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레빈 예일대 총장

2009. 11. 26. 17:52敎育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예일대 경쟁력”, “정부가 개입해 대학 평준화시키면 안 돼, 미 정부 안이한 대응으로 경제위기 악화”

대담 = 노철수 중앙데일리 상임고문

경제학자 리처드 레빈(61) 예일대 총장은 12일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에 대해 “미 행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라고 지적했다. 12일 서울 하얏트 호텔 그랜드클럽 라운지에서 중앙데일리 노철수 상임고문과의 대담에서다. 경제학자인 레빈 총장은 “미 행정부가 구제 금융으로 70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이 금액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에 불과한데,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적어도 GDP의 20%는 투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대학에 개입해 강제로 평준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학도 안주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학교를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레빈 총장은 14일 서울에서 개막한 세계지식포럼과 13일·14일 서울대에서 열린 세계대학총장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1993년부터 예일대를 이끌어온 그는 취임 당시 적자였던 학교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았으며, 대학이 위치한 뉴헤이븐의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를 했다. 현재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 중 최장수 재임하고 있다.

- 경제학자로서 미국 발 세계 경제위기를 어떻게 진단하나.

“첫째도, 둘째도, 문제는 차입자금을 이용한 투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와 같은 주택담보대출 문제뿐 아니라 경제전반에 걸쳐 차입금을 통한 투자가 지나치게 많았음에도 미 행정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터져 위기가 왔지만, 위기는 주택시장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 행정부의 초기 대응도 잘못됐다. 처음에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는 터무니없이 미약한 대응이었다. 만약 은행의 유동성 부족만 문제라면 부실채권 매입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이상이다. 은행의 지급능력이 없어지면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처음부터 구제금융 방안을 내놨어야 했는데 2주 반이 지나서야 그렇게 했다.”

- 예일대 경쟁력의 원천은 뭐라고 보나.

“대학이 정상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부단한 자기 혁신과 자기비판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교과과정을 평가하는 상임위원회를 만들고 다양한 시각에서 정기적으로 평가와 개선을 해왔다. 외부의 평가와 제안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각 학과도 자체적으로 교과과정 향상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자기만족이나 변명을 하지 말고, 자기비판의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는 한국 대학도 마찬가지고, 이런 노력은 대학의 리더들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물론 미국 대학도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 계속해서 변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아시아에선 싱가포르 국립대 등이 주목할 만하다.”

-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교수로 초빙하는 등 교수진을 다양화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대학은 거대한 기업과 같다. 교육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소비자인 학생들을 끌어당길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다. 우리 대학의 특징은 모든 교수가 학부생을 가르친다는 점이다. 연구만 한다거나 대학원생만 가르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노벨상을 수상했건, 스타 교수이건 상관없이 학부생과 부대끼며 가르친다.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우리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원칙이다.”

- 교육 시장 개방을 앞둔 한국 대학들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 대학들의 최고 자산은 우수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대학들은 인구 변화에 따라 공급 과잉이란 문제를 겪고 있는 걸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려면 대학끼리의 합병이나 정원 감축과 같은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가 대학에 개입해 강제적으로 평준화하는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고 본다. 평등주의에 입각해 우수 대학을 하향 평준화해선 안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10위권 안에 들었던 독일의 대학들이 전후 국유화 된 다음에 100위권으로 밀려난 경우를 보라. 학생 수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여러 수준의 대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도 보다 쉽게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대학 간 차이를 인정하고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 한국에선 기여입학제가 오랜 논란거리다.

“민감한 사안이다. 분명한 것은 기부금을 낸다고 예일대 입학허가서를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동문 자녀들에게 입학 특혜를 주는 레거시(legacy) 제도는 다른 차원의 일이다. 동문 자녀가 입학에 유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동문이 학교를 금전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이 제도는 학교에 애정을 보여주는 동문을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예일대는 사립대학이고, 이런 결정을 내릴 자율권이 있다.”

- 한국이나 아시아에 분교를 세울 계획은.

“지금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예일대는 아시아와의 협력을 매우 중시해왔다. 학생들이 일정기간 아시아에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http://news.joins.com/article/3336978.html?ctg=1207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정리 전수진 기자 2008.10.15 01:12 입력 / 2008.10.15 11:17 수정

'敎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식에 대한 편집증  (0) 2009.11.26
각 대학별 장학금 지원 사항  (0) 2009.11.26
數學의 定石  (0) 2009.11.26
황혼 <박완서>  (0) 2009.11.26
모나리자의 비웃음  (0) 200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