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

법원 "停車중 문 열다 사고 낸 뒤 도망치면 뺑소니"

차량이 운행을 멈춘 뒤에 차 문을 열다가 뒤따라오던 자전거와 부닥쳐 자전거운전자에게 상처를 입힌 경우도 '교통사고'로 봐야 하며, 피해자 구호(救護)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뺑소니'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부(재판장 이창형)는 7일 작년 4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신림사거리 쪽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정차한 승합차 문을 열다가 뒤에 오던 자전거 운전자 여모씨와 충돌한 뒤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로 기소된 박모(47)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박씨의 행위가 뺑소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의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1심과 항소심의 정반대 결론은 '뺑소니'의 요건에 대한 법해석 부분에서 갈렸다.

해당 법조문은 "자동차 등의 '교통'에 의해 사고를 낸 사람이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을 때" 처벌하도록 돼 있는데,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교통이란 원칙적으로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을 전제로 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박씨가 승합차를 세워둔 상태였기 때문에 '차량 이동 중'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또 박씨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차량을 정차한 뒤 내리려 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고의적으로 도주'하려 했던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자동차의 교통이란 이동이나 운송뿐만 아니라 그와 연결된 주차·정차 행위, 운전자나 탑승자의 승하차 과정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자동차의 시동이 꺼졌을 때를 운전행위가 종료된 시점으로 보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박씨는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라는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08/2010050800044.html?Dep1=news&Dep2=headline2&Dep3=h2_08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입력 : 2010.05.08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