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6. 17:33ㆍ敎育
루브르서 한국 아이들 법석… “관람 예절부터 배워야”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은 한 해 8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곳으로 늘 관광객이 북적거린다. 한국 사람도 꽤 많다. 특히 모나리자 등 ‘인기 작품’ 앞에 가면 어김없이 한국말이 들린다. 얼마 전 루브르에 갔을 때다. 어린이 몇 명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 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한국 아이들이었다. 박물관 직원이 주의를 줬다. 잠시 잠잠하더니만 또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녔다. 정작 놀라웠던 건 다른 관람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아이들의 행동이 아니었다. 아이들 부모의 태도였다. 그들은 한국말로 심하게 불평하기 시작했다. “이게 자기네 것들인가. 훔쳐온 물건으로 박물관을 만들어 놓고는 잘난 척하기는…”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파리의 박물관 등 공공장소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현대식 에티켓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 시골 노인들보다 옷 잘 차려입은 20∼30대에서 더 자주 나타난다는 점이다. 파리에서 만난 한국의 한 전시 담당 관계자는 “한국 전시장에서는 심한 경우 작품을 훼손해도 아이를 나무라지 않는 부모가 상당수”라고 했다. 아이에게 주의를 주면 부모가 되레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문득 프랑스 학교가 떠올랐다. 파리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은 자주 교실 밖으로 나간다. 현장 학습이다. 학교 문만 나서면 곳곳에 문화유산을 만나게 되니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파리의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만나 현장 학습에서 가장 강조하는 게 뭔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뜻밖에도 ‘예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물관 학습 전에도 교실에 그림을 걸어두고 조용히 걸으며 관람하는 법을 먼저 가르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모나리자보다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매너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프랑스 말에 ‘(아이) 엉덩이를 때리다’는 뜻의 ‘fesser’라는 동사가 있다. 버릇없는 아이를 용납하지 않는 프랑스의 오랜 전통에서 생겨난 말인 듯싶다. 얼마 전 프랑스의 젊은 부모를 상대로 체벌(fesser)에 찬성하는지를 묻는 조사에 관한 기사가 보도됐다.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교육상 매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10여 년 전 조사 때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 구김 없이 키우는 것도 좋지만 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시민으로 기르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서였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100m 달리기하듯 뛰어다니는 자기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한국의 일부 젊은 부모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반면 일본 아이들이 파리의 박물관에서 소란을 피우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독도 문제를 꺼낼 때면 치졸하기 이를 데 없는 후진국 같지만, 일본인들이 국제사회에서 나름대로 선진국 대접을 받는 이유를 느끼게 된다. 선진국은 국민 소득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올여름 여러 번 하게 된다. http://news.joins.com/article/3263655.html?ctg=1306 전진배 기자 allonsy@joongang.co.kr 2008.08.18 01:19 입력 / 2008.08.18 08:35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