 좋은 과일이 이 가격에 나오다니…"하며 즐거운 표정이지만, 김 부장은 귀갓길 농민 시위 광경이 떠올라 유쾌한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그런데 대형마트 한구석에 마련된 미국 브랜드의 수입 의류는 그렇게 싸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매장 관계자에 물어보니 "이런 의류는 브랜드는 미국이지만, 실제 만들기는 베트남․태국․중국 등 제3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한․미 FTA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김 부장은 고 1짜리 딸 녀석이 케이블 TV에서 미국 드라마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싫은 소리를 한마디 했다. 한․미 FTA로 외국 방송물 편성 비중이 커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선 미국 드라마가 유행이다. 하긴, 매일같이 불륜 같은 비도덕적 소재에 울고 짜는 한국 드라마 대신 감각적이고 빠른 진행의 미국 드라마가 젊은 애들 감각에 맞을 거란 생각도 해 본다.
- 포드 SUV 타고 출근, 점심엔 스테이크
- 소노마밸리 포도주 마시며 TV 시청
- 소비자이익 증가, 農心엔 주름살만 [중앙일보 이현상]
[한․미 FTA시대] 미리 가 본 2009년, 김 과장의 하루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아직 세부내용이 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한․미 FTA로 인해 질 좋은 상품을 보다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FTA 2년 후, 가상인물 김 과장의 하루를 통해 변화된 생활 주변을 살펴본다.
◇ 김 과장, 포드 SUV 타고 출근
2009년 4월1일 수요일 아침. S전자 입사 11년차 김모(37) 과장은 미국 포드사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스케이프(Escape) XLT 2.3`을 타고 출근길에 나섰다.
김 과장은 최근 이 차를 2400만원 주고 샀다. 약 2년 전이었으면 3500만원이 넘게 줬어야 할 차다. 하지만 연초 발효된 한․미 FTA로 수입자동차 관세가 낮아지면서 미국 차의 가격이 1000만 원 이상 내렸다. 라디오를 켰더니 엔저 현상이 끝나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미국시장을 경유해 우회 수입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한다. 부품 65% 정도만 미국에서 조달하면 미국산으로 인정된다니. 김 과장은 `조금 더 기다렸다 도요타 차도 알아볼 걸`하는 생각도 해본다.
◇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로 점심식사
어느덧 점심시간. 김 과장은 S텔레콤 김 팀장과의 점심약속 장소인 T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식당에선 미국산 쇠고기가 연초부터 수입되면서 미국산 스테이크(왼쪽 사진)를 새 메뉴로 내놨다. 350g이 넘어 양도 풍부한데다 다른 국내산 스테이크 보다 값도 1만4000원, 즉 30%이상 싸다. 맛도 좋다. 김 과장은 계절과일 세트도 시켰다. 요즘은 미국과일 천지다. 오렌지와 자몽, 바나나 등이 맛깔스럽다. 밀러 맥주도 20~30% 싸졌다. 덩달아 국내산 맥주 값도 내려갔다.
◇ 미국산 저가 휴대폰 `무섭네.`
김 과장은 국내 굴지의 기업 S전자에서 정보통신사업부 무선통신 마케팅 담당을 맡고 있다.
연초 발효된 한․미 FTA로 인해 미국 M사의 저가 휴대폰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어 대책회의가 열렸다. 그룹 전략기획실 박 전무가 김 과장과 실무관계자들을 다그치기 시작한다. 박 전무는 "무선인터넷 기능, 화상통화 기능을 뺀 미국산 저가 폰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며 "대안이 뭐냐"고 물었다. 김 과장은 지난 10개월간 준비한 저가 단말기로 맞불을 놓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진 않다. 미국 저가 폰은 관세도 낮아진데다 원가절감을 10년 가까이 꾸준히 해온 터라 고가 폰 위주였던 S전자가 원가 경쟁을 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 금융경쟁 치열
지옥 같은 회의가 끝나고 어느덧 저녁 7시30분. 김 과장은 시내 백화점에서 아내 유씨와 만나 장을 봐서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내 유씨는 외국계 H은행에 다니고 있다. 그녀는 토종 은행들과의 서비스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 한다. 가족을 위한 장보기는 사치처럼 생각될 정도로 바쁜 일상이다. 그녀는 원래 프라이빗뱅킹(PB) 담당이었지만 최근 일선 영업에 투입되는 등 1인2역을 맡고 있다. 그러나 오늘은 남편과 아이를 위해 일을 과감하게 접고 은행문을 나선다. 부부는 미국 캐쥬얼브랜드 갭(Gap) 매장에서 5살짜리 아들에게 입힐 T셔츠 하나를 골랐다. T셔츠 가격이 지난달 김 과장이 미국출장 때 알아본 가격과 거의 같다. 미국산 포도주 소노마밸리 캔우드 까베르네 소비뇽(오른쪽 사진)도 구입했다. 한․미 FTA 이전보다 15% 저렴한 2만원 후반대의 가격. 집에 들어오니 8시가 넘었다. 둘은 오랜만에 저녁을 같이 하고 치즈 안주에 아까 백화점 매장에서 산 포도주를 따서 한잔씩 마신다. 가족과의 시간은 따뜻하고 포근하다.
◇ 미국드라마 거의 실시간으로 본다
거실의 소니 LCD TV에선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히어로` 시즌9 마지막 회가 나오고 있다. 요즘 방송엔 해외 편성물이 부쩍 늘었다. 완성도 높은 미국드라마도 많다.
김과장은 원래 미국드라마를 좋아해 2년 전엔 DVD로 빌려보곤 했다. 하지만 방송사 해외편성물 제한이 완화되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당초 국내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의 외국방송물 편성비율 제한은 각각 20%와 50%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9년 지상파방송은 외국방송물 50% 편성제한을 받고 있고 케이블TV는 전면 자율로 맡겨지고 있다.
◇ 농민 실업자 급증, 사회문제로
김 과장은 드라마가 끝나자 마감뉴스로 채널을 돌린다.
화면에선 전경과 대치한 농민들의 시위가 한창이다. 농민 대표는 "한․미 FTA로 농업이 다 망하게 됐다"며 "농촌을 살려내라"고 절규하고 있다. TV속 기자는 한․미 FTA로 특히 과수 재배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한다. 농민 실업자가 20만 명을 넘어 사회 문제로 번질 조짐이라는 해설도 덧붙여진다. 김 과장은 점심 때 맛있게 먹은 미국산 스테이크와 계절과일 세트가 곤두서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무거운 마음에 전화기를 든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아버지는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실 것이다.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한·미 FTA 7대 오해와 진실
'제3의 개국'으로 평가받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드디어 타결됐다. 일반인이 오해하기 쉬운 일곱 가지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문 ① 소비자 후생이 최대 1000억 원 이상 증대된다고 정부가 밝혔는데, 실감이 안 난다. 관세 인하로 수입품 가격이 내리겠지만 피부로 느끼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말도 있다.
답 ① "그럴 수 있다. 예를 들어 30%의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폭은 이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소비자 가격에는 관세 이외에도 각종 내국세와 중간 유통업자 마진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문 ② 국내에서 팔리는 말버러 같은 미국 담배 가격도 싸지나.
답 ② "별 영향이 없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말버러 옆면을 보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고 돼 있다. 제조 국가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세 인하 효과는 없다."
문 ③ 나이키 신발 등 수입되는 미국 유명 브랜드 가격은 어떻게 되나.
답 ③ "일반적으로 수입되는 미국 상품 가격은 싸진다. 하지만 나이키 신발 등 미국 유명 제품 가운데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이 아니라 태국이나 중국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직접 생산돼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적용된다."
문 ④ 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FTA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 의료는 협상에서 아예 빠졌는데….
답 ④ "그렇다. 교육, 의료는 협상 과정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는 애초 교육, 의료, 법률 등 서비스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FTA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교조와 의료단체 등 이익집단과 FTA 반대단체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개방을 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미국도 의외로 교육, 의료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미국에 한국 유학생이 넘쳐나고 있고, 의료 서비스 역시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문 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 공장이 있다. 한·미 FTA로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답 ⑤ "자동차는 이번 협정으로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분야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완성차는 87억 달러에 달한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와의 가격차가 3%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세(2.5%) 철폐는 우리 차의 가격 경쟁력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45만대의 차를 팔았다. 이중 24만대가 국내 생산 분이며, 이 물량이 FTA 효과를 보게 된다. 물론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나타 등의 경우 현지 생산이기 때문에 이미 관세를 내지 않는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 등을 따지면 효과는 작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대미 부품 수출액은 26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제2위의 자동차 부품 수출 대상국이다."
문 ⑥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답 ⑥ "꼭 그렇지는 않다. 중소기업이 주로 수출하는 가죽, 고무 등은 10~20%의 고율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에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관세가 48%에 달하는 운동용 신발은 큰 혜택을 볼 것 같다."
문 ⑦ 섬유공장들은 대부분 중국에 있다.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나.
답 ⑦ "정부와 일부 업계의 견해가 좀 다르다. 정부는 이미 한국 섬유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과 대미 수출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인 만큼 폴리에스테르와 날염 면직물 등을 중심으로 이득이 쏠쏠할 것으로 본다. 특히 모직물의 경우 관세(25%)가 없어지면 중국산보다 더 싸진다. 하지만 원사 기준으로 원산지를 판정하는 강화된 원산지 규정(얀 포워드 기준)을 적용받는 기업은 혜택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때문에 중국 원사에 밀리고 있는 국내 원사 업체들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도 있다. 여성 재킷과 남성 셔츠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은 원사 기준 원산지 적용의 예외로 인정받았다." [중앙일보 서경호, 윤창희, 송봉근]
한·미 FTA 이후 직업 전망
일반 변호사·금융인, 영화, 미용업은 움츠리고…, M&A전문 변호사, 시나리오 작가 날개 편다
특화된 분야 못 갖춘 서비스업 도태될 가능성, “국제 자격증 가지고 구직활동도 글로벌하게”
3년 전 발효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은 와인 열풍과 더불어 ‘소믈리에(sommelier·식당에서 음식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 주는 사람)’라는 새 직업군을 창출했다. 칠레산 와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와인 애호가 층이 두터워졌고, 와인레스토랑, 와인바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소믈리에 인력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력(국내총생산 기준)의 7분의 1에 불과한 칠레와의 FTA가 이런 변화를 가져왔다면, 경제규모가 한국의 16배에 달하는 미국과의 FTA는 ‘직업 전선’에 대변혁을 몰고 올 것이 틀림없다.
한·미 FTA가 발효돼 경제국경이 허물어지면 어떤 직업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한·미 FTA 후 직업의 미래’란 논문을 쓴 직업평론가 김준성(연세대 취업정보실 부실장)씨와 전문가들 분석을 토대로 각광받는 직업, 타격받는 직업을 예측해보았다.
◆ 각광받을 직종
김준성씨는 “향후 10년 내에 국내 직업의 90%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구직 활동도 국내에 국한하지 말고 글로벌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 법률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변호사는 사양길을 가겠지만, 공정경쟁·기업구조조정·지배구조 전문 변호사는 각광받는다. 미국 자본이 한국의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 이와 관련된 법률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영화
영화 산업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인기를 끌 공산이 크다. 생존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고품질 시나리오’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브로드웨이 공연산업의 한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공연 프로듀서’ 인력수요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 금융
국제 금융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파생금융 상품 전문가, 금융전문 준법감시인,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에 대한 인력 수요가 늘어난다. 외국인 투자자의 부동산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부동산 가치평가사, 부동산 금융전문가, 부동산 법률 컨설턴트 등도 유망직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 제조업
한·미 FTA의 수혜업종으로 거론되는 자동차·섬유 업종의 경우 대미 수출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관련 정밀기계 엔지니어, 패션 디자이너 등이 유망해진다.
▲ 호텔
외국 비즈니스맨의 방한 수요 늘어나 특급호텔 연회 전문가와 호텔 버틀러(butler·도어맨 등 집사) 인력 수요가 증가한다.
▲ 기타
미국차 수입 확대에 따른 외제차 딜러, 다국적 제약 회사와 관련한 신약 임상 전문가, 미국 음반제작 업체의 시장공략 강화에 따른 음반 음원(音源) 전문 변리사, 인터넷 무역 전문가 등도 유망직군으로 분류된다.
◆ 타격받을 직종
미국은 법률·금융·디자인 등 서비스 산업의 세계 최강인 만큼 이 분야 직업군이 1차적으로 타격받을 가능성이 있다.
▲ 법률
변호사의 경우 자기만의 특화된 분야를 갖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더 커진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 미국에 법률시장을 개방한 이후, 독일은 토종 로펌 10개 중 8개, 일본은 토종 로펌 10개 중 5개가 미국 로펌에 합병 당했다.
▲ 금융
미국계 금융회사의 진출이 활발해지면 국내 금융회사가 인수되면서 일반 금융 인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멕시코의 경우 미국과의 FTA 이후 금융 인력이 대거 실직했다.
▲ 서비스
영화·미용·제약·음반제작·항공업계 종사자들도 먹고살기가 더 고달파질 공산이 크다. 예컨대 미국의 체인점 형태의 미용업체가 진출하면 한국의 영세 미용업체들은 개성화하지 못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 제약
복제약 판매에 의존해 온 국내 제약 업체들은 신약(新藥) 개발 경쟁력에서 미국의 초대형 제약회사를 당할 재간이 없다. 실제로, 코스타리카의 경우 미국과의 FTA 이후 제약회사 영업직 일자리가 격감했다. 김홍수 기자 hongsu@chosun.com 입력 : 2007.04.02 23:42 / 수정 : 2007.04.03 08:54
FTA 지식검색 : 원산지 규정
상품의 국적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품목별로 다르다. 섬유, 의류 분야에서 쟁점이 됐다. 한국은 중국 등에서 실 등을 수입해 한국에서 옷과 봉제품 등을 만들면 이를 한국산으로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원사(原絲)는 물론 생산부터 최종 제품까지 모든 과정이 한국에서 이뤄져야 한국산으로 인정, 무관세 혜택을 준다는 '얀 포워드(yarn forward)' 방식을 주장했다. 중앙일보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분수대] 자유무역주의
한 과학자가 철강을 매우 싸게 만드는 비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철광석과 노동력이 필요 없고 밀가루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후 값싼 철강이 시중에 쏟아져 나왔다. 철강이 들어가는 자동차 같은 제품 값이 싸져 국민 생활수준은 몰라보게 윤택해졌다. (중략…) 수년 뒤 밀가루 생산방법에 의문을 품은 한 민완 기자가 공장 잠입 취재에 나섰다. 생산라인은 없고 밀가루 포대만 잔뜩 쌓여 있었다. 밀가루를 남몰래 수출해 번 돈으로 값싼 철강을 수입해다 판 것이었다. 이 사건이 특종 보도되자 그는 사기 혐의로 구속되고 공장은 폐쇄됐다. 철강 시세는 다시 오르고 국민 생활수준도 예전으로 되돌아갔다.' 미국의 경제학자 맨큐의 '경제학 원론'에 등장하는 '교역'의 우화다.
이 과학자는 '발명'을 사칭한 사기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자유무역의 원리를 '발견'해 사업보국(事業報國)한 셈이 됐다. 근대 경제학의 250년 사상사는 숱한 천재들의 논쟁으로 점철됐다. 한 가지 이론을 놓고도 백가쟁명 했다. 하지만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주의를 정면으로 반박한 학자는 거의 없었다.
미국은 자유무역 실험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최대의 경제 강국이 된 건 연방 50개 주끼리 무제한 교역하도록 보장한 덕분이다. 주마다 제품과 서비스를 특화해 유무상통(有無相通) 함으로써 나라 전체가 혜택을 봤다. 하지만 자유무역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일찍이 '유아(幼兒)산업 보호 육성론'을 외친 리스트나 해밀턴은 신속한 산업 구조조정과 약자 배려 없이는 자유무역에 대한 기대는 신기루일 뿐이라고 설파했다.
앞서 맨큐 교과서 인용문 가운데 (중략…) 부분을 되살려 보면. ' (값싼 철강 때문에) 문 닫은 경쟁사들은 근로자들을 내보내야 했다. 이들은 다른 업종으로 금세 이직할 수 있었다. 실직은 진보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국민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일 뿐 현실 세계에선 어림도 없다. 진보를 위해 해고를 감수할 근로자가 어디 있겠으며, 실직자가 새 일자리 얻기는 또 얼마나 힘든가.
'개방이 꼭 번영을 가져다주진 않지만 개방 없이 번영을 이룬 나라는 없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적은 참으로 옳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성사된 지금 이 말의 앞뒤를 바꿔 생각해 보고도 싶다. 개방 없이 번영을 이룰 수 없지만 개방이 반드시 번영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라고. 요는 이제부터다. [중앙일보] 홍승일 경제부문 부장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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