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艦艇) 이름

2009. 11. 20. 09:34軍事

이름은 어떻게 정하나?

이지스함 2호가 율곡 이이艦이면 3호는 퇴계 이황艦?

"이지스함 2번함이 율곡 이이함이면 3번함은 퇴계 이황함인가?"

한국형 이지스 2번함인 율곡 이이함이 지난 14일 진수되자 인터넷상에 떠돈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군에서 유력하게 검토 중인 이지스 3번함 이름은 임진왜란 때의 명장 권율 장군의 이름을 딴 권율함이다.

해군 함정에는 고유의 명칭이 붙는다. 세종대왕함, 독도함, 충무공 이순신함, 을지문덕함 하는 식이다. 이는 주먹구구식으로 붙이는 게 아니다. 우리 해군은 함정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이는 원칙을 갖고 있다.

 

▲ 지난 14일 거제 옥포 조선소에서 열린‘율곡 이이함’의 진수식 모습. 율곡 이이함은 한 국의 두 번째 이지스 구축함(KDX-Ⅲ)이다. / 해군의 첫 214급(1800\규모) 잠수함인 ‘손원일함’이 한반도 근해를 항해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한국형 구축함에는 국민들로부터 추앙받는 왕, 장수, 호국 인물의 이름을 붙인다. 한국형 구축함 중 3500t급 3척은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양만춘함이다. 같은 제원을 가진 함정을 보통 '아무개급(級)'으로 부르는데 처음 진수된 1번함의 명칭이 붙는다. 예컨대 3500t급 한국형 구축함은 1번함의 이름을 따 광개토대왕급으로 불리는 식이다.

5000t급 구축함 6척은 이순신, 문무대왕, 대조영, 왕건, 강감찬, 최영함으로, 2012년까지 3척으로 늘어날 한국형 이지스함(7600t급) 중 진수된 두 척은 세종대왕함, 율곡 이이함으로 명명됐다. 강감찬함은 내년 초 한국인 피랍이 잇따르고 있는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된다.

잠수함의 경우 우리 해군에는 두 종류가 있다. 독일제 209급(1200t급)의 경우(총 9척) 장보고, 이천, 최무선 등 바다와 관련해 극난 극복에 공이 있는 역사적 인물이 함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209급 잠수함 7번함은 이순신함으로 불리는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아니라 임진왜란 때 충무공 밑에서 전공을 세운 동명이인의 해군 제독이다.

최신형 독일제 214급(1800t급)의 경우 손원일, 정지함이다. 손원일은 초대 해군참모총장으로 국방장관을 지내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정지는 고려시대 왜구 토벌과 수군(水軍) 창설에 기여한 장수다.

도(都)나 대도시, 중소도시 등을 함정명에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1800t급 호위함은 울산·서울·충남 같은 대도시 명칭을, 1200t급 초계함은 동해·포항·목포 등 중·소도시 지명을 사용했다.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친 연평해전의 주역인 고속정(150t급)은 속력이 빠르고 날쌔게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참수리로 불린다.

 

 

▲ 지난달 7일 부산 앞바다에서 열린‘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서 군함들이‘세종대 왕함(이지스급)’을 선두로 해상 사열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고속정은 개개의 함정에 함번(艦番)만 있을 뿐 고유 이름은 없다. 그러나 참수리급 고속정보다 큰 미사일 고속함(450t급) 1번함에는 2002년 제2 연평해전 때 북한군의 기습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을 기리기 위해 '윤영하'함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상륙함은 고준봉, 비로봉, 향로봉, 성인봉처럼 고지 탈환의 의미를 지닌 산봉우리 이름과 우리나라 최외곽 도서인 독도를 함명으로 쓰고 있다. 고준봉은 백두산에서 두 번째(2712m)로 높은 봉우리다. 아시아 최대의 상륙함(1만4000t급)인 독도함은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명명됐다.

바다의 지뢰인 기뢰전과 관련된 함에는 6·25전쟁 당시 많은 기뢰가 부설됐던 북한 원산과 해군기지에 인접한 강경·양양 등의 이름이 붙었다. 군수지원함에는 천지, 대청 등 호수 이름을 쓴다. 해양정보함에는 창조·개척의 의미를 갖는 신천지, 신세기 등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정치인, 해군·해병대의 유명인 등 사람 이름과 유명한 전투, 도시, 산, 물고기 이름 등을 주로 쓰고 있다. 항공모함의 경우 니미츠, 아이젠하워, 에이브러햄 링컨 등 대통령이나 제독, 정치인 이름이 붙는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1번함에 명명된 '알레이 버크'다. 2차 대전 참전 영웅인 알레이 버크 제독은 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 내에서 항공모함 무용론이 일어났을 때 국방장관에게 항명을 하며 항모 건조사업을 지켜낸 '제독의 반란'의 주인공이다. 2000년 4월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항공모함에 이름이 붙여지는 영광을 누렸다.

일본은 산, 강, 동물, 기후현상, 나무 이름 등 다양한 명칭의 함명을 사용하고 있다. 잠수함에는 하루시오 등 조류현상이나 도쿄의 구(區) 이름을, 이지스 구축함에는 콘고, 아타고 등 산 이름을, 상륙수송함에는 오오쓰미 같은 반도 이름을 쓴다. 러시아는 함 유형에 따라 태풍, 동물, 해군제독, 역사적 인물 등의 명칭을 붙인다. 항공모함에는 쿠즈네초프처럼 해군제독 이름을, 잠수함에는 태풍, 수중동물 이름을 자주 붙인다. 유용원의 군사 포커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21/2008112100990.html 유용원 bemil@chosun.com 입력 : 2008.11.22 04:18 / 수정 : 2008.11.22 23:49

'軍事'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뢰와 기뢰  (0) 2010.03.28
병사에서 장교의 길로  (0) 2009.12.18
장군이 되면  (0) 2009.12.09
국군 양성비용  (0) 2009.11.26
독도함 로고  (0) 2009.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