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6. 17:37ㆍ敎育
*배경 : 시간-현대, 공간-서울 강변 아파트
*주제 : 고부간의 심리적 갈등에서 오는 시어머니의 허탈감과 소외감.
*해제
중산층의 허위에 찬 생활 윤리를 풍자한 작품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감정 대립을 통해 강남 아파트 단지로 상징되는 대도시 중산층의 물질적 풍요의 공허함과 윤리 의식의 붕괴 상태를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다.
박완서의 소설은 개인이 겪는 슬픔과 기쁨, 성공과 실패가 사회 현실의 전체적인 문맥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구체적인 생활 체험에 뿌리를 둔 직관력과 섬세한 언어 감각을 통해서, 개인과 사회라는 추상 형태를 생생한 리얼리티로 빚어내는 데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작가의 전반적인 주제 의식은, 어떻게 해서 개인과 사회가 도덕적으로 마비되고 정신적으로 붕괴되는가의 원인을 파헤치는 에 놓여 있으며, <황혼>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고부간의 심리적 갈등과 함께 젊은 세대의 윤리적 마비와 늙은 세대의 소외감을 포착하고 있다. 또한 성적(性的) 관점에서 모든 현상을 해석하려는 타락한 상상력도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
'늙은 여자'가 명치 부분을 문질러 달라는 것은 오랫동안 과부로 살아 왔기에 정이 그립고, 쓸쓸함을 위로 받고 싶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구였다. 그런데 이것이 '성적 욕구와 불만에서 오는 증세'라고 오해받을 때 '늙은 여자'는 분노와 함께 소외감을 느낀다.
현대 사회는 핵가족화로 세대 간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단절감이 전통적으로 정(情)에 의하여 유지되어 왔던 가족 사이에서 역설적으로 더 심화되고 있다는 데 치유의 어려움이 있다.
자식까지 내 품안을 벗어나고 며느리에게까지 오해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노인 세대의 심리적 부담감, 그리하여 이제 내 인생의 정처(定處)는 존재하지 않으며 가족 구성원의 짐에 불과하다는 소외감, 곧 '황혼의식'을 작가는 매섭고 앙칼진 목소리가 아니라 비애에 찬 노인의 내면 풍경을 통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너그러움과 사랑'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