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9. 14:00ㆍ一般
아들아, 이 여자 친구는 만나지 말거라
"엄마가 다 해 주마"… 늘어나는 '헬리콥터 맘', 다 큰 자녀 대신 학원등록… 펀드 골라주고 월급도 관리, "지나친 정성이 '만년 어린애' 만들어" 비판
명문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김모(19)군은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 종로에 있는 유명 회계학원을 다니고 있다. 어머니가 "다음 학기 '회계원리' 수업에서 점수를 잘 받아야 하니 방학 때 미리 학원에 다녀 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사람들로부터 듣고는 어느 학원이 좋은 지까지 알아봐줘 등록한 것이다.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다음 학기에 들어야 할 강의 과목까지 다 짜놓은 상태다. "공인회계사 준비를 철저히 하려면 회계 전공 수업이 중요하니 이 수업은 영어 대신 한국어 강의로 듣고, ○○ 교수가 강의를 잘 한다니 그 교수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식이다.
대학교 1학년 최모(19)군은 한 금융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학교 취업정보센터와 학과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 후, "여기서 일한 경력이 취업할 때 제일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더라."는 어머니의 말대로 하고 있다. 어머니는 운전면허 학원도 최군 대신 등록해 줬다.
두 어머니 같은 사람들이 늘면서 이런 어머니들에게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챙겨주는 엄마)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자녀 일을 다 알아서 처리해 주며 자녀를 '만년 어린애'로 키우고 있는 어머니들이다.
서울대 종교학과 유요한 교수는 "성적표가 나온 뒤 '아이 성적이 좋지 않으면 전공을 결정할 때 비인기학과에 가게 될지 모르니 성적을 올려 달라'고 직접 찾아와 통사정하는 어머니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주부 윤모(49)씨는 대학교 1학년인 아들이 "남들보다 일찍 사법고시 시험을 준비하고 싶다"고 해서 최근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아들의 군 복무 일정과 휴학 시기를 전부 조절하고, 직접 서울에 올라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다는 신림동 학원가를 물색했다.
경기도에 사는 주부 김모(54)씨는 31살짜리 미혼 회사원 아들의 비공식 재정 담당관이다. 은행과 공인중개사를 통해 세심한 분석을 한 끝에 '수익률이 좋다'는 펀드와 주식, 적금을 골라 가입해 놓고, 매달 수익 실적을 보며 자금 운용을 한다. 월급관리도 모두 김씨 몫이다. 아들이 여자를 만나면, 조건과 취향 등을 파악한 후, 계속 만날지 말지 여부를 아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헬리콥터 맘의 보호 아래 자란 자녀들은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다. 그들 스스로도 '마마보이'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고려대 현택수 교수는 "취업이 어려워지고 청년 백수가 늘다 보니 자녀가 대학을 졸업한 후의 인생 진로도 부모(엄마) 몫이 됐다"며 "엄마들의 지나친 정성이 성인이 된 자녀를 의존적으로 만들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른'으로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8/02/2008080200043.html 오윤희 기자 oyounhee@chosun.com 입력 : 2008.08.02.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