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 대중문화인

2009. 12. 10. 16:35故鄕

[新 문화지리지 2009 부산 재발견] <28> 부산 출신 대중문화인

" 마~ 쪽수는 적어도 잘나감니더…"

'의협심 있다.' '끼가 넘치고 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사투리 때문에 어딘가 어눌하다.'서울지역 연예매체 기자들이 바라보는 부산 출신 대중문화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이러하다. 과연 어떤 이들이 어떤 직군에 어떻게 포진해 있기에 이런 평가가 나올까. 부산 출신 대중문화인 114명을 찾아 최근 5년간 그들의 활동상을 살펴봤다.

# 연기자-방송인 직군 "잘 나갑니다"

부산 출신 대중문화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직군은 바로 탤런트와 영화배우를 아우르는 연기자 직군이다. 이들의 수는 전체 인원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자랑한다.

대형 스타도 많이 배출됐다. '대표 한류스타' 최지우의 뒤를 이어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공유, '다모'의 김민준, 그리고 새 드라마 '추노'로 돌아오는 장혁까지 등 선 굵은 부산 사나이들이 대거 스타 반열에 올라있다. 최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인지도를 올린 박시연과 박해진도 주목할 만한 신예들이다.

조연급 연기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과 '크크섬의 비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탤런트 김광규도 '감초 캐릭터'를 무기삼아 서서히 배역 수를 늘려가고 있다.

연기자의 경우 부산 연극 무대에서 경력을 쌓거나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 등을 통해 부산에서 대학 진학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 인재가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 조재현이나 이재용처럼 타 지역 출신들도 부산에서 경험을 쌓아 서울로 진출할 정도. 그 덕에 연기자 스스로도 '부산 출신'이라는 정체성이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다.

tvN의 드라마 '못 말리는 영애씨'에서 주인공으로 출연 중인 김현숙은 부산 연기자들의 장점을 환경에서 찾았다. "일단 바다를 접하고 있어 감성을 타고 난다고 할까요." 게다가 그녀는 "표준어를 기본적으로 구사하는 연기자 입장에서는 사투리가 흠이 아니에요. 연기의 폭을 넓히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죠"라며 사투리 예찬론까지 폈다.

내실만 따지자면 MC와 아나운서, 개그맨 등이 포함된 방송인 직군도 만만치 않다. 이 직군은 특성상 활동이 20~30대 짧은 기간에 그치고 만다. 1970년 이전 출생자 가운데 현직에 있는 사람은 허참과 이경규를 제외하고 거의 전무한 상태.

그러나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부산 출신 방송인들은 지난 5년간 영향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올해 이들이 따낸 진행자나 출연진 자리는 지난 2005년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늘었다.

방송인 가운데서는 '예능국장급' 이경규를 가장 먼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수년간의 슬럼프를 최근 KBS '남자의 자격'으로 털어버린 그는 올해만 8개의 프로그램에 몸을 담았다. 이른바 '이경규 라인'으로 불리며 급성장한 정형돈은 오히려 일취월장한 케이스. 11개의 프로그램을 맡아 활약 중이다.

이 외에도 신봉선과 김태현 등 주로 개그맨들이 걸쭉한 입담을 내세워 예능 단골손님으로 활약 중이다. 최근 무명의 설움을 딛고 '케이블 대박신화'를 낳은 정가은 역시 부산 출신이다.

강한 어투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방송에서 부산 출신들의 비중이 늘어나는 건 꽉 짜인 연출보다 자연스러운 재미를 추구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산 출신 방송인의 맏형 격인 허참은 이런 현상에 대해 "예전과 달리 굳이 교양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사투리를 크게 제재하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서 "힘들게 교정한 나도 사석에서는 아직도 사투리가 나온다."며 "요즘은 개그맨들의 예능 진출이 늘면서 제작진에서도 그런 틀이 깨지는 걸 개의치 않아요"라고 덧붙였다.

# 가수 직군 "말라버린 부산 개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연기자와 방송인들과 달리 가수 직군은 사실 '부산 파워'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단 선배층은 어느 지역 부럽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다. '트로트의 황제' 현철을 비롯해 나훈아와 설운도 등 기라성 같은 원로 가수들이 부산 출신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 문제는 최근 젊은 가수들 사이에서는 이렇다 할 스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김건모, 이승환이 젊은 축에 속하지만 이들도 40대를 넘긴 상태인 데다 어린 시절 상경한 케이스라 부산 출신이란 타이틀을 달기엔 부족함이 있고, 인기그룹 '2PM'의 장우영과 'FT아일랜드'의 이재진 역시 그룹 활동을 하는 데다 아직 어린 신인이라 정체성을 드러내기엔 임팩트가 약하다.

이러한 현상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연기자나 방송인은 1970~1980년대 출생자들이 탄탄한 허리를 형성하고 있지만 가수 쪽에서는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1950년생 이전의 선배들과 수에서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지도를 놓고 보면 더욱 참담한 수준이다. 대중문화인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나이가 20~30대 임을 감안할 때 의외의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들이 서울에 소재해 있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 연기자나 방송인과 달리 요즘 가수들은 최소 3년 이상 연예기획사를 통해 조련되어 배출되지만 부산에는 이렇다 할 업체가 없는 현실이다. 결국 지역 출신은 데뷔가 어려운 데다 어린 나이에 떠나와 고향에 대한 정체성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

# 뚜렷한 고향 인식 이제는 옛말

조사 과정을 되짚어보면 '동향이라 그저 반갑다'는 말이 적어도 대중문화계에서는 이제 수명을 다한 듯하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고향을 밝히게 되면 학력 등 추가적인 사항까지 공개되기 때문에 출신지를 밝히길 꺼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이 대가 어릴수록,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연예활동 반경이 전국구로 넓어질수록 그런 경향은 더 심했다.

또 대중문화인 대부분이 자력으로 현재 위치까지 올라온 사람들이라 굳이 연고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로 꼽을 만했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091208000189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31면| 입력시간: 2009-12-10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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