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9. 11:45ㆍ一般
국적 포기한 유승준이 한국인?
▲ 왼쪽부터 유승준, 윤수일, 하일, 하인스 워드, 다니엘 헤니.
누가 한국인인가. 부모가 모두 한국 사람이어야만 할까. 우리는 한때 그렇게 믿었다. 우리 사회 모습은 이제 크게 달라졌다. 지하철을 타보면 어느 칸에서나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 농촌에서는 외국인 새댁이 호미를 들고 밭을 매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우리’로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미 공군 조종사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우리 국적을 지닌 가수 윤수일, 한국에서 태어났으면서도 국적을 포기한 가수 유승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흑인계 미국인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 미 국적을 버리고 귀화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영국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우리 국적이 없는 연예인 다니엘 헤니. 한국인이면서 한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아니면서 한국인인 이들 중 누가 가장 한국인가?
세계일보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6∼18일 20세 이상 전국 남녀 1076명을 상대로 이들 중 누가 가장 한국인지를 물었다.
조사결과 가장 많은 641명(59.5%)이 부모의 출신 나라가 서로 다른 윤수일 씨를 꼽았다. 부모가 모두 한국 사람인 유승준 씨를 꼽은 사람은 239명(22.2%)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하인스 워드와 다니엘 헤니를 든 응답자는 각각 47명(4.4%), 48명(4.5%) 뿐이었다. 미국에서 귀화한 하일 씨를 꼽은 사람도 101명(9.4%)에 그쳤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이중국적 상태에서 병역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 국적을 포기한 유승준씨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부산 영도 하 씨의 시조(始祖) 하일씨보다 더 한국인이라고 여기는 점이다.
유승준 씨와 하일 씨만을 놓고 보면 연령대별로 인식의 차이가 나타난다. 유승준 씨의 경우 가수로서 누린 인기를 감안하면 국적포기에도 젊은 층에서 한국인으로 여기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20대 3.8%, 30대 4.5%, 40대 7.2%, 50대 이상 6.7%로 대체로 연령이 높을수록 한국인으로 여기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하일 씨를 꼽은 비율은 20대 3.2%, 30대 2.4%, 40대 1.7%, 50대 이상 2.1%로 대체로 젊은 층에서 더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결과는 연령이 많을수록 혈통과 외모 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뒤집어 보면 젊은 층에서는 순혈주의에 대한 인식이 중장년층보다 크게 깨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다인종·다국적 사회로 바뀐 상황에서 더 이상 외눈박이처럼 현실을 외면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이제 우리사회에서 외국인(외국계 한국인) 문제를 불법체류 노동자 단속이나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쯤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이제 그들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함께 걸어가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