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2009. 12. 13. 14:27LEISURE

김연아의 영광 뒤에서 미소만 짓고 있는 남자, 아버지 김현석씨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사상 처음 200점을 돌파하며 우승, 세계 피겨의 여왕 ‘Queen Yu-Na’로 우뚝 선 김연아.

김연아가 오늘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스케이트의 두 날처럼 양쪽에서 그녀를 지탱하고 뒷바라지해준 것은 부모였다. 그런데 왜 어머니 박미희(52)씨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아버지에 관한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김연아에게 처음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게 하고 지난 13년간 코치·물리치료사·매니저·운전기사 등 ‘1인 다역’을 마다 않으며 뒷바라지한 이는 어머니 박미희씨다. 그럼 아버지는 딸이 세계적 스타가 됐는데도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할 정도로 딸 김연아에게 해준 것이 없는 것일까.

김연아는 아버지 김현석(52)씨와 어머니 박미희씨의 2녀 중 차녀다. 아버지 김씨는 김연아의 전지 훈련비, 개인 코치비, 아이스링크 대여비, 의상비 등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많이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며 딸의 선수 생활을 떠받쳐왔다.

▲ 지난 2005년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주니어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우승한 김연아가 11월 29일 인천공항에 도착, 마중 나온 아버지 김현석씨와 어머니 박미희씨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조선DB

개인사업을 하는 김씨는 해외 전지훈련을 포함해 24시간 내내 둘째 딸 김연아를 돌봐야 하는 아내 대신 큰 딸(김애라)을 보살피며 식사 준비와 설거지, 빨래, 청소 등 온갖 집안일까지 도맡아야 했다. 어머니 박씨가 매니저 역할을 하는 동안 아버지는 집안 살림을 챙기는 ‘주부’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김씨는 아내에게 맡긴 김연아의 전지훈련이나 대회 참가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랑프리 파이널,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권위 있는 대회 때도 현지에 따라가지 않는다. 이미 10년 넘도록 지켜온 원칙이다.

김씨는 도금 관련 사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한때 번창했으나 지난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 직격탄을 맞아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씨는 김연아가 2006~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우승하고 돌아왔을 때 인천공항에 마중 나가 “우리 연아가 국제무대가 아닌 국내용이었으면 벌써 그만 두게 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버지로서 아내와 딸을 기약 없는 국제무대에 내보내 놓고 뒷바라지에 오죽 힘이 들었으면 그런 말을 다했을까.

이처럼 말 못할 사연들을 감내해온 아버지 김씨가 어머니 박씨와 달리 크게 부각되지 못한 것은 개인적으로 언론 보도를 꺼려왔기 때문. 김연아 역시 가족 구성원들이 언론에 의해 속속들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한다. TV 프로그램에 스타 가족들이 우르르 나와 온갖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김연아의 성격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피겨 스케이팅에 적합한 긴 팔다리와 호리호리한 체형은 신장이 1m 80cm인 아버지 김씨를 닮았다. 아버지를 닮아 걱정되는 것도 있다. 이미 1m 64cm까지 자란 김연아는 아버지 피를 받아 1m 65cm 이상으로 훌쩍 더 커버릴까봐 걱정이다. 신장이 너무 크면 체력소모가 크고 중심선이 불안해지고 미적인 요소에서도 감점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씨는 한양대 출신으로, 지난해 말 김연아가 고려대 입학을 결정하기 직전까지 한양대에 ‘월드스타 부녀 동문’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하지만 다른 것과 달리 김연아의 고려대 입학 결정은 아버지 김씨가 했다. 아이스링크 등 딸의 장래를 생각해 고려대 측과의 협상에 직접 나서서 구체적인 사안까지 일일이 확인한 뒤에야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런 아버지가 말하는 둘째 딸 김연아는 어떤 성격일까.

지난해 3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2007-2008 국제빙상연맹(ISU)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전년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냈을 때 김연아의 대담함에 대해 아버지는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었다.

“연아의 강심장은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온다. 대담한 성격을 타고나기도 했지만 무리하게 꿈을 좇지 않고 가능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연아라고 왜 떨리지 않겠나. 하지만 자기 실력을 과신해서 목표를 높게 잡지 않고, 그렇다고 지레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자기 실력이 100이면 딱 100만 믿고 가는 아이다. 그래서 긴장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연아에겐 자기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내 딸이긴 하지만 그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른다. 2007-2008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몸 상태가 워낙 안 좋고, 기술 수준도 기대만큼 오르지 못한 상태여서 포기할 뻔 했으나 딱 하나 믿는 구석이 있어 나가보라고 했다”며 “그 것은 바로 연아의 ‘정신력’이었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어릴 때부터 ‘독한 구석’이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 김씨는 “피겨스케이팅을 하려면 체중 조절이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한창 자랄 나이에 얼마나 먹고 싶은 게 많겠나. 부모와 코치가 못 먹게 하니까 화장실에 가서 몰래 밥이나 초콜릿을 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연아는 어렸을 때부터 밥 한 공기를 주면 반을 덜어냈다. 자기는 그만큼만 먹으면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연아가 다른 아이들과는 좀 다르다고 느꼈다”고 한다.

▲ 지난 2005년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주니어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우승한 김연아가 11월 29일 인천공항에 도착, 마중 나온 아버지 김현석씨와 어머니 박미희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3/30/2009033001413.html 윤희영 기자 김원 인턴기자 입력 : 2009.03.30 15:45 / 수정 : 2009.03.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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