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술(萬述) 아비의 축문(祝文)

2010. 5. 14. 10:04受持

<만술(萬述) 아비의 축문(祝文)> - 박목월

아배요 아배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배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

축문이 당한기요.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릿고개

아배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 손이믄

아배 소원 풀어드리련만

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묵고 가이소.

여보게 만술(萬述) 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망령(亡靈)도 응감(應感)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

니 정성 느껴 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주제 : 생사를 초월한 혈육(육친)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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