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3. 14:31ㆍ旅行
시내버스만 타고 부산→서울 얼마나 걸릴까?
전국 일일 생활권이야 십 수 년 전 얘기고 지금은 KTX로 3시간이면 서울~부산을 오가는 시대인데 하루 만에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게 화제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시내버스만 이용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 방법이 가능하기는 할까 하는 생각부터 떠오를 터.
수원 아주대학교 4학년으로 현재 휴학 중인 전현진(27)씨는 지난달 초 하루 만에 부산을 출발, 시내버스만을 이용해 서울에 이르는 데 성공했다. 여러 지역을 잇는 시내버스 노선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신기한 반응들을 이끌어낸다. 그의 색다른 탐험은 한 달 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고 지금도 누리꾼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씨는 지난달 2일(토요일) 새벽 5시30분에 부산 금정구 노포동 정류소에서 버스에 올라 밤 11시16분에 목적지인 서울 강남역 버스정류소에 내렸다. “이번 버스 정류소는 강남역사거리, 강남역사거리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듣기까지 17시간 46분 걸렸다. 22대의 버스를 갈아타는 데 3만 4680원을 썼다. 고속버스는 우등이 현재 3만 1100원, 일반은 2만 900원이다. 전씨가 쓴 돈에 1만 5000원 정도만 보태면 KTX로 편하게 갈 수 있는데 대체 왜 이런 희한한 도전에 나섰을까.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전씨는 사람들이 “서울~부산은 시내버스만을 타고 하루 만에 오기가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직접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활동하는 버스 관련 인터넷 카페의 한 회원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하루 만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에 힘을 얻었다. 그러나 그 회원은 대구에서 택시를 탔기 때문에 완전한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일정도 고려해 봤지만 경북 영천에서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기로 했다.
다른 여행객들이 블로그 등에 남긴 글과 여러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 있는 버스 노선도를 참고삼아 자신만의 길을 그려나갔다. 이렇게 조사에 바친 시간만 사나흘이었다.
사실 그에겐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었다. 앞선 도전 때는 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등 어그러져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한 전씨는 미리 부산에 내려가 있다 이날 새벽 노포동에서 2100번 버스를 타고 긴 여정에 올랐다. 40분 만에 울산 울주에 도착했고 이어 경북 경주·영천·경산, 대구, 경북 칠곡·구미 구간도 별 탈 없이 통과했다.
가장 애를 태운 곳은 경북 상주~충북 보은 구간이다. 상주에서 화령까지 40분 안에 도착해야 보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예전 도전에서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해 실패를 맛보았던 구간이다.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화령에 도착해 떠나려는 보은행 버스를 가까스로 잡아 탈 수 있었다.
고비를 무사히 넘긴 그는 충북 청원·청주·진천 등을 거쳐 안성에 도착, 경기도에 입성했다. 이후 용인 강남대 버스정류소에서 광역시내버스를 타고 서울 강남역에 도착해 도전을 마무리 지었다.
전씨는 이날 22명의 버스 기사를 만나 각 지역의 얘기를 들었다. 서울을 포함한 7개 시·도와 13개 시·도를 넘나든 강행군이었다.
전씨는 ‘버스로 국내 여행하기’의 달인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서울에서 시내버스만을 이용해 전남 해남 땅끝마을·여수, 경남 거제, 강원 속초까지 갔다. 왜 이렇게 귀찮고 힘든 여행을 하는 것일까.
전씨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빨리 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천천히 여러 곳을 둘러보는 데 의미를 둔다.”고 버스여행의 재미를 전했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마음에 드는 곳에 내려 구경도 하면서 한반도 곳곳을 더 세밀하게 느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그가 만든 ‘2013년 서울 지하철, 수도권 및 충청권 광역철도, 경전철 미래 노선도’가 언론을 통해 알려져 화제를 낳고 있다. 서울 지하철 1~9호선을 포함해 건설 예정인 경전철, 건설 계획이 발표된 대심도 철도, 경기도 및 인천시 지하철과 경전철 노선도 등 현재 운영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모든 전철 노선도가 자세하게 담겨있다.
▲ 출처 - 전현진씨의 블로그(http://hj0319.tistory.com/37)
전씨는 버스 및 철도 등 대중교통에 관심이 많지만 전공은 거리가 먼 경제학이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쓸데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시간이나 돈을 떠나 얻고자 하는 게 있으면 그걸 추구하는 과정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목포에서 서울까지 시내버스만을 이용해 올라올 계획을 갖고 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603500014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200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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