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사제도‥ draft制

2010. 2. 10. 09:38職業

[사람과 이야기] 동료들이 부르지 않는 경찰관 6명

수서경찰서 인사 권한 과감하게 과장에 위임, 평판 안 좋은 6명 보직 안줘

서울 수서경찰서의 김모 경위는 팀원 인사발령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각 과장과 계장, 팀장들에게 "나를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느라 온종일 정신없이 바빴다. 6일 팀장 인사에서 밀려난 뒤 8일 팀원 인사를 앞두고 경무계로부터 "당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 직접 갈 곳을 찾아보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 경위는 통보를 받자마자 각 팀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리가 있으면 팀원으로 받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노(No)"였다. 나이 어린 후배까지 찾아가 빌다시피 했지만 헛수고였다.

이번 수서경찰서 인사에서 받아주는 팀이 없어 보직 없는 '인공위성 경찰관'이 된 사람은 김 경위를 비롯해 6명이나 된다. 수서경찰서 박재진 서장이 고안한 '적재적소 인사시스템'의 결과다. 박 서장은 이번 정기인사를 앞두고 경찰서장이 갖는 인사권한을 과감히 과장에게 위임했고, 각 과장들은 계장과 팀장들에게 계원·팀원 선발권을 줬다. 한 경찰은 "이번에 보직을 못 받은 사람들은 성격이 독단적이거나 업무평가가 좋지 않아 함께 일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라며 "본인이 동료와 선·후배 사이에서 이토록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각 과장들은 우수한 계장과 팀장을 데려오려고 경쟁이 붙었고, 선발된 계장·팀장들도 직접 우수한 직원들을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아무도 데려가지 않은 6명의 '인공위성 경찰관'들은 7일 '인사청탁'을 하러 뛰어다녔지만 결국 보직을 받지 못해 6명 모두 수서경찰서의 관내 지구대로 강제발령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지구대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했다. 심지어 발령 당일엔 "자리가 비어 있어도 안 받겠다고 했는데 왜 하필 이쪽으로 발령을 내느냐"며 본서에 항의가 빗발쳤다. 항의는 박 서장이 "이번에 발령 난 사람들 때문에 지구대에 마이너스 성과가 난다면 그 점을 연말 성과평가 때 반영하겠다."며 지구대 간부들을 안심시키면서 겨우 수그러들었다.

수서경찰서 박재진 서장은 "일선 경찰들이 본인의 역량을 현실적으로 평가받고 진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인사기법을 도입했다"면서 "올해 안에 수서경찰서 내부에 성과평가의 한 요소로 역량계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2/10/2010021000051.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1&Dep3=h1_04 김시현 기자 shyun@chosun.com 안준용 기자 jahny@chosun.com 입력 : 2010.02.10 03:04

선택 안되면 끝장‥ 공기업 드래프트制 쇼크

프로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던 ‘드래프트(draft)’ 방식이 공공기관 인사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구단이 최적의 선수 구성을 위해 실력이 좋은 사람을 영입하듯 임원이나 부서장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부서장 또는 직원을 골라 데려오는 시스템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다.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직원은 경쟁력 강화 교육을 받거나 입사 동기 혹은 후배가 팀장을 맡은 부서에 팀원으로 배치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드래프트 방식이 아니더라도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인사에서 ‘발탁’과 ‘강등’이 교차하고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금융기관과 공기업이 적지 않다.

◇ 공공기관 드래프트制‥ 선택 못 받으면 ‘아웃’

15일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드래프트 방식으로 인사가 단행된 곳은 예금보험공사, 코레일, 한국거래소, 한국관광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이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드래프트 인사 방식은 인사 요인이 생긴 자리에 대해 공모를 받아 해당 임원이나 부서장이 신청자 가운데 적임자를 뽑는 형식이다.

한국거래소는 신임 김봉수 이사장이 취임 후 5개 부서와 15개 팀을 없애면서 드래프트 인사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부서장 33명 가운데 13명(40%)이 교체됐다.

코레일도 주요 보직을 정해 담당 실장이나 본부장이 직원을 뽑도록 했다. 뽑히지 못한 직원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교육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회사를 그만두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래프트 방식은 양방향이다. 인사 대상자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제출하고, 임원 및 부서장들은 함께 일하고 싶은 부서장 및 직원을 뽑는다. 뽑히지 못하면 한직으로 밀리거나 명예퇴직 등의 방식으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렇게 해서 팀ㆍ실장 64명 가운데 8명(12.5%)이 보직 해임돼 팀원으로 강등 또는 전출됐다. 예금보험공사도 팀장 62명 가운데 5명(8.2%)이 보직 해임돼 팀원으로 내려앉았다.

예보 관계자는 “보직 해임된 팀장들은 급여와 복지가 축소됐을 뿐 아니라 일부는 과거 자신의 부하직원이 팀장으로 발탁된 곳에 팀원으로 배치돼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결제원은 최근 드래프트 인사 방식을 도입하려다 노조의 반발 등을 우려해 보류했다. 결제원 관계자는 “오는 4월 새 원장이 오면 인사 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금융기관ㆍ공기업 ‘시장원리’ 인사평가 강화

드래프트 인사 방식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곳이 금융기관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적지 않게 눈에 띈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직원들의 실력과 실적에서 큰 차이가 드러나 인사 폭이 커졌다.

수출보험공사는 최근 인사에서 부서장을 포함한 8명의 직원을 강등시켰다. 기존에 고작 해야 1~2명이 인사에서 탈락하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수보 관계자는 “아직 드래프트제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인사에서 성과 평가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맡았던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실적이 나쁜 지점장 3명을 처음으로 보직 해임했다.

손해보험사들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선수금환급보증(RG) 담당 부서들이 인사에서 줄줄이 된서리를 맞았다. 또 손해율이 높아 실적이 나빴던 자동차 보험 사업부도 일부 교체됐다.

이 밖에 LH공사는 1급 자리 75개 가운데 26개를 2급 직원에게 내줬다. 또 2급 자리 428개 가운데 139개에 3급 직원을 앉혔다.

정부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공기업의 연봉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연봉에서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비중을 20%에서 30%로 늘리고, 금액도 2배 이상 차이가 나도록 만들 계획이다.

이처럼 공공기관 인사에서 연공서열을 고려하지 않고 드래프트 방식이 확산하는 것은 내부 인력 수급에도 시장 원리를 적용해 긴장도를 높이고 경쟁력이 뒤처지는 직원은 시장에서 도태(구조조정)되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2/15/2010021500141.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topheadline&Dep3=top zheng@yna.co.kr 입력 : 2010.02.15 09:56 / 수정 : 2010.02.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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