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009. 11. 28. 22:16常識

■ ‘○○데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1년 365일 가운데 특별한 하루를 학수고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날을 겨냥해 뭔가를 많이 팔기 위해서, 혹은 그날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아니면 그저 그날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그날이 1년 가운데 ‘최고의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다. 특별한 그날, ‘○○데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가수 이용 씨의 ‘10월의 마지막 날’

히트곡 ‘잊혀진 계절’을 부른 가수 이용 씨(52)에게 전화를 했다. 살짝 웃음이 나왔다. 예상대로 통화 연결음에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이 흘러 나왔다. 원 제목 ‘잊혀진 계절’보다 오히려 ‘10월의 마지막 밤’이라고 더 많이 알려진 이 노래 때문에 10월 31일은 어김없이 이 씨의 날이다. 발표되자마자 대히트를 친 1982년 이후 27년 동안 그랬다.

“10월 말쯤이 되면 몸이 저절로 ‘장시간 공연 모드’로 바뀌는 것 같아요. 사람에게는 반복적인 생체 리듬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10월 31일을 기준으로 최고조에 이르나 봐요.”

그도 그럴법한 것이 10월 30일부터 이 씨의 10월 마지막 밤을 동행 취재하던 30대 초반 방송 작가와 PD는 탈진으로 쓰러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 씨는 지난달 30일 KBS ‘아침마당’ 출연을 시작으로 KBS2 라디오를 거쳐 부산과 창원에서 각각 1시간짜리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어 다시 서울로 올라와 두 차례 미니콘서트를 열었다. 31일에는 ‘아침마당’ 토요노래자랑과 교통방송에 출연한 뒤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두 차례 공연을 더 했다. 이어 인근 삼광사에서 부산 MBC가 방송하는 ‘산사음악회’에도 출연했다. 공연 중간 중간에 TV와 라디오 전화 인터뷰도 했다. 10월 30일∼11월 1일 이 씨의 총 이동거리는 5700km에 달한다.

“올해는 신종 인플루엔자 공포 때문에 대형 공연이 별로 없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래도 역시 10월 31일 ‘이용의 날’은 아직 살아 있었어요.”

○ “1년 매출의 75%가 빼빼로데이”

‘데이 마케팅’의 원조인 11월 11일 빼빼로데이에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한 명이 권영덕 롯데제과 차장(42)이다. 권 차장은 회사에서 빼빼로 판매 담당이다. 그는 “빼빼로데이가 없었다면 지금의 빼빼로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빼빼로 연간 매출은 약 560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420억 원이 빼빼로데이를 겨냥한 9∼11월 3개월 동안 올린 매출이다. 전체 매출의 75%가 이때 이뤄진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많이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빼빼로데이는 롯데제과가 만든 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산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날을 저희가 마케팅에 활용했던 것이죠.”

그는 “빼빼로데이는 사실상 ‘국민데이’가 됐다”며 “핼러윈데이, 밸런타인데이 같은 외국에서 들여온 날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빼빼로데이가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은 농업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기 위해 제정한 ‘농업인의 날’이기도 해 빼빼로데이만 부각되는 게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 “12월 12일 허니데이에 우리 꿀 드세요”

한국양봉협회 여성회 김선희 회장은 12월 12일 허니데이에 대한 애착이 크다. 2004년 농촌진흥청의 이명렬 박사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허니데이는 1, 2를 ‘하나’와 ‘이’라고 읽을 때 ‘허니’라는 발음과 비슷한 데서 유래한 날이다. 김 회장은 4년째 이날만 되면 서울 남부터미널이나 대학로 등에서 우리 꿀 홍보에 나서고 있다.

“대대적으로 행사를 벌여 빼빼로데이만큼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싶은데 예산이 부족하기도 하고, 협회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도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

허니데이 외에도 우리 농수축산물을 알리기 위한 ‘데이’가 많다. 3월 3일은 숫자 3이 겹치기 때문에 삼겹살 먹는 날, 3월 7일은 발음이 참치나 삼치와 비슷하다고 해서 참치데이 혹은 삼치데이다. 5월 2일은 오이데이, 5월 3일은 오징어와 삼겹살 먹는 날, 6월 2일은 유기농의 날, 7월 5일은 7과 5의 발음이 ‘추어’와 비슷해서 추어탕의 날, 9월 9일은 닭의 울음소리인 ‘구구’와 발음이 같다는 의미에서 닭고기 먹는 날이다.

○ 수험생, 직장인들의 특별한 날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1월 12일에 치러진다. 이날을 기다리는 고3 수험생들의 심정은 공포에 가깝다. 김동원 군(18)은 “12일이 지나야 1년 내내 칠판에 쓰여 있던 D데이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11월 10일은 또 다른 수험생인 7급 국가공무원시험 최종합격자 발표일이다. 예비 대학 졸업생인 이종욱 씨(26)는 “10일 발표일을 떨면서 기다리고 있다”며 “취업난이 가중된 지금, 7급 공무원시험이 과거 행정고시 못지않게 어려워졌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직하는 것이 대학교 4학년 학생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 공간이나 연인들, 각종 단체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붙인 ‘○○데이’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http://news.donga.com/3/all/20091106/23901399/1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입력 2009-11-06 03:00 수정 2009-1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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