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천정(天井)

2010. 5. 14. 09:59受持

<고향의 천정(天井)> - 이성선

밭둑에서 나는 바람과 놀고

할머니는 메밀밭에서

메밀을 꺾고 계셨습니다.

늦여름의 하늘빛이 메밀꽃 위에 빛나고

메밀꽃 사이사이로 할머니는 가끔

나와 바람의 장난을 살피시었습니다.

해마다 밭둑에서 자라고

아주 커서도 덜 자란 나는

늘 그러했습니다만

할머니는 저승으로 가 버리시고

나도 벌써 몇 년인가

그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 후

오늘 저녁 멍석을 펴고

마당에 누우니

온 하늘 가득

별로 피어 있는 어릴 적 메밀꽃

할머니는 나를 두고 메밀밭만 저승까지 가져가시어

날마다 저녁이면 메밀밭을 매시며

메밀밭 사이사이로 나를 살피고 계셨습니다.

주제 : 할머니에 관한 추억과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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