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3. 19:20ㆍ人間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가 방향 감각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운전이나 주차를 더 잘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거리에서 만난 부부에게 길을 물어보면 으레 남편이 더 나서서 설명해 주게 마련이다. 정말 여성은 '방향치(方向癡)'들만 모인 금성에서 왔고, 남성은 길 찾는 도사들만 사는 화성에서 왔을까?
뉴욕타임스는 "여성이 길을 찾을 때는 주변 지형지물 등 시각적인 단서에 의존하기 쉬운 데 비해 남성은 지도와 동서남북 방위, 측정 거리 등에 의존한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체육보건학 룩 트렘블리(Tremblay)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여성은 (길을 찾을 때) 주변 환경에 더 의지한다."고 밝혔다. 평소 잘 다니던 길이라도 건물이 사라지면 여성은 자신의 방향감각에 의문을 갖기 쉽다는 설명이다. 트렘블리는 "남성은 다른 종류의 정보만 가지고도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렘블리는 귓속에서 해답을 찾는다. 움직임이나 속도, 방향감각을 느끼게 도와주는 '세반고리관' 크기가 남성이 여성보다 크다는 것. 남성 몸속에 고성능 나침반이 있다는 게 트렘블리 추론이다.
그렇다고 여성 몸속에 나침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여성의 경우 지금 한강 왼쪽으로 달리고 있는지, 방금 지난 다리가 한남대교인지 성수대교인지, 교통 표지판에 뭐라고 표시돼 있었는지 등 외부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때 여성은 해당 정보를 세반고리관이 주는 신호와 끊임없이 비교 검토하게 된다. 그 결과 뭐가 달라졌는지는 쉽게 꼬집어 내지만 낯선 곳을 찾아가거나 뻔히 아는 장소라도 다른 길을 선택하면 더 혼란스러워진다는 얘기다.
성별에 따른 길 찾는 방법의 차이를 신경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연구도 계속돼 뇌 속에 매우 정교한 나침반이 있는 것을 밝혀냈다. 미(美) 다트머스대 심리뇌과학부 제프리 타우베(Taube) 교수는 "우리가 북쪽이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방향을 틀면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중추 기관인 '해마'에서 한 무리의 신경계가 반응한다."고 밝혔다. 남쪽이나 동쪽, 서쪽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방향을 틀면 각각 다른 신경계가 작동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훈련이나 경험에 의해서 여자들도 방위 감각에 의해 길을 찾는 데 익숙해질 수 있고, 반대로 남자가 지형지물을 인지하며 길을 찾는 능력에서 여자를 앞설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트렘블리 교수도 "길 찾는 능력을 키우는 건 가능한 것 같다."고 답했다. 타우베 교수는 "남녀 학생들에게 캠퍼스를 둘러보게 한 뒤 어떤 건물을 지나왔는지 물으면 대체로 남성이 더 잘 대답하지만, 출발할 때부터 빌딩 위치를 명심하라고 하면 결과는 비슷하다"고 밝혔다. 차이는 능력의 높고 낮음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단지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서 발생한다는 게 타우베 교수의 결론이다. 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입력 : 2008.01.25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